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천재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 그녀의 뒤를 이을 ‘21세기 이론 물리학계의 마리 퀴리’는 누구일까?
물리학계는 미국 하버드대의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54)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랜들 교수는 1999년 ‘비틀린 여분의 차원’ 이라는 논문으로 입자물리학계의 해묵은 숙제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그녀는 이론 물리학자로써 뿐만 아니라 입자가속기 실험에도 최전선에 나서고, 여러 권의 과학책을 저술하는 등 대중과의 과학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미국물리학회가 주는 ‘최다 인용 논문상’을 수상했고,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뽑혔다. ‘시드 매거진’은 ‘2005년의 과학의 아이콘’으로 그녀를 지명하기도 했다.
MIT와 프린스턴대 이론물리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
뉴욕 출신인 랜들은 고교 시절 웨스팅하우스가 주관하는 과학 영재 연구(STS)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맨해튼에 위치한 명문 스타이버선트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앨러건트 유니버스’(초끈이론에 대한 유명한 책으로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인기를 끌었다)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도 랜들과 같은 반 학생이었다.
후일 하버드대의 학생일간지 ‘하버드 크림손’과의 인터뷰에서 랜들은 “다양한 과목에 흥미가 있었지만 아마도 뉴욕이란 도시의 불안정한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을 얻을 수 있는 수학에 유난히 매료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80년 하버드대 물리학부에 진학 후 3년만에 졸업하였고, 대통일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하워드 조자이 밑에서 박사학위를 4년 만에 마쳤다. 그 후 랜들은 MIT와 프린스턴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였다. 그녀는 MIT와 프린스턴에서 여성 물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종신교수직에 임명되는 영예를 얻었다. 2001년 랜들은 모교인 하버드로 돌아온다.
이론 물리학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왜 중력만이 무시될 만큼의 작은 힘의 크기를 지니는가’ 하는 20세기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계층 문제’가 있었다. 1999년 랜들은 이 난공불락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MIT 시절 랜들은 당시 보스턴 대학의 라만 선드럼과 함께 ‘비틀린 여분의 차원’이란 제목의 공동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은 이후 랜들-샌드럼 모형(RS Model)이라 불리며 중력이 약한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를 설명하였다. 2004년까지 랜들은 5년 연속 가장 많이 인용된 물리학자가 되었다. 특히 RS 모형은 2013년 ‘피직스 데이타베이스’가 발표한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6위로 선정되었다.
중력이 약한 이유, 5차원의 휘어짐
지난 세기에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4개의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중 나머지 세가지의 힘에 비해 중력의 크기가 터무니 없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전자기력의 크기는 중력의 10의 41승배나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말굽자석 하나를 가지고도 지구전체 중력이 잡아당기고 있는 쇠못을 쉽게 들어올릴 수 있다.
랜들-샌드럼 모형은 아인슈타인의 4차원 시공간의 휘어짐 같이 여분의 차원 즉, 5차원이 휘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결과 중력이 집중되어 있는 브레인이 존재하므로, 우리 브레인의 경우 중력의 힘이 미비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계층 문제의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이 이론은 21세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뉴욕 타임즈 북 리뷰》선정 “주목할 만한 도서 100”으로 선정된 리사 랜들의 저서 ‘숨겨진 우주’ 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암흑물질과 공룡 멸종의 연관성을 보여준 책 ‘암흑 물질과 공룡’도 있다. ⓒ Free Photo
과학 저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다
21세기형 천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공감 및 소통능력, 저서를 통한 작문 능력과 긴밀히 결부된다는 것을 랜들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보그(Vogue)지와의 인터뷰에서 랜들은 “하버드 학부 시절 한 작문 수업을 통해 사람들이 말하는 바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랜들은 5차원을 소개하는 자신의 첫번째 책 ‘숨겨진 우주’에서 과학 저술가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물리 이론이 지니고 있는 극도의 추상성에서 한 발짝 내려와 일반인들이 최전선에 있는 이론 물리학의 단맛을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랜들의 책 ‘천국의 문을 두들기며(Knocking on Heaven’s Door)’ 북리뷰에서 “리사 랜들은 마치 마주보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위트 넘치는 스타일로 물리학의 복잡한 아이디어들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라고 띄워주었다.
2006년 ‘여성 비하’ 발언으로 하버드 대학 총장에서 물러난 로렌스 서머스(Lawrence H. Summers) 조차 랜들을 높이 평가한다. 서머스는 “여성이 수학이나 물리 등 기초과학을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또는 유전학적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 말한 후 거센 비난에 휘말리자 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하였다. 서머스도 ‘천국문을 두드리며’ 북리뷰에서 “리사 랜들은 말 그대로 희귀한 존재이다.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그렇지 못한 우리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고 묘사했다.
(좌) 1927년 솔베이 물리학 회의 유일 여성 참석 학자 마리 퀴리 / (우) 2011년 같은 회의에는 두 명의 여성 중 하나인 리사 랜들. 이론 물리학계의 그녀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 Solvay Institutes
1927년 양자역학을 논의하기 위해 당대의 물리학과 화학의 대가들이 모인 ‘솔베이 회의’에는 29명이 참석하였고 그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 때 찍은 전설적인 사진의 맨 첫 줄에는 양자역학의 창시자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과 함께 마리 퀴리의 모습(동그라미)을 볼 수 있다. 그녀는 회의 첫 해(1911년)부터 5회인 1927년 모임까지 초대된 유일한 여성 과학자였다.
그로부터 84년이 지난 2011년 솔베이 회의에 스티븐 호킹을 포함 69명의 세계적인 물리학자들이 참석했다. 이 모임에 오직 두 명의 여성 과학자가 참석했는데, 리사 랜들(동그라미)과 끈이론의 업적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의 에바 실버슈타인(Eva Silverstein)이 그 주인공이다.
리사 랜들은 최근 ‘허핑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 분야에 뛰어드는 여성 과학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여성 과학도들은 추가적인 역경을 겪게 되겠지만, 그로 인해 아마 그들은 더 많은 시도를 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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