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머리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27)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 및 그 프리퀼에 해당하는 ‘호빗(The Hobbit)’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많은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큰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원작 소설의 작가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은 남아프리카 태생의 영국인으로서, 현대 판타지 소설을 개척한 저명한 소설가이자 영문학자로서도 큰 자취를 남겼다. 그는 고대 북유럽 등에서 전승되어 온 민간 신화에 가정적인 주제들을 결합시켜 환상적인 판타지와 동화를 창조하였다.

이들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호빗(Hobbit)은 작은 키에 친근한 느낌을 주는 종족이다. 호빗이라는 단어는 고대영어 즉 로한어의 ‘굴 파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홀뷔틀란(Holbytl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화 ‘호빗’의 주인공 빌보 배긴스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프로도 배긴스가 바로 호빗족인데, 성인이 되어서도 보통 인간의 허리 정도까지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 계통상 호빗 족과 같은 작은 종족이 실제로도 존재했었다는 연구가 나와서 사람들의 놀라움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03년부터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인류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는데, 키가 1m 남짓으로 현대 인간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른바 호빗족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생 인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인 피그미족보다도 작은 이 인류 화석들의 정체에 대해 그간 여러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일명 호빗족이라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두개골 화석 ⓒ Rama

일명 호빗족이라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두개골 화석 ⓒ Rama

현생 인류이지만 왜소화 혹은 소뇌증에 걸린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결국 여러 분석을 통하여 현생 인류와는 다른 종인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 인류는 약 100만 년 전에 그곳에 이주했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후손으로 추정되며, 그 섬 이름을 따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nsiensis)라고 명명되었다. 이들은 약 2만 5000여 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뤽 베송 감독에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 등이 주연인 SF 액션 영화 ‘루시(Lucy, 2014)’는 인간이 자신의 두뇌를 100%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가상하는 내용이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대목들도 많지만, 인간의 뇌를 포함한 동물의 진화 등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철학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름인 루시(Lucy)는 인류 최초의 여성을 지칭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에 속하는 인간 조상의 유골이 1974년에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사막에서 모리스타이엡과 요한슨이 이끌던 프랑스 미국의 합동 조사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약 350만 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장 1m 가량의 20세 전후의 여성이었다. 전골격의 반 정도가 수습되었는데, 뇌 용량은 400cc 정도로 작고 직립 보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이 발견된지역들 ⓒ 위키미디어

아프리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이 발견된 지역들 ⓒ 위키미디어

‘루시’라는 이름은 비틀즈의 곡명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다이아몬드를 가진 하늘의 루시)’에서 따온 것인데, 루시가 발견되던 날 밤에 조사대의 캠프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시의 화석은 또한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여겨지기도 해서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잃어버린 고리’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 고리, 즉 멸실되어 있는 생물종을 말하는데, 진화론의 확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루시의 작은 뇌에 비해, 현대 인류의 뇌 용량은 약 3배 정도이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대체적으로 뇌의 용량도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뇌 용량은 약 530~800cc, 완전한 직립 보행을 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뇌 용량은 900~1100cc 정도이고, 20만 년에서 5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뇌 용량은 1300~1600cc이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머리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고, 인류학자 중에서도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천재과학자의 대표격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뇌는 평범한 사람에 비해 크지 않았고, 다른 인간 조상 화석을 살펴보아도 그렇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이른바 호빗족 화석의 두개골은 무척 작아서 뇌용량은 400cc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주변에서 함께 발견된 정교한 화살촉이나 돌칼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그 지능은 같은 시대에 살던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이라 추정되기도 한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  120 / V.Mourre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 120 / V.Mourre

또한 호모 사피엔스의 마지막 경쟁자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의 두개골은 현생 인류보다 더 컸다.

네안데르탈인의 정확한 분류 및 호모 사피엔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간 논란이 많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두개골을 바탕으로 뇌를 재구성하자,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10% 정도 더 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처럼 선사시대의 인간에 비해 최근의 인류는 뇌 크기가 도리어 약간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아무튼 뇌 크기가 지능이나 뇌의 복잡성과 정비례한다는 볼 수 없을 듯하다.

뇌 전체가 아니라 측두엽이 발달하고 대뇌피질이 두꺼울수록 지능이 높다거나, 작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진화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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