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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학습은 어떻게 연결될까

뇌신경세포, 새 정보 통합하는 유연한 가소성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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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는 감각 신호를 행동으로 연결하고 이 연결을 기억으로 목록화하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이 연결을 형성하는 뇌신경세포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고정돼 있다고 생각돼 왔다.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런 작업을 담당하는 뉴런 영역이 이전부터 믿어왔던 것보다 덜 안정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과학저널 ‘셀’(Cell) 17일자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기억 형성이 정보를 매우 안정적이고 고정된 패턴으로 뇌에 전달한다는 전통적인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뇌신경세포 네트워크에 새로운 정보를 쉽게 통합하는 중요한 가소성(plasticity)이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런 가소성으로 인해 학습을 할 때마다 독립된 뉴런에 새로운 연결을 형성할 필요 없이 새 학습을 뉴런 네트워크에 더욱 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또한 기억장치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면 신경세포가 다른 중요한 업무에 쉽게 재할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감각신호를 연결하는 뇌신경세포 네트워크는 안정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쉽게 통합하는 가소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Credit: Firstsignal/Getty Images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감각신호를 연결하는 뇌신경세포 네트워크는 안정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쉽게 통합하는 가소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Credit: Firstsignal/Getty Images

기억 보존과 새 정보 통합하는 균형 유지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크리스 하비(Chris Harvey) 하버드의대 신경생물학 조교수는 “우리가 실험한 결과 감각 신호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뇌신경세포의 안정성은 예상보다 훨씬 떨어지고 오히려 일종의 뇌신경세포 효율성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많은 융통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며, “이런 상반 관계가 오래된 기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보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실험용 쥐로 하여금 한달 동안 가상 미로를 반복적으로 달리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진행로를 결정하는 뇌 영역에서의 뇌 활동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뇌신경세포들이 하나의 패턴으로 안정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쥐의 미로-주행 기억을 형성하는 뇌신경세포 세트는 이 기간 동안 계속 변화했다. 실제로 뉴런은 기억 패턴에서 전환 스위치 역할을 하거나 혹은 이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다른 뉴런들로 대체됐다.

하비 교수는 “개별 뉴런들은 며칠 동안 같은 일을 하는 듯하다 전환했다”며, “몇 주에 걸쳐서 우리는 뇌신경세포의 전반적인 패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험용 쥐가 신호를 인식하고 미로를 달라게 하는 실험 모형.   Credit: ‘Cell’ (17-08-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7.021

실험용 쥐가 신호를 인식하고 미로를 달라게 하는 실험 모형. Credit: ‘Cell’ (17-08-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7.021

반복되는 일은 어떻게 쉽게 하나

이번 실험들은 기억 형성의 신비를 밝히고, 특히 뇌가 어떻게 외부 신호와 행동들을 포착해 표지를 이용한 공간 주행 같은 과업을 반복 수행하는지를 알기 위해 실시됐다. 예를 들어 익숙하게 식료품 가게를 찾아가는 운전자를 상상해 보면, 그는 의식적으로 골똘하게 생각하지 않고 은행을 보고는 바로 오른쪽으로 우회전 한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모방하기 위해 실험용 쥐가 가상의 통로, 즉 쥐가 달리는 쳇바퀴 앞의 큰 화면에 컴퓨터로 만든 미로가 비쳐지도록 하고 검은색 신호가 나타나면 오른쪽으로, 흰색 신호가 나타나면 왼쪽으로 달리도록 했다. 그리고 쥐가 가상 미로를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 때 공간 결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있는 수백 개 뉴런들의 이미지를 촬영했다.

연구진은 쥐의 뇌에서 몇 주 동안 주행법 연결이 확고하게 확립되면 뉴런의 활동은 날마다 같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의 쥐들이 24시간 동안 미로를 달릴 때는 실제로 그랬다. 흰색 신호에 반응해 활성화된 뉴런은 검은 색 신호에 반응하는 뉴런과 구별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쥐의 뉴런 활동이 재조직화되는 모습.  Credit: ‘Cell’ (17-08-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7.021

시간이 지나면서 쥐의 뉴런 활동이 재조직화되는 모습. Credit: ‘Cell’ (17-08-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7.021

시간 지나면 기억 패턴 흐려져

그러나 몇 주가 지나면서 개별 뉴런에 있는 신호 사이의 선이 흐려지고 기억 패턴이 뉴런 사이를 표류하기 시작했다. 검은 색 신호와 연결된 뉴런은 검은 색과 관련한 특성을 잃어버리고 다른 특성으로 대치됐으며, 도리어 반대편인 흰색 신호 특성과 연결되기까지 했다. 이런 현상은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논문 제1저자로 신경생물학과 대학원생인 로라 드리스콜(Laura Driscoll)은 “우리는 뇌신경세포들이 매일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고 안정적 패턴을 기준선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하면서 연구를 기획했다”며, “뉴런들이 역할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연구의 일부를 재고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가 미로를 탐색하는 동안 세 번째 신호 모양을 추가하고 뉴런의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테스트했다. 쥐가 새로운 신호를 학습하고 여기에 개별 뉴런들이 재할당된 후, 전반적인 활동 패턴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새로운 학습을 통합하기 위해 유연하게 유지된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의대 크리스 하비 신경생물학 조교수 Credit: Harvard Medical School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의대 크리스 하비 신경생물학 조교수 Credit: Harvard Medical School

기억, 학습과정에 통합적으로 연결돼”

이들 연구팀은 뇌신경세포의 안정성은 이 뉴런들이 부호화하는 스킬이나 기억이 얼마나 자주 수정될 필요가 있느냐에 따라 여러 뇌 영역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비 교수는 새로운 정보를 뇌에 자주 입력해야 하는 주행 같은 과업에서 뉴런들이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 깜박임 같은 더 많은 본능적 신체반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은 뉴런 흐름으로 고정 연결될 수 있다.

드리스콜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억 형성의 복잡성을 매혹적으로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뇌 영역에서의 기억 형성과 저장에 대한 큰 그림을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의사 결정 및 기억과 관련된 뇌의 다른 영역들을 연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억이 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를 바란다”며, “기억은 활동적이며 학습 과정에 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8.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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