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깻잎과 상추가 쌈의 강자인 이유

안종주의 사이언스푸드(15)

한국인은 쌈을 좋아한다. 물론 쌈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제법 있는 대표적인 외국 쌈은 월남쌈이다. 따뜻한 물에 살짝 적셔 부드럽게 된 쌀 종이에 갖은 야채와 고기를 싸서 먹는 월남쌈은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웰빙에 관심 있는 이들이 즐긴다.

한국인이 즐기는 쌈은 각종 채소에 고기나 생선회를 얹은 뒤 된장이나 고추장 등 양념을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쌈 채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깻잎과 상추다. 상추보다 깻잎이 비쌀 경우가 많아 횟집이나 고깃집에 가면 깻잎이 야박할 정도로 나오기도 한다.

깻잎이 텃밭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모습. 깻잎은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 쌈 재료이다. 애호가들은 절임, 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하거나 음식에 넣어 먹는다.  ⓒ 안종주

깻잎이 텃밭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모습. 깻잎은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 쌈 재료이다. 애호가들은 절임, 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하거나 음식에 넣어 먹는다. ⓒ 안종주

깻잎과 상추는 인간의 오랜 친구들이다. 중국에서는 2천 년 전부터 깻잎을 먹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은 대다수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싫어하는 고수와 같은 향채를 음식에 빠지지 않고 넣어 즐기면서 깻잎 냄새는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깻잎을 처음 먹어보는 외국인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외국인 가운데 처음 먹는데도 깻잎의 독특한 맛과 향에 반해 깻잎 마니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 2003년 아내의 나라인 한국에 처음 온 할리우드 유명 흑인배우 웨슬리 스나입스는 “깻잎은 뭐든지 그 속에 넣어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깻잎 예찬론을 펼쳐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깻잎 애호가들의 깻잎 사랑은 유별나다. 깻잎으로 초절임, 장아찌, 김치 등으로 담가먹고 각종 찌개류에 넣는 것도 모자라 시의 소재로도 올린다. 시인 차갑부는 ‘깻잎에 싼 고향‘이라는 시를 짓고 이를 자신의 시집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필자도 깻잎을 무척 좋아하지만 차 시인의 깻잎 사랑에는 발밑도 못 쫓아갈 것 같다.

깻잎이 내는 독특한 향은 페릴 케톤과 페릴라 알데히드 성분 때문이다. 쌈으로 먹는 깻잎은 들깨 깻잎이다. 그 뒷면은 보라색을 띠고 있는데 여기에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이 들어 있다. 영양학자들은 깻잎에는 로즈마린산과 가바(GABA, 감마 아미노낙산 또는 감마 아미노부티르산, gama aminobutyric acid)성분이 다량 들어 있어 기억력 감퇴 예방과 스트레스 감소에 좋다고 말한다. GABA는 신경계에서 신경흥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깻잎의 가바 성분은 쌈배추나 치커리, 상추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로즈마린산은 대표적 허브식물인 로즈마리에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실은 깻잎에 훨씬 더 많이 있다. 로즈마리보다 7배나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깻잎은 항균, 항염증,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하며 심지어는 치매예방 효과까지 있다고들 한다. 철분도 시금치보다 2배 이상 많다고 하니 깻잎 애호가들이 그토록 사랑할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 쌈 재료인 상추. 요즘에는 텃밭에서 길러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안종주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 쌈 재료인 상추. 요즘에는 텃밭에서 길러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안종주

보통 사람들은 쌈 채소하면 상추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상추는 고려 시대 때 조상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는 줄기상추를 길러 먹었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잎상추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들여왔다.

상추를 길러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먹기 위해 딸 때 하얀 액이 나오는 것을 본다. 여기에는 쓴맛을 내는 락투신(lactucin)과 락투코피크린(lactucopicrin)이란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은 신경안정 작용을 지니고 있어 수면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아이들이 상추쌈을 먹을 때 어른들이 너무 많이 먹으면 잠 온다며 적당히 먹을 것을 권고하는 것에는 이런 과학적 이유가 숨어 있다. 자녀들이 잠을 일찍 자면 그만큼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부모들이 염려하는 것이다.

상추처럼 유즙을 내는 식물과 깻잎 식물과 같은 허브 식물은 벌레가 거의 꾀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서 길러먹기 안성맞춤이다. 유즙 등 때문에 벌레나 애벌레가 많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질 때문에 일찍 죽는 것은 피해왔지만 결국에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해 그들의 식탁과 음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재료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상추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감칠맛이 있기도 하고 독특한 향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상추의 감칠맛은 아데닐산이 담당한다. 상추에서 나는 향기는 깻잎에 많이 들어 있는 가바 성분의 형제 격인 알파아미노부티르산 때문이다.

상추와 깻잎은 농약(살충제)을 사실상 칠 필요가 없는데도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뉴스를 가끔 듣는다. 이들 채소에 조금이라도 구멍이 나거나 벌레 먹은 흔적이 있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질까 봐 약을 치는 농사꾼들이 아직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농약은 보이지도 않고 많은 양이 아니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눈으로는 구입하는 채소가 무농약인지, 저농약인지, 농약인지 알 길이 없다.

찜찜한 소비자들은 무농약 인증마크가 있는 것을 고르든지 그것마저 의심스러우면 집 텃밭에서 길러 먹는 길밖에 없다. 두세 평이면 봄·여름·가을철 먹을 수 있는 깻잎과 상추를 핵가족이 즐길 수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외국 쌈인 월남쌈. 매콤, 달콤 등 다양한 양념에 찍어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위키미디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외국 쌈인 월남쌈. 매콤, 달콤 등 다양한 양념에 찍어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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