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날고자 하는 꿈을 승화시킨 종목은?

여기는 평창 (8) 스키점프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종목이 있다. 바로 스키점프다. 절벽과도 같이 가파르게 쌓아 올린 인공 구조물에서 스키를 타고 활강한 후 도약대로부터 허공을 날아 착지하는 경기로서 스키 종목 중 하나다.

스키점프는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종목이다

스키점프는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종목이다 ⓒ 평창올림픽조직위

스키점프는 언덕이 많은 북유럽 지방의 전통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862년 노르웨이에서 첫 스키점프 대회가 열렸고,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겨울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키점프는 활강과 도약하는 모습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스키 경기의 꽃’으로 불리며 설상 분야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키점프는 물리 법칙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 교재

스키점프 종목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행 장면만큼이나 신비롭고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다. 활강과 도약, 그리고 비행으로 이어지는 스키점프의 핵심 3단계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배웠던 물리학 법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재라 할 수 있다.

우선 활강 단계에서는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 되는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100m 높이의 출발점에서 생긴 위치에너지가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면서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때 변환의 정도가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따라 도약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바꾸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활강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찰과 저항을 최소화하여 가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활강 자세에 달렸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의 관계자는 “상체를 들면 공기저항이 커지고, 고개를 너무 숙이면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상체가 활강면과 수평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키점프 도약대의 구조 ⓒ 평창올림픽조직위

스키점프 도약대의 구조 ⓒ 평창올림픽조직위

활강면과 선수의 상체가 수평을 이룰 때만이 공기저항이 최소화되면서 가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스포츠다. 이 같은 지속적인 수평 자세는 일류급 선수들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의 관계자도 “활강면이 미끄럼틀처럼 일직선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도약할 수 있도록 끝 부분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에 활강하는 동안 내내 수평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활강 다음에 이어지는 도약 단계에서는 선수가 도약대를 얼마나 힘차게 차고 이륙하느냐가 관건이다. 마치 개구리가 몸을 움츠렸다가 힘차게 뛰어 오르는 것처럼 몸을 펼치면서 차고 나가야 좋은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도약을 위해서는 발목 펴기가 10%이고, 허리 펴기와 무릎 펴기가 각각 25%와 65%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선수의 발목 펴기와 무릎 펴기, 그리고 허리 펴기가 순서대로 진행되지만 힘찬 도약을 위해서는 무릎 펴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양력을 극대화해야 멀리 날 수 있어

비행 단계에서는 공기 저항은 최소화하고 양력은 극대화해야 멀리 날 수 있다. 양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비행 자세가 매우 중요한데 과거의 스키점프 영상을 보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생소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점프할 때 모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다리와 발은 완전히 붙여 11자 자세를 취했다. 이후 손을 올리는 자세는 바람의 저항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손을 내리는 자세로 수정되었지만, 스키를 11자 형태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최고의 스키점프 자세로 여겨졌다.

그런 고정관념이 깨어진 것은 80년대 스키점프 선수로 활약했던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Jan Bokloev)에 의해서였다. 그는 비행할 때 스키의 뒷부분이 겹치도록 뒷부분을 모으면서, 앞부분은 최대한 벌리는 형태의 ‘V자세’를 취한 채 점프를 시도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면서 비행하는 보클뢰브를 보며 심판과 관중들은 모두 비웃었지만, 그가 착지한 지점은 모두의 예상을 깨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엄청나게 먼 곳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기록이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스포츠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1992년 알레르빌 올림픽 이후부터 V자세로 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로 통하고 있다 ⓒ olympic.org

1992년 알레르빌 올림픽 이후부터 V자세로 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로 통하고 있다 ⓒ olympic.org

실험실로 돌아온 과학자들은 곧바로 풍동실험에 착수했고, 그 결과 V자세로 비행할 때가 스키를 나란히 하는 11자세일 때보다 양력이 최대 28%나 증가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양력은 힘은 받는 면적이 넓을수록 강해지는데, V자 자세의 힘을 받는 면적이 11자 자세보다 더 넓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의 현장 실험을 통해 V자세가 11자세보다 비행 거리를 10m 이상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보클뢰브도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다른 선수들도 이런 자세를 따라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키점프 종목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V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스키점프 자세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선수들의 키에 맞는 최상의 자세를 찾는데도 과학적 원리가 동원되고 있다. 인하대 연구진이 항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아낸 결과에 따르면 선수들의 평균 키를 170cm로 가정했을 시, 스키와 다리의 각도는 26도, 그리고 스키와 지상의 각도는 12.3도일 때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약과 비행 자세를 위한 스키점프화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최근에 선을 보이고 있는 스키점프화는 일반 스키화와 달리 앞부분이 휘어지는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 있고, 뒤꿈치가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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