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디지로그’ 융합 제품이 뜬다

[융합기술 현장] 카메라·자동차·휴대폰·넷북 등에서 성공 잇따라

융합기술 현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005년 11월1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창립 10주년 리셉션 초청강연’에서 얼마 안 있어 기술·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융합하는 디지로그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디지로그(Diglog)란 말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결합한 말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오면, 모든 것들이 디지털 방식을 변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아날로그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 간의 융합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최근 산업계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첨단과 전통 기술이 접목된 융합제품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들을 주목해 보면 디지로그 제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추세다. 1일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하송 연구원은 동영상 강의(www.seri.org 멀티미디어룸 로그인 후 이용 가능)를 통해 최근 산업계에 디지로그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올림프스가 최근 출시한 카메라 ‘PEN’을 들었다. 이 제품은 최근 예약 판매 5시간 만에 1천대가 매진됐으며, 서울 강남역 부근 모 상점에서 정식 발매 2시간 만에 500대의 카메라가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같은 인기비결이 ’디지로그‘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제품은 전문가용 DSLR(一眼反射式寫眞機)과 보급형 컴팩트 카메라의 장점을 혼합한 제품으로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다양한 기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제품이 지난 1959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아날로그 PEN 시리즈 방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미늄 재질에 실버·화이트 컬러 디자인, 아날로그식 다이얼 등을 적용, 기계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면서도, 디지털 카메라가 갖고 있는 모든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기업들은 디지로그 트렌드를 감지하고, 잇따라 디지로그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8년 즉석 사진인화가 가능한 카메라, ‘폴라로이드’ 사업을 접은 폴라로이드 사는 최근 신제품 ‘포고(Pogo)’ 선보였다.

이 카메라 역시 즉석에서 인화가 가능한 카메라다. 과거 ‘폴라로이드’와 다른 점은 디지털 카메라에 프린터를 장착해 촬영 후 40초 만에 즉석 사진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진인화 기술에 기존 제품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BMW, 젊은이들의 손맛 운전 강조

기존 폴라로이드 사진과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인화할 수 있도록 했는데, 폴라로이드 사는 과거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한 아날로그 방식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재현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디지로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BMW의 ‘미니쿠퍼’는 과거 ‘로보미니’와 닮은 앙증맞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자동차 내부 각종 기기와 작동장치를 아날로그 식으로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최근 신형 차들은 자동차 안에 주요 작동장치, 편의시설 등을 거의 디지털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니쿠퍼’는 이들 장치·시설에 위·아래, 혹은 양 옆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했다. 젊은이들이 ‘손맛 운전’, 즉 감성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첨단기술에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을 결합한 디지로그 자동차를 만든 셈인데, 결과적으로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넷북 시장에서도 디지로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넷북에 전통적인 브랜드 ‘리바이스’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 이른바 리바이스 넷북을 선보였다. 넷북 상단에 리바이스를 상징하는 레드 탭 로고(갈매기)가 부착돼 있다.

넷북·휴대폰에 전통 아날로그 브랜드 접목

또 청바지 천 문양으로 넷북 주머니를 디자인했으며, 넷북 화면을 리바이스 바탕화면으로 설치하고 있다. 첨단 제품에 과거 소비자들의 향수를 접목시킨 대표적인 국산 디지로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 업체인 스카이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듀퐁’을 결합한 디지로그 제품을 내놓았다. 다이아몬드 디자인으로 대표되고 있는 듀퐁은 만년필, 라이터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이미지가 휴대폰과 결합한 것이다.

스카이가 최근 출시한 휴대폰은 자판 등을 누를 때 ‘딸깍’ 소리가 난다. 듀퐁 라이터를 켤 때 나는 소리를 휴대폰에 적용한 것이다. 스카이는 이 딸깍 소리(cling sound)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 휴대폰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싸이월드에서 연예인들의 손 글씨를 폰트로 제작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디지로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느낌의 디지털 제품에 부드럽고, 인간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디지로그 마케팅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5년 공학한림원 강연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공학계가 이런 디지로그 코드를 읽으며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디지로그 시대에 공학기술은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못하는 인간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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