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항저우, ‘스마트 시티’로 거듭나는 비결

알리바바-지방 정부-시민 협력으로 상생 발전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대단하다. 서울시, 세종시, 인천시, 부산시 등 많은 도시들이 해외에서 스마트 시티 우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주요 언론사 ‘포브스(Forbes)’는 유럽의 최고 명문 경영 대학원 ‘IESE’에서 평가한 전 세계 스마트 시티 순위를 소개했다. 해당 평가표에 따르면 서울은 7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도 우수 스마트 시티로 인정 받는 서울의 모습. ⓒ Flickr

세계적으로도 우수 스마트 시티로 인정 받는 서울의 모습. ⓒ Flickr

스마트 시티 자료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 ‘스마트 시티즈 라이브러리(Smart Cities Library)’의 경우 서울을 런던, 싱가포르 다음으로 우수한 스마트 시티로 평가했다.

그런데 최근 이웃 국가인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2013년부터 스마트 시티를 추진한 중국은 엄청난 투자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제12차 5개년 계획(2011년~2015년)’의 일환으로 이미 320개 도시가 스마트 시티로 변신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된 예산만 약 5,000억 위안(약 81조 원)에 이른다.

중국은 이어진 제13차 5개년 계획(2016년~2020년)에서도 스마트 시티 사업에 약 5,000억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덕분에 중국의 스마트 시티 사업 추진 도시는 5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2017년 기준).

그럼 중국 스마트 시티의 세계적인 위상은 어느 수준일까? 기술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는 지난 3월 전 세계 스마트 시티의 순위를 발표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6위를 차지한 서울말고는 두각을 보인 도시가 없었다.

반면 중국은 3곳이 20위권에 들었다. 우시(Wuxi), 인촨(Yinchuan) 그리고 항저우(Hangzhou)가 각각 17위, 18위, 20위에 꼽힌 것이다.

이중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곳은 항저우다. 작년 9월 중국 국가 발전 개혁위원회 (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는 중국 내 우수 스마트 시티 10개를 선정했다. 여기서 항저우는 칭다오(Qingdao) 다음으로 우수한 스마트 시티로 평가받았다.

세계 관광 명소로 유명한 항저우가 최근 첨단 ICT 도시로 그 이미지를 바꿔 나가고 있다. ⓒ Pixabay

세계 관광 명소로 유명한 항저우가 최근 첨단 ICT 도시로 그 이미지를 바꿔 나가고 있다. ⓒ Pixabay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

빼어난 경관을 갖춘 항저우는 본래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여행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항저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항저우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자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항저우는 첨단 ICT 도시로 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나가고 있다. 이는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어서다. ‘전통의 관광명소’에서 ‘알리바바를 바탕으로 한 ICT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항저우 택시 중 98%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고, 95%의 슈퍼 및 편의점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이 항저우 곳곳에 적용돼 언론에 주목받은 바 있다. 현재 버스, 편의점 일부에서 해당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모두 알리바바가 개발해 즉각적으로 시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항저우는 이미 중국 내에서 ICT하면 첫 순위로 떠오르는 도시가 됐다. ‘중국 스마트 시티 백서’에 따르면, 인터넷과 사회 서비스 지수에서 항저우는 383.14점을 기록해 335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알리바바가 본격적으로 스마트 시티 사업에 추진할 것을 선언하면서, 관련 사업 실증을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야심찬 계획 ‘시티 브레인’

알리바바는 3년 전부터 스마트 시티 플랫폼인 ‘시티 브레인(City Brain)’을 개발하고 있다. 시티 브레인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도시에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름을 시티 브레인이라고 지은 이유는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의 2008년 보고서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터넷은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생성된 정보는 서로 공유되는데, 이러한 공유 모습은 뇌의 신경망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서 클라우드와 AI 등장은 정보를 중계하는 중앙 신경망 구조를 가능케 한다.

시티 브레인은 사용자들이 생성한 정보를 클라우드의 AI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인간의 뇌에 비유하면 말단 신경망에서 얻은 정보를 중앙 신경망에서 분석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 Vikipediya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 Vikipediya

알리바바는 2016년 4월부터 항저우에 시티 브레인 플랫폼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900만 명이 거주하는 항저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통이었다. 2016년 당시 항저우는 중국 내에서 다섯 번째로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였다.

알리바바는 이에 시티 브레인을 교통 시스템에 우선 적용했다. 이들은 104개의 신호등 제어를 대상으로 실증했는데, 그 결과 교통 체증 시간을 15%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1,300개의 신호등과 3,700개의 교통 카메라에도 시티 브레인을 적용해 교통 운영의 효율을 더욱 향상시켰다. 현재 시티 브레인은 16시간 비디오 분량의 데이터를 1분 만에 95% 정확도로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덕분에 항저우의 교통 체증률은 9.2% 줄었고, 주행 거리 평균 시간 역시 3분 단축됐다. 시티 브레인 덕분에 항저우 시는 큰 문제를 해결했다.

알리바바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9월 시티 브레인 2.0을 발표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팀의 수장인 ‘사이먼 후 (Simon Hu)’에 따르면 시티 브레인 2.0는 물 누수 방지 기능을 추가, 도시의 전반적인 물 관리에까지 그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이렇게 항저우는 알리바바를 바탕으로 중국 내 최고 스마트 시티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다. 알리바바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항저우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항저우 시의 주민들도 그 역할이 크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바바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지해주며 신기술 적용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결국 항저우 시의 성과는 지방 정부, 민간 기업, 시민이 협력해서 상생 발전을 이뤄낸 거버넌스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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