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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목성 주변을 도는 ‘갈릴레오의 위성’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41)

5월 20일 경 밤 하늘에는 목성이 아주 밝게 빛났다. 여러 언론사에는 달 아래 UFO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쇄도한 밤이었다.

태양계의 맏아들 격인 목성은 밤하늘에서 아주 밝은 별이다. 금성이나 화성이 가장 밝을 때 목성보다 더 빛나기도 하지만, 일몰 직후나 일출 직전에만 잠깐 ‘반짝’할 뿐이다. 하지만 목성은 밤새도록 하늘에서 빛을 내니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이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주피터의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목성은 동아시아에서도 중요한 별이었다. 동양에서는 목성을 ‘세성’이라 불렀는데, 아주 밝은 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목성의 공전 주기가 11.86년으로 중국의 기년(紀年) 주기(띠)와 일치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니는 ‘띠’가 12개인 것은 목성의 운행과 관련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과 관련된 세(歲)를 써 ‘세성(歲星)’으로 부른 것이다.

목성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한명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다.

1610년 1월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하던 갈릴레오는 목성 주변에서 빛을 3개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일직선상에 있었고, 목성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왕복하면서 자리바꿈을 하고 있었다.  1월 말에는 빛 하나를 더 발견했다. 도대체 무슨 빛일까?

갈릴레오는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것처럼, 목성에도 4개의 달이 있어 공전하는 것이4개의 빛으로 관측되었다고 보았다. 이 네 천체들은 망원경으로 발견된 최초의 천체이자, 태양계 내부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 천체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갈릴레오는 발견한 4개의 별을 자신의 고용주에게 헌정하여 ‘메디치의 별(MediceaSidera)’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발견자인 갈릴레오를 기리기 위해 ‘갈릴레오의 위성(Galilean moons)’으로 부른다. 각 위성들에게 별칭이 없었을 때에는 목성 제1위성(Jupiter I), 목성 제2위성(Jupiter II), 목성 제3위성(Jupiter III), 목성 제4위성(Jupiter IV)으로 불렸다.

얼마 후 갈릴레오의 발견 사실을 미처 몰랐던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인 마리우스(Simon Marius)도 4개의 위성을 발견했다. 그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주피터이자 목성에 해당)의 여인들의 이름을 따서 목성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이오(I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성의 위성에 신화에서 가져온 이름을 붙인 시몬 마리우스. ⓒ 위키백과

목성의 위성에 신화에서 가져온 이름을 붙인 시몬 마리우스. ⓒ 위키백과

이오는 강의 요정이었는데 강압에 의해 제우스의 여인이 되고 말았다. 질투심 많은 헤라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제우스는 이오를 하얀 소로 둔갑시켜 헤라의 눈을 피하게 했다. 하지만 헤라는 하얀 소를 수상히 여겨 백목거인(百目巨人, 눈이 100개인 거인족) 아르고스(Argus)를 시켜 소를 감시한다. 아르고스는 눈이 100개 나 되어서 잠들지 않는 눈으로 이오를 철저히 감시를 했다.

이오가 아르고스 때문에 꼼짝달싹도 못하자 이번에는 제우스가 친히 행차했다. 그는 아르고스를 꼬드겨 100개의 눈을 모두 잠재운 후 죽여버렸다. 헤라는 남편의 손에 죽은 아르고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눈 하나를 그녀의 반려조인 공작의 꼬리에 붙여 놓았다. 공작새 중 일부 학명에 아르고스가 들어가는 것은 이러한 사연이 있다.

공작 특유의 깃털 무늬는 억울하게 죽은 ‘아르구스의 눈’으로 신화는 해석한다. ⓒ 박지욱

공작 특유의 깃털 무늬는 억울하게 죽은 ‘아르고스의 눈’으로 신화는 해석한다. ⓒ 박지욱

하지만 여전히 헤라는 이오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르고스를 대신해 날파리를 보내 이오를 괴롭혔다. 이오는 끈질기게 몸에 들러붙는 날파리를 피해 도망을 다녔는데 심지어는 바다로 뛰어들어 달아나기도 했다. 덕분에 몇몇 지명에 그녀의 흔적이 남게 되었다.

그 중 이스탄불 해협으로도 불리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바다 보스포루스(Bosporus)는 고대 그리스어로 ‘소가 건나가다’라는 뜻이 있다. 또한 그리스와 남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이오니아 해(Ionian Sea)는 ‘이오가 건너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유로파는 제우스가 납치한 페니키아 공주의 이름이다. 유로파는 소로 변한 제우스에게 유괴되어 지중해를 건너 크레타 섬으로 끌려갔다. 그녀의 이름이 지금의 유럽 대륙의 이름으로 남아있다.

님프였던 칼리스토는 이오처럼 제우스가 헤라를 속이려고 혹은 헤라에게 밉보여 곰이 되고 말았다. 곰이 된 그녀는 어느 날 사냥 나온 아들 아르카스(Arcas)와 마주친다. 곰이 둔갑한 어머니임을 알 턱이 없는 아들은 곰을 죽이기 위해 활을 겨누었고, 이를 본 제우스가 이 둘을 하늘에 올려 큰곰자리(Ursa Major)와 작은곰자리(UrsaMinor)로 만들어버렸다. 칼리스토는 목성의 위성에 이름이 붙기 전에 이미 큰곰자리로 밤하늘에 떠있던 셈이다.

가니메데 역시 제우스에게 피랍된 인물로 트로이의 ‘왕자’였다. 그는 용모가 아주 준수했는데, 제우스의 눈에 들어버렸고, 독수리로 변한 제우스가 그를 낚아채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납치되는 가니메데. ⓒ 루벤스

납치되는 가니메데. ⓒ 루벤스

이 네 위성 중 유로파는 달보다 작지만 나머지는 달보다 크다. 심지어 가니메데는 수성보다도 더 커서 태양계에서 크기로 치면 8위에 해당한다.

이오,유로파,가니메데,칼리스토. ⓒ 위키백과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 위키백과

각각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있게 생겼다. 이오는 화려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유로파는 표면에 ‘붉은 핏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가니메데는 오래된 그리스 화병처럼 알 수 없는 그림과 무늬가 보이고, 칼리스토는 마치 지구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이 위성들의 공전궤도는 아주 특이하다. 지구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공전주기가 27.32일인데 비해 이오는 목성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1.77일, 유로파는 그 두 배인 3.55일, 가니메데는 유로파의 두 배인 7.16일이 걸린다. 다시 말하면 가니메데가 목성 주변을 한 바퀴 돌 때, 유로파는 2회, 이오는 4회를 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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