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times - https://www.sciencetimes.co.kr -

멀쩡한 사람을 ‘좀비’로 만들다

독물 중독으로 시체처럼 마비시켜

FacebookTwitter

우리나라에서는 뱀파이어 영화 등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좀비(zombie) 드라마가 수년 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좀비 관련 주제가 문화의 한 현상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케이블TV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시즌7 후반기 프로가 12일 밤 방영되자 좀비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워킹 데드’는 동명의 코믹 북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공포 드라마로, 2010년 10월에 시즌 1이 방영됐다.

이 드라마 시리즈는 좀비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사투를 다양한 설정으로 흥미롭게 그려내 미국 작가조합상, 골든 글로브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텍서스 A&M대에서는 이번 방영에 맞춰 좀비 현상을 연구한 인류학자 본 브라이언트(Vaughn Bryant) 교수의 좀비에 대한 설명을 내놨다.

미국 인기드라마 '워킹 데드'의 장면들. 오른쪽은 12일부터 방영한 시즌7의 한 장면

미국 인기드라마 ‘워킹 데드’의 장면들. 오른쪽은 12일부터 방영한 시즌7의 한 장면.

브라이언트 교수는 중남미 국가인 아이티에서 좀비에 대한 믿음은 1791년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티에 있던 아프리카 노예들은 반란을 일으켜 프랑스인 토지 소유주와 군대를 몰아내고 이 섬을 신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아프리카 노예들이 지배하는 독립국으로 만들었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일단 자유를 얻게 되자 아프리카로부터 유래된 부두(voodoo)교 신앙이 주로 경찰력이 부족한 시골지역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떠올랐다”며, “부두교 사제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좀비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이 악한 일을 저지르거나 법을 어기면 좀비로 변한다는 말을 퍼뜨렸다”고 말했다.

중남미 아이티에서는 대부분 좀비의 존재를 믿는다

아이티에서는 좀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워낙 널리 퍼져 있어, 웨이드 데이비스(Wade Davis)라는 인류학자가 실제 좀비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982년 아이티로 갔다고 블라이언트 교수는 전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서 매장된 후 다시 좀비로 살아나 돌아온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좀비 얘기를 전한 사람들은 “좀비는 자유의지가 없고 ‘보코’(bocor)라고 불리는 부두교 사제가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는 것.

아이티 부두교 관련 주술도구들. 출처 : Wikipedia

아이티 부두교 관련 주술도구들. 출처 : Wikipedia

멀쩡한 사람을 어떻게 좀비로 만드는가

브라이언트 교수는 데이비스가 여러 시골마을의 부두교 사제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멀쩡한 사람을 어떻게 좀비로 만드는가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수고비도 들어갔다.

부두교 사제들은 말린 두꺼비와 바다 벌레, 도마뱀, 독거미의 일종인 타란툴라 그리고 그 지역 묘지에서 밤에 파낸 ‘신선한’ 사람 뼈 등의 재료를 모아 간 다음 여기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으로 알려진 치명적인 신경 독을 지닌 카리브해 복어 독을 추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혼합물을 사람의 피부에 문지르거나 얼굴에 불어서 흡입되게 한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이 혼합물에 접촉된 피해자는 몇 시간 후 현기증이 나고 마비가 되지만 여전히 볼 수는 있고 스스로가 죽어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피부는 차가워지고 산소 결핍으로 인해 몸은 파랗게 변한다. 피해자는 1분에 한 두번만 공기를 흡입한다. 이 때문에 의사는 피해자가 죽었다고 믿고 매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가족들은 장례식을 치르고, 모든 사람은 그 피해자가 죽었다고 믿게 된다는 것.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Night of the Living Dead’(1968)는 현대 문화에 좀비 픽션을 도입한 선구적 작품으로 꼽힌다.  출처: Wikipedia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Night of the Living Dead’(1968)는 현대 문화에 좀비 픽션을 도입한 선구적 작품으로 꼽힌다. 출처: Wikipedia

좀비 희생자 깨어나 집에 돌아가기도

부두교 사제들은 데이비스에게 장례를 치른 날 밤에 무덤을 파서 간신히 살아있는 마비된 희생자의 신체를 끄집어낸다고 밝혔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희생자가 깨어나면 그는 자신이 죽어서 묻혔다는 것을 기억하며, 부두교 사제는 그에게 너는 좀비이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이 같은 좀비들이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간 경우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그가 실제 좀비가 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놀라서 도망쳐 버렸을 것이라는 것.

부두교에서는 좀비가 깨어나는 것은 ‘착한 신’이 그에게 영혼을 돌려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허구 유지 위해 희생자들에 약물 계속 주입

데이비스는 부두교 사제들이 희생자들에게 약을 사용해 좀비 환상을 유지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부두교 사제들은 좀비 희생자들에게 어지럼증과 환각을 일으키는 약을 계속 주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희생자들이 스스로 실제 좀비라고 믿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아이티에서의 경험을 1985년 <뱀과 무지개>( The Serpent and the Rainbow)라는 책으로 발간했으며, 1988년에는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같은 이름의 공포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2.14 ⓒ ScienceTimes

Copyright © 2014 Sciencetim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