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3,2019

과학과 SF문화 융합의 미래를 보다

2014년 제1회 SF어워드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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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에서 제1회 SF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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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열리는 통로에 마련된 올댓SF 전시관. 이번 SF어워드 만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양영순의 웹툰 ‘덴마’ 홍보설치물을 소년 관람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Source: 과천과학관)

이번 행사에는 과학소설 작가들과 SF 컨텐츠를 기획제작한 만화가들과 영화감독들, 시나리오 작가들 그리고 이들에게 매체공간을 제공한 출판사와 웹진, 인터넷 포탈, 영화사, 애니메이션 제작사, 과학과 SF의 컨버전스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들과 관련단체 그리고 언론사 기자 등 약 150여명의 업계인사들이 참석했다.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장인 김봉석(영화평론가)을 비롯하여 김종철(영화평론가), 박인하(만화평론가), 박상준(SF 기획자), 고장원( SF 평론가) 등 5인으로 꾸려졌으며 시상자로는 우리나라 과학소설과 SF만화의 선구자이자 원로이신 복거일 선생과 김산호 선생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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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수상작들은 SF 2014 행사 전시장 내에 각기 별도 홍보물로 설치되어 창작의도와 의의가 일반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게 하였다. 위 사진은 영상부문 수상작들의 홍보 설치물. (Source: 과천과학관)

이번 제1회 SF어워드가 일반관람객에게 오픈되지 않고 업계 인사들만 참가하는 축제로 기획된 것은 해외에서 개최되는 컨텐츠 견본시(見本市)처럼 성장했으면 하는 과천과학관의 바람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김선빈 과학과학관 관장은 행사 시작부터 축하파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줄곧 지키면서 과학과 SF문화의 융합이 지닌 향후 잠재력에 큰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그 동안 SF관련 공모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SF어워드가 우리나라 SF역사에서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프로작가들을 대상으로 처음 수여되는 시상식이란 점이다. 2000년대 후반 SF와 기타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상들이 다수 제정되었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3년 간 과학문화재단(과학창의재단의 전신)과 동아사이언스가 과학기술창작문예란 이름의 창작공모전을 진행하여 뛰어난 작가들을 다수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문학상과 SF 컨텐츠 관련 시상은 모두 아마추어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당시에만 해도 SF 작가 혹은 창작자들의 저변이 그리 넓지 않았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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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시상식 축사를 하는 김선빈 과천과학관 관장. 1부 시상식은 물론이고 2부 스탠딩 파티에 이르기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작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Source: 과천과학관)

다행스러운 일은 창작공모전들을 통해 배출된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회성으로 반짝하지 않고 이 장르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는 애정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SF어워드의 수상작들에서 당시 배출된 작가들의 이름 다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이제 프로작가들과 창작자들을 위한 시상 이벤트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국내 SF 컨텐츠 역량이 튼실해졌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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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SF어워드 과학소설 장편부문 대상 수상자 김보영 작가. 시상은 과학소설계의 원로 복거일 선생이 해주셨다. (Source: 과천과학관)

SF어워드의 시상분야는 과학소설과 SF영상(영화/드라마) 그리고 SF만화 등 3부문이다. 수상작을 가리는 예심까지는 각 분야의 전문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추리고 최우수작(대상)을 뽑기 위한 결선은 5인의 심사위원이 함께 논의하여 가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어워드의 수상작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SF 컨텐츠가 질과 양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부터 수상작들의 선정이유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소설 분야는 장편과 중단편 두 분야로 나뉘어 심사가 진행되었다. 장편 우수작으로는 김보영의 ’7인의 집행관’과 김진우의 ’애드리브’, 백상준의 ’섬’ 그리고 배명훈의 ’은닉’이 총 21편의 심사대상작들 가운데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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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SF어워드에서 장편소설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보영의 ’7인의 집행관’(source: 폴라북스)

이중 최우수작의 영예는 ’7인의 집행관’에게 돌아갔다. ’7인의 집행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미권 과학소설 번역판의 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과학소설계가 이제 해외 우수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창작역량이 진일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7인의 집행관’이 과학소설이란 장르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 장르들을 자유자재로 조합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타지와 무협지를 연상시키다 못해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는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증오와 복수 혹은 모함과 오해(혹은 편견)이라는 작품주제와 맞물려 과학소설의 하위장르 중 하나인 사이버펑크의 틀 속에 자연스레 융합된 결과가 바로 ’7인의 집행관’이다. 

결과적으로 과학과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들까지 미래과학의 한 양상으로 당연히 해석될 수 있게 안배한 구성력이 군계일학으로 돋보였다. 그 동안 빼어난 단편들을 많이 발표한 김보영 작가지만 첫 장편에서 이처럼 대단한 에너지를 뿜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백상준 작가와 김선우 작가

SF어워드 과학소설 장편부문 우수작 수상자 백상준 작가(왼쪽)와 김진우(오른쪽) 작가. 배명훈 작가는 해외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Source: 과천과학관)

나머지 세 수상작들도 완성도가 매우 높은 수작들로서 저마다 개성 있는 한방을 지녔다. ’애드리브’는 음악이 권력 장악을 위한 킬러 컨텐츠로 부상한 30세기의 먼 미래 이야기로, 사회시스템과 음악의 변증법적인 상호작용을 독창적으로 그렸다. 다만 훗날 불후의 아티스트로 각광받게 될 20세기의 한 무명 기타리스트의 삶을 조망하는 1부가 전체분량의 약 50%나 차지하여 과학소설로서의 균형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섬’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주최한 제1회 ZA문학 공모전 수상작답게 세상 사람들이 거의 다 좀비로 변한 종말론적인 세상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투영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생각보다 많은 생존자들이 멀쩡하게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숨기고 좀비들 틈에 섞여 좀비인양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불의에 눈 감고 그냥저냥 살아가며 떡고물만 챙기려드는 소시민적 현대인의 이중성을 풍자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닉’은 나노 테크놀로지 기반의 하이테크노 스릴러로, 우리나라에서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러한 장르의 이야기가 얼마든지 세련되게 그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 수작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냉전적 사고에 대한 비판 및 성 정체성과 관련된 복선과 반전을 포함하고 있어 단순히 기술지향적 이야기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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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과학소설 단편부문 대상 수상자 김창규 작가.(Source: 과천과학관)

단편 수상작은 정도경의 ’씨앗’과 황태환의 ’옥상으로 가는 길’, 백상준의 ’장군은 울지 않는다’, 정세호의 ’지하실의 여신들’ 그리고 김창규의 ’업데이트’ 등 모두 다섯 편이다. 총 83편을 심사한 결과 선정된 이 다섯 편 가운데 최우수작은 김창규의 ’업데이트’로 결정되었다. 만장일치로 순탄하게 뽑은 장편 최우수작과 달리, 단편 최우수작은 최종 두 편의 후보로 압축된 가운데 심사위원들 간 표결에 부치는 열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다. 이는 그 만큼 21세기 한국의 창작과학소설이 양적 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음을 시사한다.

‘업데이트’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의학SF로, 관공서의 무책임한 탁상행정과 이윤추구에 급급한 기업 간의 쟁투 탓에 애꿎은 소시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의 대뇌 피질 속 시각정보 저장세포와 망막세포 사이를 다시 연결시켜주는 최신의학 소프트웨어 눈-704가 개발업체들 간 저작권 시비로 돌연 서비스 중지되는 바람에 다시 장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여성과 그녀의 남자친구가 의연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마지막 장면은 눈물 그 자체다. 눈-704가 서비스 중지되면 기존의 시지각 기억정보마저 재생해서 볼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생활보호대상자라 비싼 재시술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여주인공은 가진 돈을 톡톡 털어 남자 친구와의 찍은 사진 몇 장만 대뇌 기억에 남길 수 있는 간이 불법시술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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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과학소설 단편부문 우수작 수상자들. 좌측부터 황태환, 정도경, 정세호, 백상준. 시상은 장편소설과 마찬가지로 복거일 선생이 해주셨다.(Source: 과천과학관)

비록 대상은 받지 못했지만 다른 수상작들 또한 찬사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다. ’씨앗’은 식물의 포자가 체내로 침투하여 인간과 식물이 하나가 된 새로운 아종(亞種)과 기존 인류와의 충돌을 그림으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적응한 사람들과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주최한 제2회 ZA 문학상 수상작으로, 좀비문학 형식을 빌려 선악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인간의 적나라한 밑바닥을 까발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흥밋거리의 B급 공포물이라 여기기 쉽지만 최근 우리나라 작가들은 이 소재를 사회를 예리하게 풍자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만하다.

‘장군은 울지 않는다’는 외계인 침공 이야기를 낙태와 학교 내 왕따 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회문제들과 맞물려 아주 희화화된 방식으로 고찰함으로서 일상의 부조리함을 낯선 시선으로 돌아보게 해주는 과학소설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한 작품이다. 특히 이 단편은 과학소설이 이처럼 배꼽 잡을 만치 웃길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기억될 만하다. 

한편 안타깝게도 후보군에 들지는 못했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개작한 이상민의 ’열한시’도 충분히 주목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동명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소설 ’열한시’는 시간여행소설의 핵심플롯인 인과율을 위배하지 않는 이야기 퍼즐을 짜 맞추는데 정교한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작가가 단지 영화 시나리오만이 아니라 앞으로 과학소설 쪽으로 본격 진출하면 좋겠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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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SF어워드에서 영상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copyright: 모호필름 & 오퍼스 픽쳐스)

영상 분야는 작년 국내 영화시장을 뜨겁게 달군 ’설국열차(영화/ 봉준호 감독)’가 만장일치로 최우수작의 영예를 안았다. 뱅자맹 르그랑과 자크 로브를 비롯한 여러 명이 공동창작한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성 있는 메시지와 근미래 SF를 융합시키는 실험이 한국에서도 고급스럽게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외 수상작으로는 ’고스트메신저(애니메이션/ 구봉회 감독)’와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드라마/ 김병수 감독)’, ’별에서 온 그대(드라마/ 장태유 감독)’그리고 ’세계의 끝(드라마/ 안판석 감독)’ 등이 선정되었다.

이중 ’나인’은 타임슬립물이긴 하지만 향불을 통해 시공을 임의로 넘나드는 설정 탓에 SF의 범주에 넣기에는 (흥미롭고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왔지만, 이는 국내 SF 영상 컨텐츠가 워낙 희소한 사정을 감안하여 심사기준을 다소 완화한 결과다. 제작비가 다른 장르에 비해 몇 배에서 몇 십배 들기 쉬운 SF 영상물의 성격상 이러한 한계는 조만간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원작을 토대로 한다면 SF 영상물이 얼마든지 심도 깊은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예가 드라마 ’세계의 끝’이다. 이 작품은 배영익의 하드SF 장편소설 ’전염병’이 원작이며, 불과 일곱 여덟 시간이면 발병하여 며칠 만에 온몸 여기저기에 괴사 징후가 나타나 정신착란 끝에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운명하고 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휩쓰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원작의 유전공학적 토대와 사회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안목에 기대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드라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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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SF어워드에서 만화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양영순 작가의 웹툰 ‘덴마’(copyright: 양영순)

만화 분야에서의 최우수작은 인기 작가로서 SF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여온 양영순의 ’덴마(웹툰)’가 차지했다. ’덴마’는 우주 최대의 악당 덴마가 사기계약 당한 끝에 12살 꼬마의 육신에 갇혀 골치 아픈 일만 골라 택배기사 노릇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질량등가치환이란 특수능력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덴마 앞에 매번 사회정의와 부조리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련이 닥친다. 간결하면서도 정교한 작가 특유의 양식화된 펜선 또한 이 연재만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매력이다.

이외 연재원의 ’제페토(웹툰)’, 안성호의 ’노루(웹툰)’, 이장희의 ’마인드 트래커(도서)’, 김성민/이기호의 ’나이트런 프레이(도서)’가 수상작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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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만화부문 우수작 수상자들. 양영순 작가는 개인사정으로 대리 수상하였다. 시상은 국내 SF만화의 선구자 김산호 선생이 해주셨다.(Source: 과천과학관)

이 외 수상작들 가운데 과학소설 부문의 작품별 상세한 리뷰를 원한다면 고장원의 SF블로그(티스토리) 글 ’2014 SF어워드 과학소설 부문 후보작들의 리뷰 링크 모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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