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2019

감정이 없으면 이성은 망가진다

과학서평 /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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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연구의 선구자인 제인 구달(Jane Goodall 1934~)은 2013년 보호하고 있던 침팬지 운다(Wounda)를 아프리카 숲으로 보내준 적이 있다. 구달은 자동차와 보트를 타고 운다를 야생의 숲으로 옮긴 뒤 철창문을 열어 풀어줬다. 운다는 숲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구달을 뜨겁게 포옹했다. 부상당해 죽게 된 자신을 돌봐주고 치료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침팬지가 고향으로 돌아가려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뒤돌아서서 80세의 제인 구달을 포옹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침팬지와 인간의 깊은 감정적인 교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의 포옹으로 유명한 것이 또 있다. 침팬지 사회에서 암컷 우두머리로 오랫동안 군림하던 마마(Mama)가 임종 전에 인간과 나눈 마지막 작별 인사이다. 침팬지 사육지에서 인간들과 어울리면서 59세를 산 마마는 병에 걸려 음식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락사가 결정된 상태.

죽기 전에 인간과 포옹한 침팬지

마마와 40년을 교류해온 네덜란드의 얀 판 호프 박사는 2016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마마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마마에게 다가가서 침팬지에게 익숙한 소리를 내면서 마마를 불렀다. 온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던 마마는 잇몸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면서 눈에 생기가 솟구쳤다. 마마는 큰 소리를 지르면서 한 손으로 얀 반 호프 박사를 쓰다듬더니 너무나 반갑게 포옹했다.

숲으로 돌아가기 전 제인 구달과 포옹하는 침팬지 운다. ⓒ 유뷰브 캡처

숲으로 돌아가기 전 제인 구달과 포옹하는 침팬지 운다. ⓒ 유뷰브 캡처

얀 반 호프 박사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을 쓴 프란스 드 발(Frnas De  Waal)의 스승이었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원제는 ‘MAMA’S LAST HUG’(마마의 마지막 포옹)이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영장류는 침팬지와 보노보이다.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를 수십 년을 연구하면서 침팬지의 사회성과 특징을 연구했다. 침팬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인간이 보인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권력투쟁이 매우 심각하다. 마마는 수컷들 사이의 권력 쟁탈전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하고 화해를 시켰으며, 자신의 지지가 없으면 권력을 잡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침팬지들은 화도 내고, 불평도 하고, 불공정하게 대우하면 먹이를 걷어찬다. 어른 침팬지가 먹이를 더 많이 가져가면 젊은 침팬지는 사람처럼 팔을 들고 소리 지르면서 항의할 줄 안다. 간지럼을 타고, 수치심을 느끼고, 남을 도울 줄도 알고, 보복도 한다. 속임수도 쓴다. 프란스 드 발이 대학원생 시절 돌보던 수컷 침팬지는 여성만 보면 발기했다고 한다.

영장류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말하는 고릴라 코코(Koko)가 떠오른다. 2018년 46세로 사망한 암컷 고릴라인 코코는 태어나면서 수화를 배워 유아와 비슷한 수준의 대화 능력을 가졌다.

새끼를 낳지 못하자 2번에 걸쳐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 봤으며, 카메라를 들고 거울로 자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표지에 실렸다.

코코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미국 방송에 나오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감정 교류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아이콘이 됐다. 영장류에 대한 동물실험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 동기를 마련했다.

프란스 드 발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침팬지는 감정적인 부분에서 뭐가 다른지 궁금해진다. 프란스 드 발은 단 한 가지를 발견했다. 얼굴을 붉히는 감정이다.

유인원은 그렇다고 해도 다른 동물은 어떨까? 물고기는 대뇌피질이 없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저자는 물고기가 통증을 느낀다는 연구사례를 소개한다. 다른 척추동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프란드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 값 19,500원

프란드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 

심지어 물고기에게 에탄올을 계속 줘서 중독되게 한 뒤, 에탄올을 끊자 우울해졌다는 연구 내용도 소개한다. 이 불쌍한 물고기에게 디아제팜을 먹이자 활기를 되찾았다. 디아제팜은 사람에게 처방하는 항우울제이다. 신경과학적 차원에서는 인간과 물고기가 유사하다.

감정은 이성의 일부이다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감정과 이성과의 연관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미국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두뇌의 복내측전두엽이 손상된 엘리엇을 치료한 적이 있다. 지적이고 위트도 넘쳤지만, 엘리엇은 말하는 동안 슬프거나 안달하거나 화나거나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놀라운 것은 감정 결핍 상태가 의사결정을 마비시키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정하는데 오후를 보내고, 약속을 정하는데 30분을 썼다. 여러 가지 선택을 신중히 검토한 다음에도 “나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미뤘다.

프란스 드 발 박사는 엘리엇의 예를 들면서 ‘현대 신경과학은 감정과 이성이 서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같다는 개념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감정은 이성의 필수적인 일부이다. ‘건전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는 상식도 저자는 ‘착각’이라고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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