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1,2019

국내 학계의 과학소설 연구(2)

과학소설의 역할과 가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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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 예로든 과학소설 관련 국내 학술논문들의 면면을 보면 상대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 그리고 러시아 같은 유럽권의 과학소설을 고찰한 것들이 많다. 그나마 최신 동향보다는 고전이 된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미국의 작가들 가운데에는 컷 보네것과 토마스 핀천, 어슐러 르 귄, 필립 K. 딕, 윌리엄 깁슨 그리고 옥타비아 버틀러 등이 연구 대상에 올랐다.

이중 핀천과 보네것은 엄밀히 말해 전형적인 과학소설 작가로 보기에 애매하다는 점에서 국내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과학소설 작가군이 아직 넓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세계 과학소설 시장에서 영미권, 특히 미국의 과학소설이 대중문학 분야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십분 고려하여 깊이 있게 파고든 논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국내 학계의 시선이 휴고 건즈백와 존 우드 캠벨 2세가 주축이 되어 미국의 초창기 과학소설 시장을 형성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과학소설이 과학기술의 급속한 변화(나노공학과 정보공학 그리고 유전공학)와 더불어 다양하게 가지 쳐 나가는 1990년대 이후의 영미권 과학소설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의 파도에 관심을 보인 몇 되지 않는 연구자들 가운데에는 과학소설의 하위장르 중 하나인 스팀펑크를 주제로 다룬 박진이 눈에 띈다.

▲ 과학소설이 도피의 문학이 아니라 삶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문학임을 역설한 이정옥의 논문 “과학소설, 새로운 문학적 영토”(<중국소설논총; 2001년> 제13집에 수록) ⓒ한국중국소설학회



과학소설의 가능성을 성찰한 논문 중에는 2001년 한국중국소설학회가 펴낸 학술논문집 <중국소설논총> 제13집에 실린 이정옥의 논문 “과학소설, 새로운 문학적 영토”이 주목할 만하다. 이 논문은 과학소설이 환상문학으로서의 성격 뿐 아니라 삶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문학 기능까지 하고 있음을 역설함으로서 흔히 과학소설을 도피의 문학으로 오해하는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하였다. 더욱이 이 논문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 들어서면서 과학소설의 역할과 가치가 갈수록 증대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이정옥, 2001: 211~20).

과학소설 관련 논문을 펴낸 발행주체들을 보면 대개 해외 언어학 내지 해외 문학 관련 학술단체들이다. 그 결과 유럽과 중국의 과학소설에 관한 논의가 역사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논의가 되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 국문학계의 이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낮아 우리나라 과학소설의 역사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1920년대 국내에 번안 소개된 H. G. 웰즈의 작품을 논의한 송명진의 논문 “1920년대 과학소설 수용양상 연구”가 있어 후학을 위한 단서가 되어준다. 필자의 경우에는 2009년 서울대학교 독일어문화권연구소에서 펴낸 연례학술논문집 <독일어문화권 연구> 제18집에 특별기고 형식을 빌려 폴란드의 저명한 과학소설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에 관한 논문 “스타니스와프 렘: 신랄한 풍자가인가, 겸손한 불가지론자인가?”를 기고한 바 있다.

비록 정식 학술논문은 아니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단행본 형태로 출간된 과학소설 연구서로는 로벗 스콜즈(Robert Scholes)와 에릭 S. 랩킨(Eric S. Rabkin)이 공저한 [SF의 이해 Science Fiction History, Science, Vision; 1979년]와 박상준의 편역서 [멋진 신세계; 1994년], 대중문학연구회의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2000년], 임종기의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2004년], 오슨 스캇 카드의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2007년], 필자의 [SF의 법칙; 2008년]과 [세계과학소설사; 2008년]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2008년] 등이 있다. 이외에 방계의 속하는 비평서로서 SF적 지식이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본 사례집인 필자의 [SF로 광고도 만드나요; 2003년]를 추가할 수 있다.

▲ 국내 필진에 의해 최초로 단행본으로 나온 과학소설 연구서,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국학자료원



위의 연구서들은 저마다 나름 한계가 있어 후학의 분발을 요구한다. 1970년대 나온 [SF의 이해]는 원본 텍스트가 너무 오래되어 최근의 과학소설 및 SF업계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번역판이 오래 전 절판된 상태이다. [멋진 신세계]는 일본자료를 중역한 편역서인 데다 마찬가지로 처럼 이미 절판된 지 오래다.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는 국내 필진에 의한 최초의 과학소설 연구서라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으나 국내 과학소설의 태동기 및 국내 과학소설의 서구 과학소설 수용 실태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폭넓은 개론서로서는 한계가 많다.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혁명]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심층 연구서라기보다는 국내 과학소설 팬덤이 숙지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 정리한 성격이 띤다.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는 제목에서 보듯, 실제로는 과학소설 창작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상혼에 밀려 엉뚱한 제목으로 태어나 독자들의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미국 작가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과학소설 관이므로 참고하되 절대적인 잣대로 삼을 것까지는 없다.

[SF의 법칙]은 과학소설의 정의를 다룬 개론서이지만 살림출판총서의 일환으로 나온 불과 90쪽짜리 분량이다 보니 제대로 된 논의에 한계가 많다. [세계과학소설사]는 국내 최초로 세계과학소설사를 돌아본 역사서라는데 의의가 있으나 신화시대부터 1950년까지만 조망하고 있어 현대과학소설 시장의 조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온 연구서들을 바탕으로 하여 과학소설 분야의 최신 동향과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담은 심층연구서들이 앞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 과학소설 초보 독자들을 위한 얇은 분량의 가이드북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혁명]과 [SF의 법칙] ⓒ책세상 & 살림출판

 

국내에서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가르치는 형태의 과학소설 관련 정규 강좌는 서울 SF 아카이브 대표 박상준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대, 고대 그리고 서강대, 동덕여대 등지에서 영문학과와 비교문학과 과목 및 일반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는 2005년 학부생 대상으로 기초교육원에 개설된 정규 한 학기 강좌 “SF를 통한 현대사회의 이해”가 문학평론가이자 인하대 국문과 교수 김동식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과목은 교양강좌로 개설된 데다가 별도의 시험은 치르지 않았으나 소논문을 학기 내 제출하여 학점을 취득하는 정규 강좌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1)

동덕여대에서는 2010년 1학기 SF영화 관련 정규 강좌가 개설되어 SF출판기획자 박상준이 강의하였다. 필자의 경우에는 2005년 서울벤처정보대학원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서 석박사 과정을 대상으로 디지털미디어 마케팅 과목을 한 학기 강의하면서 SF 관련 주제를 한 차례 포함하였으며 2006년 12월에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대상으로, 2010년 초에는 서울대 독일어문화권연구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SF 개론을 한 차례씩 강의한 바 있다.





1) 소논문 주제는 학생들이 각자 정하되, 연구하고자 하는 SF 작품을 두어 개 정해 주제와 연관시키는 형식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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