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석학 인문강좌 ‘생명’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또 생명을 알고 있다는 데 대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로 지구상에 있는 여러 물리적 대상들 가운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살아 있음’을 특징짓는 성격을 지칭해 ‘생명’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대상들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살아 있지 않은 상태’로 전이되는 것을 ‘죽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뜻 보아 별 탈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생명 개념이 실제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물질현상과 생명현상‘이란 제하의 강연을 통해 “흥미롭게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할아버지였던 에라스므스 다윈(Erasmus Darwin)이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끼는 새로운 개체라고 할 수 없어
1794년 에라스므스 다윈은 새끼(offspring)를 새로운 동물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새끼는 새 동물이 아니라 어미의 한 가지(branch)이거나 돌출 부분(elongation)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태 안에 들어 있는 동물은 어미의 기질을 일부 가지고 있는, 어미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해 출생한 새끼는 새로운 개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날 강연에서 장 교수는 “어미와 새끼를 언제부터 분리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생명 단위와 관련해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끼 안에 생명은 하나가 있는가?”
“아니면 세포의 수로 따져 약 천억 개의 세포가 있는가?”
“꺾어진 나뭇가지는 살아 있는 것인가?”
“아니면 죽어 있는 것인가?” 장 교수는 이 문제를 규명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토끼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전혀 다치지 않고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고 할 경우 그 세포들은 살아 있으나 토끼 자체는 이미 죽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토끼로부터 분리된 세포들을 죽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포들은 비록 토끼로부터 분리됐다 하더라도 스스로 살아 있으며, 이를 통해 또 다른 복제가 가능하다. 살아있는지의 여부를 통해 우리가 판단하고 있는 ‘생명’의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생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중에서도 물리학자이면서 후에 생명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우크라이나의 니콜라스 라세프스키(Nicholas Rashevsky)는 1950년대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공식을 소개한 중요한 인물이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그는 “생명현상에 수학적 모형이 사용되는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별로 유용하지 않으며, 유기체(organism)와 유기적 세계 전체(organic world as a whole)의 생물학적 일체성 (biological unity)을 나타내는 원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이 발언은 생명현상에 대한 강한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장 교수는 평가했다.
반면 로젠(Rosen), 마투라나(Maturana), 바렐라(Barela) 등 라세프스키 이후의 많은 생명 연구는 거의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패의 주된 원인은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유기체’에 관련된 부분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 ‘유기적 세계 전체’에 대한 연구를 간과해온 결과라는 것.
장 교수는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이루면서 그 안에서 ‘생명현상’이 진행되는 체계 전체를 하나의 실체로 파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라며, 자신은 이 체계를 이전까지의 생명 개념과 구분, ‘온생명(global life)’이라고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현상, 온생명적인 접근이 필요해
장 교수는 ‘온생명’에 대해 “더 이상 분할하면 생명현상으로의 존립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생명이 갖추어야 할 최소의 단위임과 동시에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결정적인 지원이 없이도 생존을 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생명이 지니게 되는 자족적 단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만일 하나하나의 세포들은 ‘온생명’ 안에서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때에 한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생명의 조건부적인 단위가 되며, 이를 ‘온생명’과 구분, ‘낱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많은 생명 연구가 실패를 거두고 있는 것은 온생명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생명을 낱생명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카프라(Capra) 역시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체생명성’을 생명의 정의로 채택하고 있는데, 많은 연구자들의 눈에 ‘낱생명’이 결코 자체생성적일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 간과돼 왔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자연계에 적용되는 열역학 제2법칙(물리학적으로 모든 열역학과정이 일어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에 조금만 관심을 돌려보더라도 자체생성성 개념은 원천적으로 ‘낱생명’에 대해서도 성립될 수 없는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생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낱생명적인 접근이 아닌 온생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생명이 출현하지 않은 우주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의 존재 양상을 충분히 익힌 ‘우주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우주인이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현상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물리학자 루드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은 1886년에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원소들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엔트로피를 얻기 위해서이며, 이것은 뜨거운 태양에서 차가운 지구로의 에너지 흐름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볼츠만(Boltzmann)이 생명현상에 대한 놀라운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볼츠만의 이론을 채용하고 있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슈뢰딩거(Schrödinger),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을 저술한 마굴리스(Margulis)와 세이건(Sagan)의 예를 들면서 이들을 통해 생명의 온생명적인 성격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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