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멈춘 심장 되살리는 AED의 원리

오늘 하루 만난 과학 (4) 심장제세동기

구청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유 모 씨(42)는 오전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민원실을 방문했던 주민 한 명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진 소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공공시설에 비치되어 있는 심장제세동기 ⓒ 장애인복지관

공공시설에 비치되어 있는 심장제세동기 ⓒ 장애인복지관

유 씨는 쓰러져 있는 주민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자 당황스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직원이 달려와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또 다른 직원은 로비에 마련되어 있던 심장제세동기(AED)를 가져 오면서 그녀도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심장박동기라 불리는 AED를 사용하자 쓰러져 있던 주민은 한 차례 경련을 일으키더니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유 씨는 뉴스에서나 볼 줄 알았던 응급환자를 구조하는 장면을 실제로 목격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AED가 얼마나 중요한 장비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AED는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응급 의료기기

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ion)는 의학드라마를 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존재다. 갑자기 발생하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심장이 박동을 멈추고 산소공급이 중단 되었을 때, 전기 충격을 가하여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응급 의료기기다.

심장이 정지되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뇌에 산소 공급이 제공되지 못하는 ‘뇌사’ 상태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심장이 정지된 후 뇌사 상태로 전환되기까지의 4분 남짓한 시간을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AED 적용은 심폐소생술과 마찬가지로 골든타임 내에 실시해야하는 중요한 응급처치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발생하는 심정지(心停止)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을 꼽는다. 일명 ‘부정맥(不整脈)’이라고 알려져 있는 심실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심장으로의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심장이 정지되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뇌사다

심장이 정지되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뇌사다 ⓒ 응급처치교육센터

심장으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대부분 관상동맥 질환 등으로 인해 혈관의 혈액순환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경우에 발생하지만, 이외에도 심장 전도계의 이상이나 저산소증, 그리고 심장 비대증 등의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심실세동 현상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몇 번씩 겪게 되는 증상이다. 심장 박동은 보통 규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간혹 가다 불규칙적으로 뛸 때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지는 현상은 정상이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경우는 심장의 이상을 알리는 적신호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심실세동 현상이 지속되면 뇌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위에 대한 혈액순환이 멈추게 되는데, 1분이 지날 때마다 10%씩 생존율이 낮아지게 된다. 특히 앞에서도 언급한 골든타임 내에 심장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게 되면 뇌손상이 급격하게 일어나게 된다.

AED의 작동 원리는 심장을 흐르는 미세한 전류

AED의 작동 원리는 심장을 박동시키는 미세한 생체 전류에 숨어 있다. 심장이 뛰는 것은 심실과 심방 세포에서 나오는 규칙적인 전류 때문인데, 이들 전류가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흐르게 되면 심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심실세동이나 심근경색 같은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AED는 이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적인 전류 현상을 올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직류 방식의 강한 전류를 심장에 보내어 심근(心根)을 일시적으로 크게 수축시킨 뒤, 유입되는 혈액과 전기 자극을 통해 다시 심장이 정상적으로 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원리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AED의 사용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의료진 또는 응급구조대 같은 전문가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또한 의료기기여서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이도 사실이 아니다. AED를 사용하는 방법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지식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심장제세동기의 사용방법 ⓒ 대한심폐소생협회

심장제세동기의 사용방법 ⓒ 대한심폐소생협회

AED에 내장된 음성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사용하는데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 이후는 장비가 알아서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으로 분석하여 진단한다. 전기적 충격을 제공할지 또는 중단할지를 AED가 판단하여 지시해주므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AED의 패드를 서로 마주 갖다 댄 상태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잘못하면 폭발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AED의 패드는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한편 과거와는 달리 공공시설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보면 AED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2008년에 제정된 ‘선한 사마리아인법’ 덕분이다.

이 법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이용시설이나 공동주택 등의 다중이용시설과 같은 장소에 반드시 AED를 설치하여, 갑작스런 응급환자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었다.

또한 2012년에는 설치의무화 시행령이 발효되어, 보건의료기관은 물론 항공, 철도, 선박, 공공주택, 300인 이상 기업체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 꼭 설치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조항도 추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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