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19)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흥행에서도 성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은 숙주에 기생하는 벌레와 같은 동물을 지칭한 것이라기보다는, 남들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한 표현일 것이다.
기생충(寄生蟲, parasite) 또는 기생생물을 주요 소재로 한 SF물이나 스릴러 영화, 게임 등도 적지 않은데, 이들과 함께 기생충의 놀라운 생명력과 능력을 잘 살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끔찍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SF 영화로는 먼저 에일리언(Alien, 1979)을 들 수 있다.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일리언 시리즈는 여러 차례 속편과 아류작들이 만들어진 바 있다. SF 명작들을 많이 남긴 리들리 스콧이 첫 작품의 감독을 맡은 이후, 시리즈 속편은 제임스 캐머런 등 다른 감독들이 연출하면서 오랫동안 공포, 스릴러 외계인 영화로서 인기를 누려 왔다.
외계로부터 광물과 자원을 싣고서 지구로 귀환 중이던 우주 화물선이 미지의 발신 전파를 포착하고 어느 행성을 탐사하는데, 거대한 계란 모양의 물체를 조사하던 중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 외계 생물은 새끼를 인간의 몸속에 부화시켜서 인간 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들여 기생할 뿐 아니라, 우주 화물선의 금속 선체를 녹일 수 있는 산성피를 가진 끔찍한 존재로서 우주선 대원들은 이 에일리언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 애호가라면 잘 알 수 있겠지만,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외계 괴물의 생김새는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히드라와 매우 닮아있다. 외형만 닮은 것이 아니라 저그와 에일리언은 기생적인 생태 방식 역시 매우 유사하다.
즉 스타크래프트의 저그(Zerg) 종족은 곤충형 생명체가 유전자 조작에 의해 숙주 동물의 살을 파고 들어가 숙주와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으로서, 일종의 기생충과 닮았다.
또한 저그의 하나가 홀씨를 적에게 던져 숙주의 체내에서 뚫고 나오게 하는 기술은, 에일리언에서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몸속에서 배를 찢고 태어나는 것과 동일하다. 저그가 문명을 지닌 종족은 아니지만 뛰어난 적응력을 지니고 온갖 악조건에서도 잘 번성할 수 있듯이, 에일리언 역시 인간과의 전투에서도 쉽게 사멸하지 않고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숙주의 몸을 빌어서 번식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숙주인 동물을 살려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숙주를 죽이게 되면 기생충 자신도 살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체 내에서 살아가는 기생충인 회충, 요충 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어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다른 기생충과는 달리 숙주로부터 실컷 영양분을 빼앗아 먹은 후에 숙주를 죽여 버리는 기생생물도 있는데, 이른바 포식 기생충(捕食寄生蟲, parasitoid) 또는 포식 기생자라 불리는 것들이다.
기생벌과 기생파리 등 기생성 곤충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보통 숙주도 곤충인 경우가 많다. 또한 유충기 동안만 기생 생활을 하고 성충이 되어서는 자유 생활을 하는 등, 기생자와 포식자의 중간적 특징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사람의 몸속에서 부화하고 성장한 외계 생명체가 성체가 되어 사람의 배를 찢고 나오게 되면, 숙주가 되었던 인간은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다. 포식 기생충 역시 이와 유사한데, 숙주인 동물을 서서히 갉아먹은 후에 결국은 숙주를 죽여 버리고 마는 잔인하고 끔찍한 생물이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계 생명체의 숙주가 된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자연의 세계에서 숙주는 그리 쉽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즉 기생벌 등이 숙주의 몸속에 알을 낳으면, 숙주 동물의 면역체계가 알을 죽이기 위해 공격을 가한다. 이를 방해하기 위하여 기생벌은 알과 함께 수많은 바이러스를 숙주의 몸에 넣어서, 이들 바이러스로 하여금 숙주 동물의 면역 관련 세포들을 공격하여 면역체계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이처럼 포식 기생자와 숙주 간에는 각각의 생존을 위하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셈이다.
정확히 포식 기생충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사마귀 등의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라는 기생충도 있다.
연가시는 두께가 1~3mm, 길이 10cm에서 1m 정도에 이르는 가늘고 긴 벌레인데, 꿈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터럭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영어로는 ‘hair worm’이라고 불린다. 또는 이 벌레가 짝짓기를 할 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엉겨 붙는다고 해서, 고르디우스의 벌레(gordioidea)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연가시의 생활상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알에서 나온 연가시의 유충이 장구벌레 등의 물속에 사는 곤충의 유충에 먹히고, 먹이사슬에 따라 이를 잡아먹은 사마귀나 메뚜기 등 다른 곤충의 몸속으로 연가시도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
곤충의 체내에서 자란 연가시는 숙주의 몸을 대부분 잠식해서 머리와 다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연가시만 있는 상태가 된 후, 숙주의 항문 또는 항문 근처의 표피로부터 빠져나오게 된다. 역시 에일리언의 장면과 그다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숙주였던 곤충은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기생충이 갑자기 빠져나가니 오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가시는 또한 숙주인 곤충을 물가로 유인해 자살을 유도한다고 해서 유명한데, 이를 소재로 한 같은 이름의 영화 연가시(Deranged, 2012)가 몇 년 전 국내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다. 영화에서처럼 변종 연가시가 곤충이 아닌 사람의 뇌를 조종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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