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거실 옆 차고’ 맨해튼의 히트 상품

역발상 과학 (20) 고정관념 깬 건축물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는 의미로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나 신기하게 생긴 건물 등을 보았을 때 주로 사용한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나을 정도로 기발한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 seeingisbelieving.org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나을 정도로 기발한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 seeingisbelieving.org

지금 소개하는 건축물인 ‘사람보다 먼저인 자동차를 위한 아파트’와 ‘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문화공간’은 모두 ‘아파트는 사람만이 거주한다’나 ‘건물 모양은 용도 위주로 결정된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그야말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발한 건축물들의 사례인 것이다.

언제든 자신의 차를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차고’ 아파트

부자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뉴욕의 맨해튼은 면적이 60여㎢로서, 여의도의 약 20배에 불과한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에서도 초 고밀도지역에 속한다. 거주하는 주민만도 무려 150여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맨해튼 주민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주차 문제다. 아무리 억만장자라 하더라도 공동주택이 대부분인 맨해튼에서는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어두운 지하 주차장을 이리저리 헤매다녀야만 한다. 수백만달러의 고급 차량이라도 예외는 없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처럼 창문 너머로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감상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고 여긴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8년 전 이런 고정관념을 깬 인물이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바로 한인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영우(한국이름 우영식) 대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그는 거실 바로 옆에 차고를 만들어 유리벽을 통해 언제든지 자신의 차를 감상할 수 있는 신개념의 아파트를 구상했다.

남들처럼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다음 자신의 아파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상에서 누구도 만나지 않고 자신의 아파트에 마련된 차고로 직행할 수 있는 아파트를 떠올린 것이다.

거실 바로 옆에 차고가 마련되어 있는 역발상 아파트 ⓒ carhoots.com

거실 바로 옆에 차고가 마련되어 있는 역발상 아파트 ⓒ carhoots.com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프로젝트가 점차 구체화되어 가면서 ‘스카이 차고(Sky Garage)’라는 이름의 아파트를 건축한다고 발표되자, 회사 관계자는 물론 뉴욕 부동산업계에서도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업성도 없다고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사태로 인하여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져 있을 때였다.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지어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공사비가 배나 많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으니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이 아파트는 건축 후 날개 돋친 듯 판매됐고, 같은 규모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300만~400만 달러가 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물로 내놓은 200채 모두가 순식간에 동이나는 예상 외에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우 대표는 “자신이 아끼는 차를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억만장자들에게는 돈이 제약조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히며 “건물을 디자인할 때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역발상의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고급 아파트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으며 거래되고 있는 이 스카이 차고 아파트에 대해 뉴욕의 부동산업계는 ‘아파트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상식과 통념을 깨버린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용도보다 형태가 우선시 된 역발상 건축물

뉴욕의 스카이 차고 아파트가 주차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사례라면, 송도에 있는 트라이볼은 ‘용도가 형태를 만드는’ 건축계의 통념을 바꿔버린 또 하나의 건축물 사례다.

트라이볼은 지난 2009년 인천에서 열렸던 세계도시축전의 상징 건축물로서, 현재는 공연 및 전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의 아랫면은 뾰족하고, 천장은 평평한 독특한 외관을 지니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기형적 모양의 트라이볼 ⓒ tribowl.kr

마치 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기형적 모양의 트라이볼 ⓒ tribowl.kr

이 같은 기형적 모양의 트라이볼이 역발상 건축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파빌리온(pavilion)’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파빌리온이란 온전한 건축물이 아닌 가설 건물이나 임시 구조체를 뜻하는 말로서, 최근에는 기능적으로 모호하여 용도가 변화무쌍한 건축물을 표현할 때 사용되고 있다.

트라이볼을 설계한 아이아크의 유걸 대표는 “건물은 일반적으로 용도가 결정된 이후 형태가 지어진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형태가 용도보다 우선이 되는 역발상 건축물이 지어지게 되면, 사용자는 이 공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의 말대로 트라이볼의 시작은 행사를 기념하는 상징으로서 ‘형태’가 우선시 된 건축물이었지만, 행사 이후에는 야외 무용공연이나 미술 전시, 그리고 상설 뮤지컬 공연 등이 일년 내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용도’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건축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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