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9

눈과 시각

[한국일보공동기획] 빛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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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을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視覺)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볼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감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보통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서 획득하는 정보의 80% 이상이 시각을 통해서 얻어진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시각은 예로부터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관심과 사색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연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물을 보고 인지하는 과정을 신체의 생리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추적해 보자. 시각의 출발점은 사물들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가시광선이다. 보통은 태양광이나 조명등에 의해 사물에 쪼여지는 빛 중 일부분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빛이 없다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에 들어온 빛이 우선 만나게 되는 것은 각막이다. 각막은 흔히 우리 눈을 보호하는 가장 바깥쪽의 조직이면서 동시에 빛을 모아서 망막 상에 맺히도록 굴절시키는 렌즈의 역할도 수행한다.



각막을 지난 빛은 홍채에 의해 둘러싸인 눈동자(동공)를 통과하고 수정체를 지나간다. 홍채는 매우 유연하게 수축되거나 확장될 수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의해 눈동자의 크기가 바뀌면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절된다.



밝은 환경 하에서 눈동자의 지름은 약 3.5 밀리미터로 줄어들지만, 컴컴한 방안에서는 그 크기가 8밀리미터까지 확장되어 최대한 많은 빛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인종에 따라 바뀌는 눈의 색깔은 바로 홍채의 색에 의해서 결정된다.



수정체는 모양체라는 강한 근육에 의해 형태가 바뀌면서 각막에 의해서 굴절된 빛의 초점을 미세하게 조정하여 우리가 보는 대상을 망막 위에 정확히 맺히도록 한다. 이 수정체의 유연성에 의해 우리는 먼 곳의 사물과 가까운 곳의 사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나이가 들거나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수정체의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력이 떨어진다면 눈이 바라보는 대상의 초점을 망막 상에 정확히 형성시키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원시나 근시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상이 맺히는 망막은 굳이 비유하자면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써,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가 분포해 있어서 입사되는 빛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준다. 시세포에는 원추세포(cone cell)와 막대세포(rod cell) 두 종류가 있는데 밝은 곳에서는 원추세포가 활동하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훨씬 더 민감한 막대세포가 원추세포를 대신해서 빛을 감지한다.



이 시세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세기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밤하늘의 매우 희미한 별빛에서부터 –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 대낮의 태양빛과 같이 매우 밝은 빛도 감지할 수 있다.




시세포에서 생성되는 전기적인 펄스 신호들은 시신경 섬유 다발들에 의해 모아진 후 뇌로 전달된다. 뉴런으로 불리는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점멸하는 전기적 신호를 뇌로 운반한다. 뇌에 전달된 전기적인 시각정보는 뇌의 뒤쪽 영역인 “후두엽”이라는 곳에서 처리되고 영상으로 전환된다.



후두엽의 대뇌피질인 “시각피질”에서 처리되고 형성된 영상에 대한 정보는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인 “해마”에서 과거의 정보들과 비교되어 판단된 후 전체 대뇌 피질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생리적 과정이 인간의 시각능력을 다 설명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은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 시각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꿈을 꿀 때 사람의 눈은 매우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50대 남자가 수술을 통해서 시력을 회복한 경우가 있었다. 그는 볼 수 있는 능력은 회복했지만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즉 그는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었고 자신이 본 사물들 사이의 공간적 관계도 판단할 수 없었다. 오직 손으로 사물들을 만져보고 느낀 후에 그 사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눈에서 뇌로 시각정보가 전달되는 생리적 과정과 인간의 마음과 기억에 의해 가공, 판단되는 과정은 서로 상보적인 과정으로써 우리의 시각능력을 형성하는 두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과정이 아닐까?

  • 고재현 한림대학교 전자물리학과 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05.09.07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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