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서로 다른 주장이 치열하게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점에서는 스포츠와 닮은 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야깃거리를 남기는 경쟁이 항상 벌어진다.
과학사의 흐름을 바꾼 10가지 이야기를 담은 ‘과학사 대논쟁 10가지(Great Feuds in Science : Ten of the Liveliest Disputes Ever)’는 논쟁으로 바라본 과학의 발전사이다. 서로 대립하는 두 이론이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스포츠 중계하듯 담아서 휠씬 이해하기가 쉽다.
두 천재의 대립으로 유명한 사건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경쟁이다. 두 사람은 미적분을 비슷한 시기에 발견했으나 논문 발표 날짜가 달랐다.
뉴턴이 먼저 미적분을 발견했지만, 논문은 라이프니츠가 먼저 발표했다. 영국과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는 뉴턴에게 돌아갔다. 뉴턴과는 달리 라이프니츠는 쓸쓸하게 말년을 맞았다.
그렇지만 저자인 핼 헬먼(Hal Hellman 1927~)은 라이프니츠에게 새로운 영예를 주었다. 라이프니츠야 말로 가장 낙천적인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 뉴턴을 힘의 단위로 사용하듯이 라이프니츠는 낙관주의의 단위로 쓰고 싶다고 주장한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엇갈린 평가
뉴턴 하면 고전물리학을 떠올리는데 비해서, 라이프니츠가 생각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다. 만약 우주의 모든 물체들이 하룻밤 사이에 크기가 2배로 늘어났다면 다음날 아침에 우리는 뭔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냐고 라이프니츠는 물었다.
공간은 ‘공존하는 것들의 질서’이고 시간은 ‘연속적인 것들의 질서’라고 본 라이프니츠의 생각은 너무나 심오하다. 뉴턴을 고전물리학의 정점으로 꼽지만, 라이프니츠는 2세기가 지나서야 물리학자들이 상대성 원리와 양자역학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역사학자 프리저브드 스미스는 평가했다.
서구 과학 발전에서 딴지를 건 것은 가톨릭이다. 17세기 아일랜드 주교 제임스 어셔는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 서술이나 천문 주기 등을 복잡하게 조합해서 1640년에는 천지창조의 시점을 기원전 4004년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무려 200년 동안 영국 교회는 이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영국 수학자이자 신학자, 천문학자인 윌리엄 휘스턴(William Whiston 1667~1752)은 노아의 홍수가 11월 28일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물론 너무나 널리 알려진 갈릴레이와 교황 우루바누스 8세와의 논쟁은 과학사 대논쟁의 첫 번째 챕터에 올라가있다. 불공평한 대결이라는 이름으로.
서양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비할 때 ‘대륙이동설’이 20세기 들어서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에 의해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아주 늦었다는 느낌을 준다. 베게너는 천문학자이자 기상학자였기 때문에 지구과학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베게너를 무시하고 비판하고 깎아내렸다.
베게너에 대해 미국 지질학자 베일리 윌리스는 대륙이동설이 ‘문헌을 어지럽히고 학생들의 마음을 미혹케 하는 동화’라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베게너가 사망한 지 13년이 지난 1943년에도 미국 고생물학자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대륙이동설을 반대했다.
1960년 프린스턴 대학 해리 헤스(Harry Hess)가 ‘해저확장’이라는 바닷속 연구를 발표하면서 베게너는 조금씩 살아났다. 위대한 탐험가인 베게너는 그린란드를 탐험하다가 50세에 일찍 사망했다.
논쟁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도구
논쟁이 반드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나이에 관한 논쟁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격변설과 동일과정설을 예로 들었다. 지구는 공룡의 멸망이나 운석의 충돌, 온난화와 화산 폭발 같은 격변에 의해서 5번이나 되는 동물의 대멸종을 경험했다(격변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주 서서히 오랜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사소한 변화가 축적돼서 발생했다(동일과정설). 사실 지구는 동일과정의 반복에 의해서 유지되다가 아주 예외적인 엄청난 격변이 일어났다. 두 가지 이론이 다 적용되는 것이다.
진화론이 확고한 뿌리를 내릴 때 ‘잃어버린 고리’인 고인류 화석을 찾으려는 도널드 조핸슨(Donald Johanson 1943~ )과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 1944~)의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조핸슨은 350만 년 전 살았으며 키가 105cm 정도인 사람과 비슷한 화석을 발견했다.
1974년 에티오피아 하다르에서 전체 골격의 40%가 한꺼번에 발견된 이 원인류에게 루시(Lucy)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핸슨이 발견한 루시와 리키 가족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두개골은 고인류학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면서 고인류의 역사를 계속 바꾸고 있다.
나머지 대논쟁은 원과 똑같은 면적의 정사각형 그리기(월리스 vs 홉스), 자연발생설논쟁(볼테르 vs 니덤), 진화론을 둘러싼 전쟁(다윈 vs 윌버포스 주교), 공룡 화석을 둘러싼 싸움(코프 vs 마시), 자연이냐 양육이냐(데릭 프리먼 vs 마거릿 미드) 등이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과학 천재들이 벌인 대 논쟁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지를 깊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미 확립되고 잘 정돈된 완성품으로서의 과학 이론과 체계를 배운다.
이 책의 가치는 역사로서의 과학, 과정으로서의 과학을 ‘논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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