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1,2019

기후변화, 알레르기 비염 부추겨

2040년엔 모든 식물 꽃가루 2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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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꽃이 활짝 필 무렵이면 꽃구경에 마음이 설레기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이들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더욱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아니, 올해뿐만 아니라 해가 갈수록 알레르기 질환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소속 식물생리학자 루이스 지스카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에 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Lancet Planetary Health)’ 최신호에 게재했다. 이들은 다발성 꽃가루의 계절적 농도에 관한 20년 이상의 장기 기록을 지닌 3개 대륙의 17개 지역을 선정해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7개 지역 중 12개 지역은 연간 누적 꽃가루 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11개 지역의 경우 공기 중에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해마다 평균 0.9일씩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의 꽃가루 생산량 및 비산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기후변화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의 꽃가루 생산량 및 비산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기후가 꽃가루 및 알레르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식물 중 하나가 돼지풀이다. 두드러기쑥이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초록색의 작은 꽃들이 피는데, 꽃가루가 많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해식물이다.

이 식물은 나무나 다년생 식물과는 달리 한해살이풀이어서 겨울 기온과 이전 계절의 강우량 같은 변수가 꽃가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쉽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의 280ppm에서 오늘날 400ppm 이상으로 변화하면서 돼지풀의 꽃가루 생산량도 2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꽃가루도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도 인이나 질소처럼 식물의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식물이 더 많은 꽃가루를 생산하도록 촉진시킨다. 꽃가루가 많아지면 씨앗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이는 다음 해에 더 많은 돼지풀을 증식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돼지풀이 고속도로변을 따라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의 국지적인 증가에 대응해 꽃가루 생산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지면 알레르기 더 심해져

봄꽃을 대표하는 목련이나 개나리, 벚꽃 등은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이 없다. 이 꽃들은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이기 때문이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은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전달하는 풍매화인데, 주로 가로수나 잔디, 잡초 등의 식물이 이에 해당한다.

참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등은 주로 3~4월에 꽃가루를 많이 날리며, 5~6월에는 플라타너스, 소나무, 버드나무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를 날린다. 또 잡초나 잔디 등은 여름철에 꽃가루가 절정을 이룬다.

연구진은 1900년대에 1㎥당 약 280ppm에 불과했던 돼지풀의 꽃가루 비산량이 2000년에는 370ppm에 달했으며 2060년에는 600ppm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지금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2040년까지 모든 식물의 꽃가루 생산량이 현재의 2배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제주도 환경보건센터 연구진은 2010년부터 8년간 꽃가루 채집기를 이용해 제주시 및 서귀포 지역의 삼나무 꽃가루 분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삼나무 꽃가루는 보통 2~3월에 많이 날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연구 결과 꽃가루가 처음 발견되는 시기가 서귀포는 1월 초‧중순, 제주시는 1월 중순에서 2월 초로 매년 빨라지고 있을뿐더러 발생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꽃가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알래스카 알레르기‧천식‧면역학센터의 제프리 데메인 소장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꽃가루의 양 외에도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성 펩타이드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펩타이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분자신호이므로 꽃가루에 더 많은 펩타이드가 있을 경우 알레르기 질환의 중증도가 더 심해지게 된다.

증가하는 곰팡이 및 곤충 활동도 문제

알래스카처럼 추운 지역의 경우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더 숨어 있다. 곰팡이와 곤충의 습격이 바로 그것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습기가 집 안으로 스며들어 곰팡이를 증식시킨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정 내에서 서식하는 곰팡이는 알레르기 발병 위험을 45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따뜻한 날씨는 땅말벌과 말벌 같은 곤충들을 추운 계절에도 더 많이 살아남게 만들어, 사람들이 이들 곤충에 쏘일 가능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경우 지난 10년간 벌레에 쏘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약 6배 증가했으며, 지난 2006년에는 앵커리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곤충에 쏘인 후 알레르기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성인의 약 8%가 꽃가루 알레르기에 의해 유발되는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의 약 15%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중 30%는 꽃가루 알레르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건강보험 통계에 의하면 2006년 411만여 명이던 환자 수가 2016년 699만여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 층에서의 환자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청소년의 36.6%가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2008년의 26.2%에 비해 10.4%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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