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7,2019

동물실험 필요없다…‘장기 칩’ 시대

투명 칩 안에 인체세포 배양해 신약 임상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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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던 북부 지역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새로 개발한 신약이 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간세포를 다양하게 배양해 반응 정도를 테스트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 크기의 조그만 장치(device)가 등장했다.

이 장치는 생체공학자들이 ‘장기 칩(Organ-on a Chip)’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칩 안에 간세포가 들어 있었다.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작은 칩 안에서 배양해 마치 장기와 같은 기능을 갖도록 한 인공 장치였다.

실험실에서 B형 간염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옥스퍼드대 연구실에서 고안한 것이다. 옥스퍼드대 창업회사인 ‘CN 바이오(CN bio)’에서는 이 칩을 ‘퀀텀 B(Quantum-B’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심장·간·폐 세포 칩에서 태반 칩까지 등장 

최근 신약 개발 현장에서는 이런 ‘장기 칩’을 사용하는 실험실이 크게 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하버드대 위스 연구소(Wyss Institute)는 사람의 폐와 유사한 ‘렁 온 칩(Lung on a chip)’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대 위스 연구소(Wyss Institute)에서최근 개발한  ‘렁 온 칩(Lung on a chip)’. 사람의 폐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미니 인공장기다. 최근 많은 연구소에서  이 인공 칩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http://wyss.harvard.edu/

미국의 하버드대 위스 연구소(Wyss Institute)에서 최근 개발한 ‘렁 온 칩(Lung on a chip)’. 사람의 폐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미니 인공장기다. 최근 많은 연구소에서 이 인공 칩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http://wyss.harvard.edu/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대는 사람 심장과 비슷한 환경을 구축한 ‘핫 온 칩(heart-on-a-chip)’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장, 창자, 근육, 뼈, 피부 등 다양한 인체 세포들을 적용한 칩들이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18일 ‘워싱톤 포스트’는 NIH(미국국립보건원)에서 미니 태반을 담은 ‘장기 칩’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칩은 임신 중 태반의 기능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칩 속에들어있는  태반 세포들은 사람 몸에 있을 때처럼 성장하면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중이다.

NIH 연구자들은 이 칩을 통해 동물 실험에 소요되던 임상실험 기간을 줄이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이전의 동물 모델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인체 모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사람과 다른 동물들 간에 생물학적으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실험 중에 자주 활동을 멈추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동물 실험만큼이나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칩’이 등장했고, 과거 신약 실험의 단점을 대폭 보완해주고 있다. 임상실험에서 우려되는 자원참여자들의 건강 문제를 말끔히 덜어주면서 사람 인체 실험을 하듯이 정확한 인체반응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여러 가지 칩을 동시에 적용한 후 인체로부터 복합적인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장세포의 ‘핫 온 칩’과 함께 간세포를 담고 있는 ‘리버 온 칩(liver-on-chip)’을 동시 적용해 신약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측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동물 실험 기간 대폭 단축, 개발 비용 줄여 

동시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심장에 잘 듣는 효능을 검사하면서 동시에 독성으로 인한 간세포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실험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장기 칩’은 분자들을 ‘폴리머(polymer)’와 같은 합성물질로 제작된다. 이 칩은 현미경으로 칩 안에 있는 세포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하다. 어떤 경우는 컴퓨터 마이크로 칩에서처럼 사진석판술(photolithography)와 같은 신기술을 추가하기도 한다.

빛을 가해 사진을 찍는 것처럼 회로와 같은 형상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많은 칩들을 성격에 따라 이름을 붙인 후 간편하게 분류하기 위해서다. 칩 내부는 배양된 세포들이 쉽게 부착될 수 있도록 정교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세포들이 인체에 붙어있을 때처럼 어떤 어려움도 느끼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이란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나노 크기의 초소형 물질이 세포 속을 돌아다니면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말한다.

이를테면 혈액모방 유체(blood-mimicking fluid)를 극소형 채널·파이프를 통해 투입시킨 후 유체를 통해 세포에 필요한 영양소를 투입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실험에 필요한 다양한 유체들을 투입해 활용할 수 있다.

칩 개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공학 분야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따르면 칩 제작에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성분이 아직 완전치 못하다. 경우에 따라 특정 성분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질은 실험 결과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 실험에 사용할 대용혈액(代用血液) 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세포에 투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universal) 혈액을 배양해야 하는데 각 나라마다 대용혈액 성분이 달라 연구소 간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칩 대량 생산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장기 칩’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신약 개발 관계자들은 신기술이 결합된 칩들이 등장하면서 장기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현장에서 실험기간이 단축되는 등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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