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8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테크네인문학

첨단 기술에 인문학적 상상력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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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원래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인 학문이었다. 과거 철학자가 과학자였고 신학자이기도 했고 문학을 논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간과 자연을 이성에 기반을 둔 과학적 사유를 토대로 설명하고 분석하면서 인문학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장인 임정택 교수는 “이제 이 두 영역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를 만나 이모저모를 물었다.

- 테크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테크네 인문학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첨단 테크놀로지, 예술적 감각의 조화를 통해 융합을 추구하는 실천적 인문학이다. 즉 이제까지 분리되어 발전해온 학문들을 조화시키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선 이성과 감성, 인간과 기계, 자연과 문명, 과학과 예술이 서로 융합하는데, 테크네 인문학에서 인문학자는 융합을 기획하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프로듀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테크네 인문학을 주창하게 된 이유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전에 인간은 먼저 상상을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보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천리안을 상상했고, 이는 텔레비전, 모바일 등 영상통신 기계 형태로 세상에 나타났다. 순간이동이라든가 동물보다 빠른 발을 갖고 싶은 욕망은 바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나아가 다양한 운송수단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이 기술에 대한 상상력은 결국 인문학적으로 표현된다. 이야기 형식으로 얘기되어지기고 하고 철학적 분석으로 토론이 되기도 한다. 즉 상상력과 테크놀로지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에 있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원래의 학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대로 돌아왔다. 테크네 인문학을 주창한 이유이기도 하다.”

- 과학은 왜 다시 인문학을 필요로 하나.

“과거에 분리된 학문으로는 더 이상 이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어서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들 생활에 곳곳에 엄청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대처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관념들도 과거와는 다르게 해석해야 할 시점이 되어버렸다. 이제와는 다른 존재론이나 인식론이 필요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점점 과학기술은 발달할 것이고 새롭게 진화될 것이다. 인문학은 앞으로 나아가야할 과학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그리고 그 첨단과학을 담아낼 그릇으로써도 필요하다.”

- 테크네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보통 과학자들은 서로 자기들끼리만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를 사용한다. 인문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어 타 학문과 대화하는 데 서투르다. 두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자주 얘기해야 한다.

과학자들 중에서도 많이들 인문학자와 만나 자신들의 분야를 확장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중들과 공유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로는 쉽지 않다. 테크네 인문학이 발전하기위해서는 과학자와 인문학자 등이 자주 만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테크네 인문학을 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성과물을 소개해 달라.

“연구소를 1998년부터 시작했다. 융합, 콘텐츠라는 말이 거의 통용되지 않을 때였다. 오히려 학제적 연구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부터 디자인, 영화, 공학,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그중 주도적으로 기계인 바퀴를 가지고 인류 문명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연구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바퀴와 속도의 문명사로 인간과 기계의 인문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현미경, 망원경, MRI 등 시각기계들이 인류문명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를 정리하기도 했다.”

▲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임정택 교수. ⓒiini0318



- 테크네 인문학과 같은 융합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최근 융합에 대한 담론이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인문학자 인문학자대로 따로 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융합에 대한 개념도 학자들 간 논란이 여전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소모적 논란은 자제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대중들은 융합에 대한 얘기를 계속 듣고 있는데,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가를 헷갈려 하고 있다.

이제는 구체적인 융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 본다. 콘텐츠를 만들어서 ‘이것이 융합이다’라고 보여줘야 대중들도 이해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면서 토론해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 제도적 지원은 어떤 상황인가.

“융합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지원이 현재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서로 자주 만나서 얘기를 하는 등 담론의 장을 자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도 함께 자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것을 주도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관이 별로 없다.

물론 타영역에 대한 연구가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아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해도 진행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다. 학자들 자신이 본인들의 영역을 오픈시켜 아이디어를 공유해 자신의 학문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식 전환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립적으로 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활성화 되기 전까지 정부가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 앞으로 테크네 인문학 활성화를 위한 계획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역사 속에 숨어 있는 구체적인 융합 콘텐츠를 찾아서 대중들에게 소개해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보니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른 하나는 상상력을 교육과정에 어떻게 넣을 수 있을지를 연구해보고 싶다. 테크네 인문학에서 상상력은 중요한 키워드이다. 학문간 융합에 있어 상상은 하나의 밑그림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상상력을 어떻게 교육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 실험을 해보긴 했다. 이미지·이야기· 과학 ·공간· 상상력 등을 담은 커리큘럼을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 ‘’어린이 상상력 교실‘이라는 교육모델을 운영해봤다. 과학전공자들이 아이들에게 유전자를 그림 모형으로 만들게 하고 이것을 토대로 자신들의 아이를 만들어 보게 하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현장에 적용한 프로그램이었다.

반응은 좋았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하면 마음껏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말하기도 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실험이었다. 학자이기도 하지만 교육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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