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잘 나가는’ 경쟁자에게 질투 느낀다면?

재능 타고난 사람 시기하는 '살리에리 증후군'

영업사원인 김 모(32) 대리는 나름대로 회사에서 영업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부서 내에 워낙 출중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최 모 과장과 이 모 대리가 버티고 있어서 자신의 존재는 언제나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심기일전의 자세로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지만, 1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영업실적에 차이가 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영업 본부장의 칭찬을 받은 두 명을 보며 김 대리는 부러움 반, 시샘 반의 감정을 느꼈다.

영원한 1인자와 2인자였던 마이클조던(좌)과 스카티피펜 ⓒ medium.com

영원한 1인자와 2인자였던 마이클조던(좌)과 스카티피펜 ⓒ medium.com

어느덧 월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자신은 회사에서 제시한 영업 목표를 다 맞추지 못한 반면에, 그들은 별로 애쓰는 것 같지 않은데도 이미 중순쯤 목표치를 다 채우고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울적한 마음에 담배를 태우던 김 대리는 자신의 처지가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재능은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살리에리가 자신의 모습이라면 최 과장과 이 대리는 모차르트처럼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여겨졌다.

천부적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을 시기하는 마음

경쟁자로 여기는 사람이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나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가지 못할 때, 그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절망감이나 질투심 또는 열등의식을 가리키는 심리학적 용어가 있다. 바로 ‘살리에리 증후군(Salieri Syndrome)’이다.

살리에리 증후군은 지난 1984년에 개봉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유래됐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는 모차르트와 동시대에 활동한 음악가로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모차르트와는 달리 살리에리는 재능보다 노력으로 정상급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며 신에게 절규하는 살리에리 ⓒ 아마데우스 홈페이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며 신에게 절규하는 살리에리 ⓒ 아마데우스 홈페이지

당시에는 모차르트보다 훨씬 더 세상적인 명예를 누렸던 살리에리지만, 그는 늘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에게는 모차르트 같은 창조적 능력은 없었지만, 그런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귀는 있었다. 그래서 살리에리는 더욱 절망한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제게는 귀만 주고 손은 주지 않으셨나이까?’라고 절규하며 부르짖는다.

더군다나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경멸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행하는 망나니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경멸하는 자가 자신이 부러워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 그야말로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감정은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리의 독백 장면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살리에리는 “나는 음악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버릴 각오가 돼 있는데, 모차르트는 놀 것 다 놀고 밤낮 여자를 희롱하며 경박하게 웃으면서 남는 시간에 작곡을 해도 항상 불후의 명작만을 쓴다. 반면에 내가 쓴 곡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상이 어쩌면 이다지도 불공평하단 말이냐!”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은 사람의 본성

심리학 용어 중 살리에리 증후군과 관련이 있는 말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가 있다. 손해나 불행을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이 단어는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라고 그냥 짐작할 수 있지만,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의 다카하시 히데히코(Takahashi Hidehiko) 박사는 도대체 이런 감정이 사람에게 왜 생기는지가 궁금하여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우선 평균연령 22세의 젊은 남녀 19명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주고 읽으면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가상의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세 명의 대학 동창생들은 자신보다 훨씬 잘 나가는 사람들로 설정했다.

연구진은 먼저 피험자들이 설정된 상황을 받아들이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동창생들이 부러운지 혹은 아닌지에 대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1점은 전혀 부럽지 않은 것이었고 6점은 가장 부럽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부럽다는 점수를 준 피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영상장치에서 반응하는 것이 나타났다.

경쟁자의 불행을 즐기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 일본 과학자의 연구결과다

경쟁자의 불행을 즐기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 일본 과학자의 연구결과다 ⓒ 아마데우스 홈페이지

특히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잘나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뇌가 더 강한 반응을 보이면서 질투를 느낀다는 점을 영상장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친구들이 불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가자의 뇌에서는 기쁨과 만족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인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투의 대상이 불행을 겪을 때 우리의 뇌가 기뻐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이 같은 실험결과가 발표되자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정말로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면, 진심으로 상대방의 슬픔을 함께 애통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위선자냐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다카하시 교수의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질투의 대상이 어느 영역에 속해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과 별다른 관련이 없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야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승승장구를 한다 해도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에게는 평균 보다 훨씬 더 강한 질투심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관계를 구분하여 그들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조절하도록 만든다면 살리에리 증후군은 오히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건강한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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