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되풀이되는 영구기관 사기사건

[데자뷔 사이언스] 최성우의 데자뷔 사이언스(22)

많은 사람들이 옛날부터 만들려고 애썼던 ‘꿈의 기계’로서, 외부에서 에너지나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인 ‘영구기관’(永久機關; Perpetual Mobile)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들 이 자주 되풀이되었다.

만우절에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라, 영구기관을 빙자하여 사기를 쳐서 부정한 이득을 취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심하게도 이러한 ‘영구기관 데자뷔’는 오늘날에도 줄기차게 지속되고 있다.

영구기관의 일종. ⓒ Free Photo

영구기관의 일종. ⓒ Free Photo

자동바퀴와 킬리모터

오래 전부터 숱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영구기관의 제작에 도전하였는데,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스크루를 이용하여 물을 순환시킴으로써 수차를 계속 돌릴 수 있다는 영구기관을 제시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자석을 이용한 영구기관, 전기장치로 된 영구기관, 열과 빛을 이용한 영구기관 등 온갖 자연현상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영구기관들이 고안되었지만, 물론 그 중 제대로 작동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1840년대에 줄(Joule), 마이어(Mayer), 헬름홀츠(Helmholtz) 등에 의해 에너지의 보존법칙과 열역학 법칙이 확립되어, 에너지는 서로 형태가 바뀔 뿐, 자연계 전체의 에너지는 항상 보존된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영구기관의 발명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끊이질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구기관의 발명자들 중에는 잘못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자기의 발명이 옳다고 확신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고의적인 사기꾼들도 적지 않았다.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하면 관심 있는 부자나 권력자들로부터 큰돈을 후원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수차를 이용한 영구기관. ⓒ Free Photo

아르키메데스의 수차를 이용한 영구기관. ⓒ Free Photo

대표적인 인물로는 18세기 초에 ‘자동바퀴’를 만든 독일의 오르피레우스(Johann Bessler aka Orffyreus)가 있다. 크고 작은 톱니바퀴와 추의 낙하를 교묘히 연결하여 바퀴를 영원히 돌릴 수 있다는 어이없는 장치였지만, 그는 장치의 중요부분을 가리고 밑에 숨은 사람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속임수로 그것이 영구기관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여러 나라의 귀족과 부유층들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으면서 호사스런 생활을 누렸고, 러시아 황제 피오트르 1세에게서 10만 루블을 받고 자신의 자동바퀴를 대여하려 하기도 했으나, 결국은 사기극이 들통 나고 말았다.

미국의 존 킬리(John Worrell Keely; 1827-1898)라는 인물 또한 영구기관에 관련된 아주 탁월한 사기꾼이었다. 킬리의 발명은 단순한 영구기관이라고 하기에는 좀 복잡해서, 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물을 사용해서 ‘공감적 진동’에 의해 재결합을 일으켜서 대량의 에너지를 낸다는 그럴듯한 이론을 폈다. 그는 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나 언변이 뛰어났고, 난해한 용어들을 써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대가였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서 ‘킬리 모터회사’를 설립하고 모형을 만든 후, 1874년에 필라델피아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킬리 모터의 공개실험을 하였다. 킬리는 “나는 약 1리터의 맹물로 기차를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달리게 할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면서 거액의 투자와 후원금을 모았다. 킬리가 죽은 후에 실험실이 있던 건물을 조사한 결과, 마루 밑에 숨겨둔 압축공기 장치의 힘으로 기계를 움직였던 킬리 모터의 사기극이 비로소 밝혀졌으나, 거액의 투자비는 그의 사치스런 생활비로 이미 탕진된 후였다.

킬리모터로 사기를 친 존 킬리. ⓒ Free photo

킬리모터로 사기를 친 존 킬리. ⓒ Free photo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속되는 영구기관 데자뷔

영구기관을 발명했다고 특허출원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 세계 각국의 특허청 담당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미국 특허청의 경우는 이러한 영구기관 특허는 신청서류에 반드시 동작하는 모형을 첨부한다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특허출원 자체를 처음부터 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청에서도 영구기관 특허를 출원하려는 ‘재야 발명가’들과 특허청 직원들의 실랑이가 해마다 끊이질 않는데, 우리 특허법 제2조에 특허의 대상이 되는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영구기관은 물론 원천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자신의 잘못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선의의 영구기관 발명가들은 무척 안타깝기는 하지만, 특허청을 괴롭히는 것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고의적인 ‘영구기관 사기꾼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언론, 정부기관들마저 이들에게 속아서 피해를 입거나 망신을 당하는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오르피레우스의 자동바퀴. ⓒ Free Photo

오르피레우스의 자동바퀴. ⓒ Free Photo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정점에 달했던 2008년 여름, 일본의 어느 기업이 ‘물을 연료로 하여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했다는 해외 유명 통신사와 국내 언론의 보도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킬리의 ‘맹물로 달리는 기차’가 순간 연상되었다.

같은 해인 2008년 가을에는 서울 지하철의 환풍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서 발전을 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적이 있다. 지하철 환풍구의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을 할 수야 있겠지만, 전체 과정에서 도리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른 손실과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려는’ 이 황당한 사업계획이 서울시의 무슨 고객감동 창의경영 사례로까지 소개되었다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와 가스레인지 등을 개발한 회사가 사기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신문기사와 방송의 심층 취재보도를 통해 나왔다. 이 역시 영구기관이나 마찬가지로 자연의 기본법칙을 거스르는 발상이지만, 그 업체는 정부와 산하단체 등이 수여하는 각종 상까지 휩쓸어왔다니 참으로 놀랍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영구기관 사기사건은 과학사상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 전혀 아니다. 과거 사건들의 데자뷔를 보는듯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되풀이되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일부 언론과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마저 사기꾼들에 넘어가 덩달아 춤을 추는 한심한 일들도 반복되고 있는데, 21세기 과학기술의 시대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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