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장(腸)도 늙는다

장 줄기세포 분자신호 재활성화하면 기능 회복

음식을 소화시키는 장(腸)의 줄기세포는 장이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날마다 세포 재생을 돕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의 줄기세포도 사람이 나이를 먹고 늙어감에 따라 같이 노화하며 재생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과 독일 울름대 ‘분자의학과 줄기세포 및 노화연구소’ 연구진은 노화한 장의 줄기세포(ISCs)에서 잃어버린 핵심 분자의 신호를 재활성화하면 노인들이 건강한 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를 3월 14일 자 ‘셀 리포츠’(Cell Reports )에 발표했다.

생후 2년 가까이 된 ‘늙은’ 쥐의 장(오른쪽)과 생후 2~3개월 된 어린 쥐의 장을 비교했을 때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현미경 사진. 늙은 쥐의 장은 점막의 소낭선(점막 분비샘)의 수가 더 적다.  Credit: Cincinnati Children's

생후 2년 가까이 된 ‘늙은’ 쥐의 장(오른쪽)과 생후 2~3개월 된 어린 쥐의 장을 비교했을 때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현미경 사진. 늙은 쥐의 장은 점막의 소낭선(점막 분비샘) 수가 더 적다. Credit: Cincinnati Children’s

장 노화, Wnt 신호 감소가 주요 원인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사람이 늙어가는 것처럼 장의 줄기세포도 노화한다는 것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고 전했다. 장의 줄기세포는 다른 장 세포들이 스스로 갱신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또 세포 증식과 재생에 중요한 Wnt 단백질이 장 줄기세포의 신호를 감소시키고, 그에 따라 장의 노화과정이 촉진되고 ISC의 장 조직 재생능력이 상실된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 첫 번째 연구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신시내티 아동병원 실험 혈액학 및 암 생물학부 소속 하르무트 가이거(Hartmut Geiger) 박사는 “노화하는 장의 줄기세포에서 Wnt 신호 퇴화는 노인들이 섭취하는 음식과 영양소 흡수 사이의 불균형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나, 이번 연구에서는 Wnt 신호를 복원함으로써 이 과정을 역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약물 치료법을 고안할 수 있고,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장 점막의 주요 세포 유형 중 하나인 파네스 세포(왼쪽)와 쥐의 장에 있는 고블렛 세포. 푸른색은 고블렛 세포가 분비하는 점액이다. 사진 : Wikipedia

소장 점막의 주요 세포 유형 중 하나인 파네스 세포(왼쪽)와 쥐의 장에 있는 고블렛 세포. 푸른색은 고블렛 세포가 분비하는 점액이다. 사진 : Wikipedia

젊음과 나이듦의 차이

연구팀은 생후 2~3개월 된 어린 쥐의 장과 두 살 된 늙은 쥐의 장을 비교한 실험에서 장의 구조적 얼개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나이 많은 쥐의 창자는 소낭선(점막 분비샘) 수가 줄어들어 있었고, 구조가 어린 쥐보다 길고 넓었다. 또 영양분을 흡수하는 조직인 융모가 더 길고 세포 수가 더 많았다. 이와 함께 내장에서 활발히 분열하는 세포 수는 적었다.

연구진은 어린 쥐와 늙은 쥐의 장에서 서로 다른 특징도 찾아냈다. 둘 사이에 장 줄기세포 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관찰하지 않았으나 장 줄기세포의 기능을 나타내는 분자 표지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는 늙은 쥐의 창자에서 장 줄기세포 기능이 감소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장의 줄기세포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며, Wnt 신호를 재활성화하면 기능이 회복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림은 인체의 소화장관 모습. 그림 : Wikipedia

장의 줄기세포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며, Wnt 신호를 재활성화하면 기능이 회복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림은 인체의 소화장관 모습. 그림 : Wikipedia

장 구조 변화와 Wnt 신호 감소, 시험으로 확인

연구팀은 장 줄기세포와 이 줄기세포가 만들어내는 항균제 분비 파네스(Paneth) 세포와 점액 분비 고블렛(goblet) 세포의 기능을 감소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분자 단위의 유전적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장 줄기세포에 대한 RNA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했다.

이 시험 결과 늙은 쥐의 장 줄기세포에서 PPAR, SMAD 유전자와 Wnt가 관계된 분자 경로가 하향 조절되고, 유전자 발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Wnt는 장 줄기세포를 조절하는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경로에 초점을 맞췄다. 신체 결합 조직과 골격 조직을 형성하는 어린 쥐와 늙은 쥐의 간엽 조직(mesenchyme)에서 Wnt 신호경로의 존재와 강도를 시험했다. 간엽 조직은 최근 다른 연구에서 장 줄기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지지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은 또 어린 쥐와 늙은 쥐의 다른 장 세포, 특히 내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항균 펩타이드를 분비하는 고블렛 세포와 파네스 세포에서 Wnt 신호를 시험했다. 시험 결과 늙은 쥐의 장 조직에 있는 두 가지 세포 모두에서 Wnt 신호가 감소했다.

실험실에서 줄기세포 등을 재조합해 만든 실물 대용 유기체 모델인 인간과 쥐의 창자 오가노이드  시험에서도 연구팀은 노인과 늙은 쥐 오가노이드에서 장 구조가 바뀌고 기능이 저하된 징후와 함께 Wnt 신호가 저하된 사실을 관찰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하르무트 가이거 박사 Credit: Cincinnati Children's

논문 시니어 저자인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하르무트 가이거 박사 Credit: Cincinnati Children’s

치료요법 모색 위해 연구 계속

연구팀은 늙은 쥐의 장 세포와 기증된 인체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 Wnt 신호 유도제인 Wnt3a를 첨가해 장의 Wnt 신호를 복원하는 시험을 끝으로 연구를 마무리했다. 이 시험 결과 쥐와 인체 오가노이드 모두에서 장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이 갱신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파네스 세포와 고블렛 세포 생성이 촉진됐고, 소낭선을 비롯한 장의 중요한 구성물들의 수가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장 줄기세포를 갱신시키는 치료 요법이 인간에게 어느 정도까지 유익할 것인지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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