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019

과학을 즐기는 자, 천재를 넘어서다

[인터뷰] ISEF 본상 수상한 충북과학고 3인방

FacebookTwitter

“정말 저희가 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는 조금도 없었어요. 그래서 ‘청주시’라는 지명이 호명됐을 때 우리나라 청주시가 아닌, 중국팀을 생각할 정도였죠.”

“그런데 ‘사우스 코리아’라는 익숙한 명칭이 들리는 거예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미친 듯이 뛰쳐나갔죠.”

현재 충북과학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도헌, 엄태원 군은 “사실 그 이후로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팀장이었던 이지웅(3학년) 군과 함께 ‘2019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SEF, 이하 ISEF)’에 출전한 이들은 본상(Grand Awards)을 수상한 인재들이다. 108개 팀 중에서 4등을 차지했다.

ISEF는 올해로 69회를 맞는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경진대회다. 약 80개국의 학생 1850여 명이 참석하며 심사위원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렸던 이번 대회 역시 불꽃 튀는 승부가 진행됐다.

충북과학고 삼총사가 치열한 경쟁을 뚫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2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세 친구는 준비된 인재였다. 이번 ISEF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작년에 진행됐던 과학영재 상상실현(I&D, 이하 I&D)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덕분이다.

이지웅: 생명과학에서 많이 쓰이는 ‘DNA 크기를 알아내는 장치’가 있어요. 문제는 이 장치의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못해 초보자가 쓰기에 어렵다는 거죠. 이에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키트를 개발했는데, 운 좋게 최우수상을 받게 됐어요.

이지웅 학생은 생명과학 동아리, 원예 동아리, 또래 상담, 댄스, 밴드,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활동 범위를 자랑하는 멀티플레이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지웅 학생은 생명과학 동아리, 원예 동아리, 또래 상담, 댄스, 밴드,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활동 범위를 자랑하는 멀티플레이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치킨 애호가가 떠올린 ‘발상의 전환’

I&D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세 학생은 ISEF 무대에 ‘폐기 닭털 및 폐 면직물 기반 중금속 정수필터’를 내놓았다. CFH필터(chicken feather based heavy metal filter)라는 이름의 이 필터는 기존에 폐기되는 닭털을 재사용해 중금속 포집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지웅: 치킨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닭에서 나오는 뼈 등의 폐기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조사해 보니 1년에 폐기되는 닭털만 85억 톤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만큼의 양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토양이 오염되는 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세 친구는 닭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게 됐고, 수많은 고민과 실험 끝에 중금속 필터에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는 교내에서 손꼽히는 유기화학 고수라는 엄태원 학생의 능력이 십분 발휘됐다.

엄태원: 정말 조사를 많이 했어요. 닭털의 미세한 화학구조를 살펴보다가 닭털에 케라틴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이황화다리(disulfide bridge)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를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중금속을 포집해낼 수 있었어요.

김도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에요. 개발도상국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필터라고 생각해요.

김도헌 학생은 운동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문무겸장이다. 특히 축구팀에서 부동의 에이스라고 한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김도헌 학생은 운동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문무겸장이다. 특히 축구팀에서 부동의 에이스라고 한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화학은 설거지의 학문? 대회 위한 노력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1달 내내 실험실을 수도 없이 드나들며 수많은 실험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재미난 일도 많았다.

엄태원: 실험을 위해 닭털 2KG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온 적이 있어요. 문제는 냉동돼 있었던 닭털을 하나하나 따뜻한 물에 녹인 뒤 에탄올로 닦아내야 했다는 점이죠. 그때 맡았던 비린내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김도헌: 그것 말고도 귀찮은 일들이 많았어요. 항상 느끼지만, 실험 후 처리 작업은 언제나 괴로웠어요. 누군가 ‘화학은 설거지의 학문’이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해요.

더 큰 문제는 대회 1주일이 중간고사 기간이었다고. 고3인 삼총사에게는 대회 준비만큼 내신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지웅: 중간고사 전날까지 실험에 매진하는 등 힘든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생각보다는 성적이 잘 나왔어요.

특히 운동을 좋아해 교내 축구대회 MVP 경력까지 있다는 김도헌 군에겐 난관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김도헌: 중간고사가 끝나고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날이 출국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 운동과 대회 둘 다 포기할 수 없었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이들은 급기야 체육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실험실에 모여 발표 준비를 하기도 했다고. 결국 애리조나에서 울린 승전보는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엄태원 학생은 유기화학과 디자인이라는 두 분야에서 고수로 인정받고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엄태원 학생은 유기화학과 디자인이라는 이질적인 두 분야에서 고수로 인정받고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교류하고, 존중을 느끼다

단지 본상 수상이라는 성과만 있던 것은 아니다. 대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경험이 됐던 것이다. 삼총사는 외국 친구들을 사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지웅: 각 국가의 대표들이 한 장소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행사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많이 떨렸는데, 들어가자마자 거리낌 없이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엄태원: 기본적으로 경쟁자라기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친해졌던 아이들이 상을 받으면 옆에서 축하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어요.

또래들과는 마음을 허물고 교류를 나눴다면, 어른들에게는 ‘존중’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이지웅: 심사를 진행하는 교수님들이 학생을 동등한 과학자로서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처음에는 많이 떨었던 저희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과학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인 충북과학고 삼총사 ⓒ 김청한 / Sciencetimes

과학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충북과학고 삼총사 ⓒ 김청한 / Sciencetimes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많이 느낀 아이들. 축제는 끝나고 어느덧 대입이 눈앞이지만, 삼총사의 시선은 좀 더 멀리 있다.

이지웅: 보통 고3에게는 가장 큰 이슈가 수능이겠지만, 저희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물론 학업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된다면 대회를 계속 나가고, 실험을 하면서 연구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교육계에 종사하면서 제 지식을 나누고 싶어요.

김도헌: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모아 스타트업을 해보고픈 생각이 있어요. 원래 화학을 좋아하는데, 코딩 같은 것도 익히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엄태원: 최근 기계가 재미있다는 생각을이 들었어요. 대학에 진학하면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는 기계공학을 하고 싶어요.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단지 ‘성과’나 ‘포트폴리오’를 위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본인들이 좋아서 미친 듯이 준비를 하고, 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찾아 나서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진정으로 과학을 ‘즐기는’ 삼총사의 앞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되는 이유다.

의견달기(2)

  1. 하주철

    2019년 6월 10일 10:46 오전

    역시 노력하고 즐기는사람이 천제를 넘어서는군요!!
    108개의 팀중에서 4등을 해냈다니, 정말 멋있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생활과 발상들 이어나가길 바래요~~^^
    앞으로의 생활들 그리고 대학입시준비 모두 응원할께요~~~~~!!!!

  2. 주예

    2019년 6월 10일 7:17 오후

    셋다 마치 우리나라를 빛내줄 듯한 밝은 미소를 지니고 있네요~~~ 이렇게 큰 국제 대회에서 무려 4등이라는 결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의 길에 축복만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