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times - https://www.sciencetimes.co.kr -

대멸종 소행성 충돌 직후 암석, 액체처럼 흘러

극심한 진동이 암석 유동화 일으켜

FacebookTwitter

중생대 백악기 말기인 약 6,600만년 전 작은 도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다. 이 충격이 있은 뒤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이 멸종했고,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충돌은 지름 약 185㎞, 깊이 약 11㎞의 상흔을 남겼다. 바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 연안에 있는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 얘기다.

칙술루브 충돌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잘 보존된 충돌구로 8㎞ 깊이의 암석 아래에 묻혀있다. 바깥 가장자리 안쪽에 부서진 바위로 형성된, 피크 링(peak ring)이라 불리는 둥근 산맥이 있는 유일한 충돌구이기도 하다.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림 일러스트. 지름 수㎞짜리 소행성은 수백만톤의 핵폭탄 위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Vojtech.dostal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지름 수㎞짜리 소행성은 수백만톤의 핵폭탄 위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Vojtech.dostal

소행성 충돌 후 파인 지점 붕괴돼

이런 특이한 모습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리고 최근 그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4일자에는 미국 퍼듀대 연구팀의 최신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 직후의 극도로 강한 진동이 몇 분 동안 암석을 액체처럼 흐르게 함으로써 그런 모습이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사발 모양의 구덩이가 생긴다. 하지만 움푹 패인 구덩이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충돌한 소행성이 어느 정도 크다면 깊이가 20마일(32㎞) 이상 파이게 되고, 파인 지점은 불안정해서 붕괴된다.

미국 퍼듀대 지구와 대기 및 행성과학과 제이 멜로쉬(Jay Melosh) 교수는 “부서진 바위는 잠시 동안 액체처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액체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많은 이론들이 제시돼 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강력한 진동이 암석을 끊임없이 흔들어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6600~6500만년 전의 C-T(Cretatious-Tertiary)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충격과 그 여파에 따른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 충돌로 열이나 파편 이외에 재와 먼지가 대기 중에 가득 차 햇빛을 가림으로써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에 피해를 주고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대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JPL-Caltech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 지역 지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6600~6500만년 전의 C-T(Cretatious-Tertiary)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충격과 그 여파에 따른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 충돌로 열이나 파편 이외에 재와 먼지가 대기 중에 가득 차 햇빛을 가림으로써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에 피해를 주고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대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JPL-Caltech

음향성 유동화’로 암석류 생성

‘음향성 유동화(acoustic fluidization)’로 알려진 이 메커니즘은 소행성 충돌 직후 몇 분 안에 충돌구 중앙에 있는 고리 모양의 산맥이 융기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다. 이 아이디어는 1979년 멜로쉬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지구나 수성, 금성, 화성 및 달까지를 포함해 육지가 있는 행성의 충돌구에서는 모두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충돌구를 상세히 관찰할 수 없어 이들 행성에 있는 충돌구를 직접 연구하기는 아직 어렵다.

칙술루브 충돌구는 지난 6,600만년 동안 묻혀 있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표준방식으로는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멜로쉬 연구팀은 국제 대륙 과학굴착 프로그램(International Continental Scientific Drilling Program) 소속인 국제 해양탐사 프로그램(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을 통해 연구를 위한 굴착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름이 6인치(약15㎝), 깊이 1마일(1.6㎞) 정도 되는 구멍을 뚫고 소행성 충돌로 부서지거나 부분적으로 녹았던 암석들을 채취했다.

그리고 연구팀이 굴착 채취한 코어에서 암석의 파열 영역과 패턴을 조사한 결과, 암석 파편들을 흐르게 한 진동 시퀀스의 진화 현상이 발견됐다.

국제 해양탐사 프로그램의 굴착 작업 모습. 이 프로그램에 의해 채굴된 1마일 길이의 침전물 코어는 칙술루브 충돌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혀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CREDIT: 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

국제 해양탐사 프로그램의 굴착 작업 모습. 이 프로그램에 의해 채굴된 1마일 길이의 침전물 코어는 칙술루브 충돌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혀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CREDIT: 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

다른 행성 충돌구 연구에 도움

멜로쉬 교수는 “이번 발견은 충돌구가 어떻게 붕괴되는가, 그리고 거대한 양의 암석이 어떻게 ‘산사태나 지진 같은 상황에서 바위나 흙이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산사태가 마을을 휩쓸어버릴 때, 사람들은 처음에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교란현상이 엄청난 양의 질량을 움직이게 하면 암석이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룡의 멸종 자체는 충돌구의 내부 붕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아마도 충돌에 따른 외부적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멜로쉬 교수는 보고 있다.

어쨌든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한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충돌구가 생기는 것은 모든 육지 행성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또한 태양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소행성 충돌 메커니즘을 확인 평가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2014 Sciencetim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