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퇴근을 서두른다. 저녁 먹을 즈음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거리는 한산해진다. 특히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와 지방의 소도시는 인적이 드문 가운데 차츰 어둠에 잠긴다.
그러나 프랑스의 밤 시간은 독특한 풍경을 내보인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고딕 성당의 외벽은 빨갛고 파란 색채로 물들고 성벽과 고택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진다. 전국의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밝혀주는 야간 볼거리 ‘송에뤼미에르’다.
송에뤼미에르(Son et Lumière)는 ‘소리와 빛’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사운드 앤드 라이트 쇼’라 하며 우리말로는 ‘조명·영상쇼’라 번역된다. 오랜 역사를 지닌 건축물이나 유적에 조명을 켜거나 영상을 투사시키고 음악이나 해설을 곁들여 볼거리를 만드는 행사를 가리킨다. 프랑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송에뤼미에르 조명·영상쇼를 선보이며 여름 밤을 보낸다.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된 미디어 파사드
송에뤼미에르는 1952년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170km 떨어진 샹보르(Chambord) 성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샹보르 성을 보수하던 건축가 폴 로베르-우댕(Paul Robert-Houdin)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에 옮긴다. 건물 외관에 전기 조명을 밝히고 음악을 곁들여 야간 야외 쇼를 시작한 것이다.
루아르 강변에 위치한 샹보르 성은 르네상스를 맞이한 16세기 프랑스의 화려한 궁정문화를 대표한다. 여러 크기의 창문과 지붕, 둥글게 마무리된 외벽, 건물의 외양을 반사시키는 인공 운하 등이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가 진 뒤에 빛을 비추면 화려함 뒤에 감춰졌던 우아하고 은은한 모습이 도드라진다. 색을 입힌 전구를 사용하면 페인트를 칠한 듯 강렬한 색으로 치장되기도 한다.
샹보르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된 송에뤼미에르는 이후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소문을 들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견학을 신청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유사한 행사들이 잇따라 기획되었다.
송에뤼미에르는 빛의 기술과 문화유산이 만난 독특한 융합 콘텐츠다. 아이맥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보다 몇 배나 더 큰 건축물의 외벽을 도화지 삼아 온갖 이야기를 펼쳐내는 일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라 불린다.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프랑스어 파사드(façade)에 조명과 영상을 적용시켜 일종의 시각 매체로 변모시킨다는 의미다.
최근의 미디어 파사드는 컴퓨터 그래픽스(CG)와 고해상도 영사 장치를 결합시킨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을 주로 사용한다. 건축물 외벽의 굴곡과 다양한 창틀을 일종의 지형이라 생각해 정교한 지도(map)를 그린 후 고해상도 프로젝터를 이용해 CG 이미지를 영사하는 방식이다.
프로젝션 맵핑은 원하는 모양과 색깔을 정확한 위치에 쏘아보내는 것이 장점이다. 덕분에 송에뤼미에르는 단순히 여러 색의 조명을 밝히던 수준에서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건축물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수정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고 사람과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동영상을 투사시킬 수도 있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더욱 화려하게 변신해
송에뤼미에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발전했다. 독일과 맞닿은 알자스 지역의 중심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매해 여름이면 대성당의 외벽을 송에뤼미에르 기술로 장식한다. 올해는 대성당 건립 1천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영상을 매일 밤 영사해 갈채를 받았다.
파리 인근의 중세도시 샤르트르(Chartres)는 아예 도심 곳곳에 송에뤼미에르를 적용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대성당을 비롯해 29곳의 건축물을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빛 속의 샤르트르(Chartres En Lumière)’라는 이름 아래 4월부터 10월까지 200일 넘는 기간 동안 매일 밤 조명·영상쇼가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낮 시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시내를 쏘다니며 야경을 즐기다 그곳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한다. 매년 1백만 명 가까운 외지인들이 도시를 찾아온다.
샤르트르에서 서쪽으로 120km를 더 가면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도시 르망(Le Mans)에 도착한다. 12세기 잉글랜드 지역을 다스린 플랜태저넷(Plantagenet) 왕조를 탄생시킨 곳이다. 로마시대의 성벽 위에 영국과 프랑스 양쪽 스타일의 건축물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요즘은 ‘키메라의 밤(La Nuit des Chimères)’이라는 송에뤼미에르로 유명세를 떨친다. 키메라는 여러 동물의 모습이 합쳐진 신화 속 존재를 가리킨다. 사자의 몸통에 사람의 얼굴이 결합된 스핑크스,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날개가 부착된 그리폰도 키메라의 일종이다. 다국적 특색을 지닌 르망의 정체성을 강조한 명칭이다.
2015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빛의 해(Internation Year of Light)’였다. 한 해 동안 프랑스 곳곳의 문화유산을 밝힌 송에뤼미에르 조명·영상쇼는 내년에도 그 후에도 환상적인 야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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