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달력은 동서양 역사와 문화의 산물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43)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달력을 찾아보게 되고, 직장인의 경우에는 새해에는 연휴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서양식 달력인 그레고리우스력의 유래는 멀리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바탕을 이루는 태양력은 고대 이집트의 달력에서 따온 것이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개정한 달력이니만큼 기독교 문화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또한 여전히 함께 쓰이는 음력은 고대 중국의 태음력에서 유래된 것이니, 달력 자체가 동서양의 오랜 역사와 문화 등이 융합된 산물인 셈이다.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그레고리력을 만든 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 ⓒ Free photo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그레고리력을 만든 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 ⓒ Free photo

한편으로는 여전히 조금 불합리하고 의문스럽게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다. 즉 수많은 달들 중에서 유독 2월은 평년에는 28일, 윤년에도 고작 29일이니 다른 달에 비해서 푸대접을 받는 셈이다. 해마다 2월 말이 되면 공과금 납부 기일 등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큰달(31일)과 작은 달(30일)이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있지만, 7월과 8월은 연달아서 큰 달로만 이루어져 있다. 또한 라틴어를 아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깨달았겠지만, 9, 10, 11, 12월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의 접두어가 라틴어로 7(septem), 8(octo), 9(novem), 10(decem)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 원인들을 살펴보자면 고대 로마의 달력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태음력에서 영향을 받은 초기 로마의 역법은 1년이 10개월, 총 304일로 되어 있는 조악한 태음력이었다. 즉 한겨울의 61일은 아예 달력의 날짜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경 고대 로마의 달력. ⓒ Free photo

기원전 1세기경 고대 로마의 달력. ⓒ Free photo

따라서 1년의 시작은 현재의 1월이 아니라 3월이었으며, 겨울과 싸워서 봄이 온다는 의미로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를 따와서 마르티우스(Mártĭus)라고 불렀다. 4월은 꽃이 개화하는 등 만물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라틴어의 ‘열리다(Aperire)’라는 단어에서 따서 지었다. 5월은 봄과 성장의 여신인 마이아(Maia)에서 따왔고, 6월은 결혼과 출산의 여신이자 신들의 여왕격인 유노(Juno)에서 따서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달인 7월부터는 그냥 숫자 그대로 달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기에, 오늘날 9월부터 달의 숫자와 접두어가 서로 달라 헷갈리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1년의 처음에 ‘야누아리우스(Ianuarius)’, 마지막에는 ‘페브루아리우스(Februárĭus)’가 추가되어 12달이 되었다. 1월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수문장의 신이자 과거와 미래를 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에서 따서 지었고, 마지막 달은 한 해를 보내면서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정화한다는 의미로 ‘청정 예식(Fébrŭa)’에서 유래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즉 지금의 2월은 원래 1년의 맨 마지막 달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태양력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28일밖에 남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몇 차례의 혼란을 겪은 후에야 각 달들은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되었다. 당시 로마에서 달력을 관리하던 제관들은 자신들이 편리한대로 달들을 덧붙이거나 빼는 바람에 혼란이 심하였고, 윤달을 넣는 방법이 잘못되어 3개월 정도 계절과 달력의 날짜가 틀리기도 하였다.

5월이라는 영어 단어의 유래가 된 봄의 여신 마이아. ⓒ Free photo

5월이라는 영어 단어의 유래가 된 봄의 여신 마이아. ⓒ Free photo

한편 이집트에서는 고대로부터 태양력을 쓰고 있었다. 수리시설을 위한 측량학, 실용적인 수학, 천문학 등이 일찍부터 발달했던 이집트는 계절의 흐름과 일치하는 태양력을 세계 최초로 채택하였기 때문에, 이에 따르면 농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나일강의 홍수가 언제 올 것인가를 알 수가 있었다.

그 후 로마의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B. C. 100-44; 줄리어스 시저)가 이집트 정벌을 나갔을 때 그곳 사람들의 편리한 태양력을 알게 되자, 이를 본떠서 1년을 12달 365일, 4년에 한 번씩 윤년을 두는 율리우스력을 제정하였다. 7월은 카이사르의 생일이 있는 달이라서 이전의 ‘Quintílis’를 고쳐서 그의 이름대로 ‘Júlĭus’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한 8월은 그의 조카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 B. C. 63 – A. D. 14) 황제의 전승일을 기념하여, 역시 그 이전의 ‘Sextilis’ 대신에 ‘Augústus’로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큰 달(31일)과 작은 달(30일)이 한 번씩 교대로 되었으나 7월은 큰 달인데 비해 8월이 작은 달이 되자 아우구스투스가 불만을 느껴서, 최초에 마지막 달이었던 ‘페브루아리우스’에서 하루를 떼어서 자신의 달인 8월마저 큰 달로 만들었기 때문에, 2월은 29일에서 하루가 더 줄어서 평년에는 28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4년마다 한 번 씩의 윤년만으로는 365.2422일의 평균태양년을 온전히 보정할 수는 없었던 법이었기 때문에, 그 후 많은 세월이 흐르자 상당한 오차가 생기게 되었다. 즉 율리우스 달력의 1년은 실제보다 0.0078일이 길어서 130년에 하루 정도의 오차가 나는데, 16세기가 되자 그 차이가 무려 10일이나 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기독교의 명절인 부활절이 천문관측 결과, 성경의 기록과 다르게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자,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Gregorius) 13세는 1582년에 다시 달력을 교정하여 오늘날과 같은 그레고리달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0일이 삭제되어 1582년 10월 5일은 곧바로 10월 15일이 되었다. 그레고리달력은 400년에 97번의 윤년을 두는 셈이므로, 1만년에 사흘 정도의 오차가 생기는 정도이므로 적어도 앞으로 몇 천년 동안은 다시 달력을 손질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승일이 있는 8월의 명칭의 유래가 된 아우구스투스황제. ⓒ Free photo

전승일이 있는 8월의 명칭의 유래가 된 아우구스투스황제. ⓒ Fre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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