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달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이나 재난에 어떻게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마땅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열린 ‘과학기술 위험 커뮤니케이션 포럼’은 바로 이런 요구로 시작되었다. 과학기술 의학 언론 사회과학 정책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현재의 위기 대응 시스템과 정보 소통 체계를 진단했고, 과학기술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개회사에서 “공신력 있는 전문가 그룹이 현대 사회에 도래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김성한 서울 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최근 메르스 사태의 발생부터 진정까지’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성한 교수는 메르스 환자 10명 중 1명만 감염자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어떻게 감염이 되었는가”이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6피트(약 2m) 이내에서 얼마간의 시간(a prolonged period of time) 동안 접촉해 있을 때, 감염된다고 보고 있다. 다소 모호한 표현인데, 김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지금 가이드라인보다 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위험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팀장이 발표를 이어갔다. 김규태 팀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기자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메르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과잉경쟁이 일어났고, 제대로 된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빨리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김규태 팀장은 △위험 관련 이슈에 배경지식을 갖춘 전문기자를 확보할 것 △정부는 신속한 결정과 대응 체계를 위해 초기에 정보를 공개할 것 △초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동시에 동원할 것을 당부했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위험의 사회적 수용에 있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전 교수는 “안전성에 대한 확률적 접근과는 별도로 안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판단에 도움을 주는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자신의 이해관심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에 한해 매우 빠른 속도로 과학적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 황승식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메르스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해줄 위험전문 소통가가 없다면, 관료조직 내부에서 그와 관련된 교육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미디어들이 각자의 프레임에 갇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위해 제대로 된 소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보도 준칙을 세워 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KBS 과학 전문기자는 기자와 전문가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에 따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각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각 개인이 어떻게 의사소통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올바르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사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해야 대중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전염병의 사회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염병과 연구 개발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무엇보다 전염병은 자연 발생적인 질병이 아니라 사회구조 내부에서 발생한 질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치료제가 늦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김은성 교수는 “질병이 대유행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사회구조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업이 추자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메르스가 마무리 되고 있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관이 위험커뮤니케이션의 시점에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소통의 미션을 가지고 있는 여러 전문가 그룹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지 방향을 찾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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