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기후변화가 동물 멸종 가속화”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0.9도 더 상승하면 생명체 20% 멸종

연일 폭염주위보가 발효되는 가운데 인명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벌써 전국에서 1200여 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6명이 사망했다. 이번 더위 때문에 피해가 속출하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르비아에서는 고온에 철로가 휘어지면서 일부 열차편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슬로베니아에서는 기온 관측사상 최초로 고도 1500m의 산악지대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유럽 남부에 위치한 이탈리아에서는 올 여름 폭염이 ‘루시퍼’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루시퍼는 성경에 등장하는 악마를 뜻한다.

악마 같은 더위에는 동물들도 맥을 추지 못한다. 폭염으로 인해 닭, 오리, 돼지 같은 가축들이 전국적으로 200여 만 마리나 폐사했다. 또한 수온도 높아져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들의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알려진 황금두꺼비. ⓒ 위키백과 Public Domain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알려진 황금두꺼비. ⓒ 위키백과 Public Domain

지구온난화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코스타리카의 고산 우림지대에 서식하던 황금두꺼비는 1960년대에 발견된 신종이다. 온몸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매력적인 이 두꺼비는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0년대 후반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엘니뇨로 인해 주 서식지인 습지와 웅덩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후 황금두꺼비는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기록됐다.

황금두꺼비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등지에서는 개구리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비교적 생태 환경이 좋은 이 지역에서 개구리들이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양서류의 피부 호흡과 신경기능에 치명적인 곰팡이균 때문이다. 곰팡이균의 갑작스런 증식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면 상승으로 멸종한 최초 포유류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포유류라는 기록은 호주의 작은 섬에 서식했던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에게 주어졌다. 작은 쥐처럼 생긴 이 설치류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작은 산호초 섬에 살았던 유일한 고유 포유류종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백 마리가 목격됐지만 2010년 이후 멜로미스는 어디에서도 목격되지 않았다. 이 동물을 멸종시킨 것은 해수면 상승이었다. 기후변화로 높은 밀물과 해수면 상승이 이어져 낮은 섬들이 물에 잠기게 되자 더 이상 먹이를 구하지 못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온난화는 극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현재 남극을 지키는 주인공은 황제펭귄이다. 약 60만 마리에 이르는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는 남극의 황제펭귄 개체 수가 2100년에는 최소 40%에서 최대 99%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황제펭귄들의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처참한 건 북극곰이다. 먹이가 부족해 동종 포식까지 하는 북극곰의 사진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북극곰의 멸종을 막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도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순록의 체중이 지난 16년간 12%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북극권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순록들이 먹이를 취하기가 어려워져서다.

열대권인 아프리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땅돼지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하라사막 이남에 서식하는 땅돼지는 낮에는 주로 땅속 구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흰개미 같은 작은 곤충류를 먹고사는 야행성 동물이다.

보고되기도 전에 멸종되는 종이 훨씬 많아

연구진이 추적장치를 활용해 아프리카 땅돼지를 관찰한 결과, 상당수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드러났다. 땅돼지는 온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지만, 주 먹잇감인 흰개미나 개미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이 섭취가 줄어들자 충분한 에너지를 얻지 못한 땅돼지들은 밤에 체온이 급감하면서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땅돼지의 개체 수 감소가 다른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땅돼지가 만든 굴은 조류나 파충류 등의 다른 동물들이 몸을 숨기거나 더위를 피하는 피난처로 사용된다. 따라서 땅돼지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이 동물들도 안전할 수 없다.

19세기 후반의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1.1℃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그보다 0.9℃ 더 높은 2℃ 상승할 경우 지구 생명체의 약 20%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 200만 종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찾아낸 수일 뿐이다.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은 그보다 훨씬 많은 약 15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처 인간에게 발견되기도 전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갈 생물 종이 훨씬 많은 셈이다.

며칠 전 국제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21세기 말에는 유럽에서만 매년 15만명 이상이 기후 재앙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그처럼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폭염 때문인 것으로 예상됐다. 인간이 그 정도면 야생동물이 당할 고통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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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허혜경 2017년 10월 26일6:34 오전

    두려움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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