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비행체’와 ‘우주운석’은 음속보다 빠르게 이동한다. 이들 물체 주위에는 급격한 가스 압축이 이뤄지는 충격파 현상이 나타난다.
충격파란 기체의 속도가 음속보다 빠른 초음속 유동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마이크론 두께의 좁은 영역을 의미한다. 우주 비행체 뿐 아니라 초음속 항공기와 대기에 진입하는 운석 주위, 태양계 및 은하, 핵폭발 등 지구 대기를 포함한 우주 공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대표적 자연현상 중 하나다.
충격파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수많은 이론적, 실험적 연구를 통해 대략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충격파의 높은 비평형성으로 인해 생성원리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어려웠다.
그동안의 연구들은 1867년 맥스웰(J. C. Maxwell)에 의해 제안된 ‘맥스웰(Maxwell) 기체입자 모델’에 기초해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높은 마하(Mach) 수 충격파 문제에서 수학적 특이성을 나타내 반세기 이상 비평형 유체역학 분야의 대표적인 미스터리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유체역학 분야의 미해결 문제인 초음속 충격파에서 수학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특이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명노신 경상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연구를 진행, 충격파의 수학적 특이성을 규명한 것이다. 이 때 ‘특이성’ 이란 발산 등으로 인해 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성질을 의미한다.
충격파에서 수학적 정의가 힘든 이유
“충격파에 대한 연구는 현 과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합니다. 매우 좁은 공간에서 기체입자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하는 비가역 과정인 만큼, 유체역학뿐 아니라 열역학 연구에서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거죠. 충격파 만큼 열역학 제 2법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자연현상은 없어요.
또한 충격파 문제는 1023 단위의 입자계를 측정 가능한 물리량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는 모든 기체, 그리고 폴리머 용액 등의 복잡유체와 반도체 전자수송 등 복잡계 시스템에 거의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때문에 단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죠. 복잡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간직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인간에 비유하자면 배꼽과 같은 중요한 위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서 언급했듯 충격파는 급격한 가스 압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온도와 압력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순간적으로 기체들이 평형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게 어려웠고, 이에 따라 공학적 응용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온도와 압력이 급격하게 변하는 충격파의 내부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전적인 이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비고전 이론이 필요합니다. 고전이론들은 충격파 구조와 같은 급변하는 기체운동을 묘사하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50년대부터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비고전 이론들이 연구돼 왔어요. 하지만 그 동안의 비고전 이론들은 높은 속도의 충격파에서 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특이성을 보여줘 유체역학의 중요한 미제 중 하나로 남아 왔었죠.”
명노신 교수팀은 기체입자의 이동과 충돌 항에 대한 정확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처리하면 충격파를 수학적으로 잘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존 선형이론의 경우 기체입자의 이동 등에 대해 일관된 처리를 하지 못해 특이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충격파 연구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까지 갈 수 있어요. 내부구조에 관한 비고전 이론이 1950년대 당시 응용수학의 메카였던 뉴욕대 쿠랑(Courant) 연구소의 그래드(Grad) 교수의 연구에서 비롯됐죠. 하지만 곧바로 수학적 특이성 문제에 봉착하게 됐고 이후 여러가지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이성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비고전 이론들은 한결 같이 음속의 두 배 속도 부근에서 발산해 그 이상 속도에서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심각한 한계를 보여 줬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비고전 이론은 특이성이 생기지 않는 낮은 속도의 충격파나 팽창, 전단 유동과 같은 제한된 문제에 국한돼 적용돼 왔어요. 하지만 우주 비행체나 우주 충격파 등의 실제 연구에서 중요한 영역은 음속의 5~50배 여서 특이성 문제를 해결한 비고전 이론은 해당 분야에서는 성배(Holy Grail) 중 하나로 여겨져 왔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명노신 교수팀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명 교수는 “특이성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은 수학적 복잡성이라 할 수 있다”며 “고전 이론의 결과물인 수학방정식은 보통 A4용지 2~3페이지에 달해 연구자들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연구 초기부터 원래 문제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방정식 양은 대폭 축소된 모델 방정식을 연구하는 접근방식을 택했다. 단순화된 모델을 다룸으로써 훨씬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고 별로 중요치 않은 복잡성은 건너 뛸 수 있어 특이성의 본질에 곧바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이성을 규명한 명노신 교수팀은 이후 충격파의 온도나 밀도 변화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구성관계식을 유도했다. 구성관계식이란 거시적 관점에서 물질의 기본역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공기와 물의 차이가 대부분 이 관계식에 의해 묘사된다. 명 교수는 “이 관계식을 이용해 개발한 다차원 전산해석코드는 100킬로미터 이상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비행체나 미소 기계장치 또는 진공장치 등의 설계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구성관계식을 유도한 것은 명노신 교수팀의 이번 연구가 갖는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수방정식을 이용하면 기존 방법에 비해 효율적으로 필요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있기에 공학적 응용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점을 갖는다. 때문에 이러한 유도는 명 교수팀 연구가 갖는 유일한 특성인 셈이다.
15년의 연구… 끈기와 노력이 가져온 산물
명노신 교수는 충격파 특이성을 이해하고 비고전 이론을 개발하는 데 약 15년의 연구기간을 소요했다. 명 교수는 “이 기간의 상당부분은 충격파 연구의 기초가 되는 이론화학을 배우는데 투자했다”며 “이론화학은 공학자로 훈련 받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학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잘못 이해한 것을 바로잡고 다각도에서 이론을 다듬는 노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특이성 원인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약 2년전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과제에서 시작했죠. 연구자, 특히 이론 연구자라면 아마도 동의할 텐데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이론은 초기에는 해당 연구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특정이론이 맞으면 나머지 이론들은 어려움을 겪는 경쟁관계에 놓이기 때문이죠.
이번 연구 결과들도 한결같이 경쟁관계에 있는 익명의 심사자들로부터 심한 반박을 받은 후 논문으로 출판됐습니다. 선배 연구자들은 종종 조언해요. 연구자의 가장 가까운 벗은 출판이 거절된 논문들로 수북히 쌓인 쓰레기통이어야 한다고요. 그만큼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성공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이 거절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어요. (웃음) 무엇보다 공평하지 않는 이유로 주요 결과가 거절될 때는 마음이 어렵죠.”
명노신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그가 박사학위 중이던 1994년,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던 미국인 동료의 논문에 대한 평을 접하고 나서다. 당시 그의 동료는 ‘레터(Letter)’ 지 2~3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복잡한 수학방정식을 제시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충격파 특이성으로 인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를 보며 명 교수는 ‘문제를 언젠가 꼭 해결해 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후, 몇 년 뒤 나사(NASA)에서 근무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연구를 진행했죠. 이번 연구를 통해 획득한 충격파 특이성의 원인규명 및 해결방법은 복잡유체의 특이성을 해결해 줄 뿐 아니라 마이크로 단위 반도체 장치의 전자수송 특이성 문제해결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학적 특이성 문제는 수많은 입자들로 구성된 복잡계(기체, 복잡유체, 전자 등) 시스템에 거의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이번 연구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복잡계 시스템 이해에 곧바로 응용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파급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대수 구성관계식에 기초한 실용 다차원 전산해석코드를 활용한 80킬로미터, 100킬로미터 등의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항공우주 비행체나 마이크론 단위의 미소기계장치, 진공장치 등의 공학적 설계에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반세기 이상 미제로 남아 있던 충격파의 수학적 특이성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비고전 이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죠. 더불어 이 과정을 통해 2세기 이전에 제안된 선형 구성관계식에 기초한 고전 유체역학을 극복하는 고차 구성관계식을 제시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의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파의 제일 안쪽을 고전이론에 비유한다면, 이번 이론은 양파의 속 뿐 아니라 고전이론이 감당하지 못했던 몇 겹을 더 추가한, 보다 완전한 양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명노신 교수는 충격파의 수학적 특이성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한국이 낳은 대표적 이론 화학자인 유병찬 명예교수의 ‘(비평형) 엔트로피에 관한 비가역 열역학 연구’를 접하고 난 후였다고 이야기 했다.
“다른 연구자의 어깨에서 시작한 연구인 만큼 이론화학과 공학, 수학을 접목한 이번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응용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개발한 유체역학 비고전 구성관계식을 복잡유체 등 다른 문제로 확장시키고 관련 비평형 모델 및 전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른 연구자들이 자신의 공학적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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