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2018

과학기술, 인권에 독인가 약인가

“과학시민권 확대로 인권 침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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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 장악된다면 어떻게 될까?

각종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인간존엄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유전자가위는 과연 어떨까?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를 주제로 한 오픈포럼이 개최됐다.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과학기술과 인권 오픈포럼이 열렸다. ⓒ 김순강/ScienceTimes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과학기술과 인권 오픈포럼이 열렸다. ⓒ 김순강/ScienceTimes

“과학기술의 인권침해 사례 많아”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신기술과 인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인권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며 사회문화생활과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의 필수적 요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문위원에 따르면 실제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은 사람들의 생명권, 안전에 대한 권리, 건강권을 침해했고,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프라이버시권, 차별금지 평등권을 침해로 이어졌다.

그는 이어 “로봇기술과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으로 노동권 및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가 침해받았다”라며 “이밖에도 인공지능의 무기화, 차별과 편견이 구조화된 알고리즘, 인공 화학물질의 범람 등 실질적 또는 잠재적 위협 사례가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과 인권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이주영 전문위원 ⓒ 김순강/ ScienceTimes

과학기술과 인권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이주영 전문위원 ⓒ 김순강/ ScienceTimes

이 전문위원은 또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높아져 인권 신장의 중요한 조건을 형성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자동적으로 인권의 신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혜택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재성찰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정보기술 분야의 발전과 인권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보기술은 거래비용의 감소와 민주주의의 확장 등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연결성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순기능이 있다”라며 “반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정보격차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하는 역기능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미국 사법부에서 사용하는 Compas 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이는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위험 판정 인공지능이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의 재범률을 실제보다 높게, 백인의 재범률은 실제보다 낮게 예측한 것으로 나타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AI 알고리즘에 의해 서류전형과 면접,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성별과 학력, 출신, 인종 등과 관련한 차별이 있는지 검증할 수가 없다. 이밖에도 신용평가 알고리즘이 차별적인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관련 인권 침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자동 프로파일링, 얼굴인식 기술의 발전 등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등 새로운 유형의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가 인권 차원의 문제라는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이 인권에 약 되려면 ‘과학시민권’ 확대해야

의생명과학기술과 인권은 인간존엄성과 연결되기에 예전부터 첨예하게 다뤄져 온 문제다.

박병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개인의뢰 유전자검사가 가능해지고, 진료현장에서도 유전자검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유전정보의 축적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것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불평등이다. 유전체의학의 개발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을 일부 지역이나 계층이 주로 감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개인의 유전자에 대한 핵심 정보를 통해 개인의 유전질환이나 형질을 추정할 수 있고, 가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정보가 개인정보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병주 교수가 유전체의학을 중심으로 의생명과학과 인권에 대해 발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박병주 교수가 유전체의학을 중심으로 의생명과학과 인권에 대해 발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박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호 및 공익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과학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일반인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과학시민권’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적인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관련 공적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과학기술이 인권에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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