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도살된 돼지 뇌를 되살리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죽음에 대한 기존 정의 바꿀 수 있어

갑자기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4분이다. 그 안에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뇌 손상이 덜하고 생존율도 3배 이상 높아진다. 심장이 공급하는 산소와 혈액을 뇌가 받지 못하면 뇌에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나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모든 포유류의 뇌는 산소와 단절된 지 약 10~15분이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이 같은 통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예일대학 의대 네나드 세스탄 교수팀은 육류가공업체의 도축장에서 몸통이 잘려나간 돼지의 머리 32 두를 긴급히 실험실로 가져왔다. 연구진은 돼지 머리에서 뇌를 분리한 뒤 자신들이 고안한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장치를 연결했다.

도축된 돼지의 뇌에 합성혈액을 공급해 생명의 징후를 찾아낸 연구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 Public Domain

도축된 돼지의 뇌에 합성혈액을 공급해 생명의 징후를 찾아낸 연구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 Public Domain

루프형 튜브와 작은 저수조로 구성된 브레인엑스는 산소와 영양분, 보존제, 안정제 등이 함유된 합성 혈액을 돼지 뇌의 동맥에 주입했다. 그 합성 혈액은 체온과 같은 온도로 맞춰져 있었다. 즉, 이 장치는 동맥을 통해 돼지의 뇌 전체에 합성 혈액을 펌프질하는 일종의 인공심장이었던 셈이다.

그러자 죽은 지 4시간이나 지난 돼지 뇌에서 놀라운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상시처럼 포도당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이다. 이는 뇌세포의 신진대사가 다시 켜졌음을 의미한다. 혈관 구조도 회복됐으며, 뇌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도 감지됐다. 뇌세포의 모양도 돼지 머릿속에 있을 때처럼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됐다.

그런 상태가 6시간 동안 지속된 후 연구진은 돼지 뇌에서 브레인엑스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브레인엑스와 연결하지 않은 대조군의 뇌가 너무 손상되어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합성 혈액 주입하자 뇌세포 다시 기능 발휘해

그 후 뇌를 해부한 결과 연구진은 뉴런들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뇌세포들이 돼지가 살아 있을 때 가지고 있던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네나드 세스탄 교수팀은 지난해 3월에도 이번 연구의 예비적인 실험 결과를 ‘MIT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산소나 포도당 등의 어떤 것도 없이 4시간 후에 대부분의 뇌세포가 다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이번 연구는 죽음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결과다.

왼쪽은 죽은 지 10시간 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돼지의 뇌 세포 상태이며, 오른쪽은 브레인엑스를 연결해 생명의 징후가 나타난 상태다. ⓒ Nature, Yale School of Medicine

왼쪽은 죽은 지 10시간 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돼지의 뇌 세포 상태이며, 오른쪽은 브레인엑스를 연결해 생명의 징후가 나타난 상태다. ⓒ Nature, Yale School of Medicine

사실 연구진이 이번 실험에 사용한 브레인엑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개발된 도구 중 하나다. 2014년에 약 1억 달러의 예산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뇌 활동과 관련된 경로 및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나노기술을 이용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알츠하이머, 간질, 뇌손상 등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세스탄 교수팀의 연구 목표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가 되살아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여러 면에서 윤리적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죽은 동물의 뇌를 활성화시킨 것 자체가 논쟁거리다. 자칫해서 죽었던 뇌의 의식이 다시 깨어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세스탄 교수팀은 사전에 그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합성 혈액 속에 신경활동차단제를 포함시켰다. 신경활동차단제를 넣은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신경세포가 켜졌을 때 지나친 흥분으로 화학적 불균형을 일으켜 세포가 죽는 흥분 독성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뇌가 깨어나 어떤 수준의 의식을 회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만약 뇌파 측정기를 통해 의식이 감지되었다면 즉시 실험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식의 징후는 발견하지 못해

하지만 총 6시간에 이르는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은 의식의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확인한 것은 다만 생명의 징후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세스탄 교수는 “임상적으로 죽은 뇌였다”고 표현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뇌의 광범위한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EEG가 과연 어떤 의식이나 지각의 생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인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돼지의 뇌에는 수십억 개의 뉴런이 있는 만큼 뇌가 다시 생명의 징후를 보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또한 돼지가 어떤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뇌의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활성화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부분적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동물 실험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연구진은 “뇌는 이미 죽은 동물로부터 오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동물 연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들은 어떤 의식이 사후에 회복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그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이 같은 해명에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몇몇 다른 연구진들이 이들의 실험 방법을 이용해 윤리적 지침을 어긴 연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를 진행한 세스탄 교수조차도 이런 연구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및 윤리적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알코사에 보관된 냉동인간 중 절반은 뇌만 냉동 보존되고 있다. 몸 전체가 아니라 뇌만 보존하는 것은 보관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먼 미래에 뇌만 되살려도 자신의 모든 기억과 의식, 즉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냉동된 뇌를 되살릴 수 있을 희망적인 기술이 바로 오바마 뇌 프로젝트 같은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뇌의 지도가 만들어지면 냉동된 뇌를 분석해 컴퓨터에서 이를 재현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기존 관념에 변화를 몰고 왔다면, 그들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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