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뇌과학 연구 방법론의 근본적 결함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논문이 발표돼 뇌과학과 인공지능(AI) 등 관련 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 뇌과학의 방법론들을 적용해 40여년 전 나온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게임기를 분석했더니 무의미한 결과의 나열에 그쳤고 작동 원리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의도를 갖고 설계한 단순한 시스템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방법론을 사용해서 그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인간의 뇌를 이해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뇌과학 방법론에 대한 조심스럽고 진지한 성찰이 없는 한, 현재의 ‘빅데이터’식 연구는 별다른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논문 저자들의 주장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전기공학·전산학과의 박사후 연구원인 에릭 조너스 박사, 노스웨스턴대 생리학과와 시카고 재활병원(RIC)의 콘라드 코딩 교수는 ‘뇌과학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12일(현지시간) 학술지 ‘플로스 계산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었다.
현재 뇌과학은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기 위해 매우 다양한 연구 기법을 사용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거의 모두 환원주의적이고 경험주의적이며 부위별 기능을 중시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뇌의 물리적·화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특정 부위에 어떤 자극을 주면 어떤 반응이 있나’, ‘특정 부위의 특정 뉴런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신경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신호를 주고받는가’ 등 단서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너스와 콘라드는 이런 고전적인 뇌과학 연구 방법들을 인간의 뇌보다 훨씬 간단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적용했더니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진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의미 있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1975년에 나온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MOS 테크놀로지 6502’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1977년에 나온 게임기 ‘아타리 2600’은 이 칩과 사실상 똑같은 변형 칩을 사용했으며, ‘동키 콩’ 등 인기 게임을 돌릴 수 있었다.
이들은 칩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어떻게 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또 개별 트랜지스터를 파괴하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을 살펴 봤다.
마치 뇌과학자들이 뇌의 뉴런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탐구하고, 특정 부위에 병변(病變)이 생기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었다.
이외에도 소자간의 연결성과 소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기법, 상관관계 등 통계적 분석, 기능적 관계를 분석하는 기법,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해당하는 화면 픽셀의 밝기와 ‘뉴런의 활동’에 해당하는 개별 트랜지스터 상태의 관계를 파악하는 기법 등 뇌과학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들을 동원해서 칩의 거동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게임기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작동 원리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이해’의 수준은 사실상 제로였다.
이 기기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소자의 전기적 작동이라는 최저 수준부터 소프트웨어에 따른 게임의 규칙이라는 최고 수준까지 모든 수준이 낱낱이 알려져 있다. 인간이 이 시스템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뇌과학에 동원되는 방법으로는 이런 간단한 시스템에 대해서조차 본질과 무관한 피상적이고 단편적 지식밖에 얻을 수 없었다.
조너스 박사는 “인간이 (아타리 2600의) 트랜지스터 단위부터 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만들었으므로 우리는 이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직관을 갖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현재 쓰이는 (뇌과학의) 분석 기법을 컴퓨팅 시스템의 빅데이터 자료모음에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결점 중 일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뇌과학에 대한 현재의 빅데이터 접근법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 주거나 이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콘라드 교수는 “진전하려면 보다 나은 실험들, 이론들, 데이터 분석 접근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현존하는 뇌과학의 접근 방법론 모두를 사용해서 칩을 분석한 것은 아니다. 또 전기회로 기반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생물학적 시스템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뇌과학의 가능성을 통째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됐으나, 인간의 뇌는 고사하고 초파리의 뇌처럼 상대적으로 단순한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아직 잘 모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조너스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같은) 인공 시스템에 대해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미 존재하는 기기를 뜯어 봄으로써 그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해 봄으로써, (뇌와 같은)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할지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작년 봄에 초고가 공개된 후 뇌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 엄청난 화제가 돼 소셜 미디어 등으로도 내용이 많이 알려졌으나, 논문이 정식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논문의 최종본은 저널 ‘플로스 계산생물학’ 발간 시점에 맞춰 무료로 공개됐다.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인터넷주소(URL)는 다음과 같다. http://journals.plos.org/ploscompbiol/article?id=10.1371/journal.pcbi.100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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