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공포·두려움 뜻하는 화성의 위성들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40)

2001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NA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가 지난 4월에 촬영한 위성 포보스(Phobos)의 적외선 사진이 공개되었다.

열기를 감지하는 적외선 영상을 보면 겉은 녹색이고 안은 붉은색으로 마치 반으로 잘라 놓은 수박처럼 보인다.

포보스의적외선 사진. 2019년 4월.마아스오디세이 촬영.  ⓒ 위키백과

포보스의 적외선 사진. 2019년 4월. 마스 오디세이 촬영 ⓒ 위키백과

포보스와 데이모스(Deimos)는 각각 직경이 22Km, 13Km 남짓의 작은 위성이다. 두 배 큰 포보스가 화성에 더 가까이 공전하므로 데이모스는 화성 표면에서 보면 아주 작은 천체로 보인다. 하지만 포보스라 해도 지구에서 보는 달의 크기에 비해 한참 작아 보인다.

화성 표면에서 보이는 데이모스와포보스,그리고 지표면에서 보이는 달의 상태적 크기 비교. ⓒ 위키백과

화성 표면에서 보이는 데이모스와 포보스, 그리고 지표면에서 보이는 달의 상태적 크기 비교. ⓒ 위키백과

화성의 둘뿐인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각각 ‘공포’와 ‘두려움’을 뜻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무서운 이름을 얻었을까?

우리는 화성(火星)으로 부르고 영어로는 ‘마스(Mars)’라 부르는 이 붉은 행성을 서양에서는 전쟁의 신으로 친다. 마아스는 로마 신화식 명칭이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레스(Ares)’로 부른다. 역시 전쟁의 신이다.

아레스의 아버지는 제우스, 어머니는 헤라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신들 중 제우스가 아버지, 헤라가 어머니인 신은 전쟁의 신 아레스,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 청춘의 여신 헤베(Hebe) 정도다. 이 셋은 신화계의 명실상부한 성골(聖骨)인 셈이다.

아레스의 여동생 에리스(Eris) 역시 성질이 고약한지 ‘불화(不和)의 여신’으로 불린다. 에리스가 가는 곳마다 불화가 생기고, 에리스가 손을 대면 한바탕 다툼이 생긴다. 대표적인 사건이 두 개 있다.

펠레우스라는 영웅과 테티스라는 님프가 결혼을 하게 되어 식을 위해 많은 신들을 하객으로 초청한 일이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에리스는 초청받지 못했다. 화가 난 에리스는 ‘최고의 미인에게’라는 글자가 새겨진 황금 사과를 피로연회장으로 떨구었다. 그리고 연회장은 누가 이 사과를 가져야 하는지를 두고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다.

여신들의 다툼에 대한 판정은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해야겠지만 제우스마저 뒤탈이 무서워 양치기 파리스에게 맡긴다. 3명의 여신들이 경합을 벌인 ‘미스 올림포스 선발대회’ 이야기는 후세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 장면을 담은 많은 그림이 탄생된다.

루벤스의 '파리스의 판정'

루벤스의 ‘파리스의 판정’ ⓒ GNU

하지만 파리스는 최고의 ‘아름다움’에 점수를 주지 않고, 판정의 대가로 주어질 ‘뇌물’에 더 눈독을 들여 판정을 그르친다. 그 결과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조국 트로이를 멸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손을 대면 일은 이렇게 굴러간다.

에리스가 불러오는 불화는 신화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세에 특히, 21세기 초 천문학계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2005년, 아직 태양계가 플루토(명왕성)를 포함하는 9행성계였던 시절, 플루토 바깥에서 질량으로 보면 플루토 보다 더 큰 천체가 발견되었다.

제나(Xena)라는 임시 명칭이 붙은 이 천체는 제10 행성의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사태는 엉뚱하게도 플루토의 행성 자격 시비 논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내 제나와 플루토는행성자격에 미달 판정을 받아, 새로 만든 범주인 ‘왜행성’에 편입시키고 태양계는 8행성계로 재조정되었다.

갑자기 발견되어 플루토를 왜행성으로 강등시킨 제나는 최종적으로  에리스라는 이름을 받았다. 에리스가 불화의 여신이란 것을 고려하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아레스에겐 여러 자식들이 있고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가장 유명한 아들들이다. 전쟁의 신의 아들답게 각각 ‘공포’와 ‘두려움’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두 아들은 전쟁의 신을 언제나 보필하며 다닌다. 그래서 전쟁에는 언제나 공포와 두려움이 함께 한다고 그리스인들은 생각했다. 포보스란 이름은 ‘포비아’로 변용되어 오늘날에도 널리 쓰인다.

신화에는 아레스에 대적하는 존재가 없지만 천문학에서는 아레스에 대적하는 별이 있으니 바로 항성 안타레스(Antares)다. 전갈자리 알파성으로 전갈자리의 꼬리에서 ‘붉게 빛나기’에 화성의 라이벌이란 뜻으로 붙은 이름이다.

안타레스가 우리 태양계의 태양이라고 가정하면 화성 궤도 바깥까지 차지하고,태양은 한 점에 불과할 정도다. ⓒ 위키백과

안타레스가 우리 태양계의 태양이라고 가정하면 화성 궤도 바깥까지 차지하고, 태양은 한 점에 불과할 정도다. ⓒ 위키백과

사실 안타레스는 화성은 물론이고 태양도 가까이 갈 수 없는 거대한 항성이다. 이런 아레스의 이름을 제대로 대접해준 것은 아폴로 14호로 달착륙선(LM) 이름을 아레스로 명명했다. 그 이유는 안타레스가 달 여행 동안 항해 기준점이 되었고, 착륙 지점에서도 잘 보이는 별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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