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활성단층 정밀진단 시급”

동일본 대지진 영향, 한국도 지진 늘어

지난 4월 발생한 네팔 지진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한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어디 지진 뿐 인가. 그동안 한반도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화산마저 최근 들어 백두산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며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진과 화산 폭발의 가능성을 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지진과 화산 폭발의 가능성을 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이처럼 한반도 및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천재지변 발생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1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한반도는 지진과 화산으로부터 안전한가?’를 주제로 오픈포럼이 개최되어 관심이 모아졌다.

과실연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과 화산 폭발의 가능성을 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수립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지진은 긴 재래주기를 가지고 살펴야 발생 가능성 판단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의 홍태경 교수는 “2010년 아이티 지진 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지진 발생 깊이가 낮으면 피해규모가 커지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한반도의 경우 얕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주로 10~25km 내외의 얕은 깊이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긴 지진의 대부분이 지진 발생의 깊이가 낮았다는 점이다.

이에 관련하여 홍 교수는 “특히 한반도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지진에 대한 위기감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네팔이나 아이티의 지진 이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지진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에 발생한 지진의 위치가 미래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 지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반도의 지진 발생 추이. 동일본 지진 이후 국내 지진 횟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세대

한반도의 지진 발생 추이. 동일본 지진 이후 국내 지진 횟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기록물을 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지진 발생 밀도가 높았던 만큼, 앞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과 사회 기반시설이 밀집한 연안 지역에서의 지진 피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홍 교수는 “기록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진도 9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라고 소개하면서 “긴 재래주기를 가지고 살펴야 대규모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났다”고 우려하며 “해역과 내륙 활성 단층대에 대한 정밀 진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도 서해와 수도권 부근에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홍 교수는 우선 고체로 되어 있는 지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체계적인 지질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구의 위험 요소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홍 교수는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진 발생에 따른 재해 저감 대책을 보다 근본적으로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수집된 기초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내진 설계기준을 보완하고, 건축물을 보강하여 지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화산 폭발의 원인인 마그마방을 모니터링해야

화산 폭발과 관련된 정보 수집은 사실 지진보다 더 문제가 많다. 남북 분단으로 인해 백두산 현지의 직접 탐지나 관측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과거의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록에 따르면 백두산은 946년 대규모 분화를 시작으로 △1403년 △1668년 △1702년 △ 1903년에 재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잠잠하다가 지난 2002년에 갑작스럽게 화산성 지진활동이 빈발해지면서 화산 폭발의 전조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홍 교수는 “백두산의 그간 화산 활동 과정을 살펴 볼 때 언제든지 활성화될 여지는 있다”고 전제한 뒤 “따라서 화산활동 가능성과 백두산의 화산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질학적 탐사 방법을 동원하여 종합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두산 지하의 탄성파 측정 결과 상당한 마그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연세대

백두산 지하의 탄성파 측정 결과 상당한 마그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연세대

백두산은 지하의 마그마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적으로 잠재적인 분화 능력을 가진 화산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마그마 플러밍 시스템(magma plumbing system)’이라고 부르는 ‘마그마방’의 수직 팽창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가장 시급하게 파악해야 할 부분은 마그마 공간의 위치와 분포, 그리고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실제로 예상 지역을 탐사하는 작업은 마그마방의 공간 위치와 분포 파악은 물론, 화산활동의 임박징후 등을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현재 여건으로는 백두산의 직접 탐사나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홍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반도 화산분화와 지진활동 감시를 위해 과학관측용 인공위성이 필요하며, 이 밖에도 지상 관측 인프라 확보와 통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의 유용규 과장은 “지진이나 화산 모두 기상청의 축적 자료가 38년 밖에 되지 않아 데이터 분석 기간이 너무 짧다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히며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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