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견우 직녀 사랑이야기의 진실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15

오늘(20일)은 음력으로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칠석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견우와 직녀는 실제로 밤하늘에 보이는 별이다. 그럼 이제부터 견우직녀 이야기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견우별과 직녀별은 여름밤에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에 속한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도 두 별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요맘때, 저녁 하늘 머리 위 근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직녀이다. 그 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보이는 밝은 별이 견우이다. 우리나라 옛 말에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맞는다면, 잘 생긴 견우가 직녀의 남쪽에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골에서라면 두 별 사이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그러면 칠석날 두 별이 만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와 오랜 세월에 걸친 관찰의 결과로 얻어진 이야기이다. 해와 달이 뜨거나 질 때, 지평선 가까이에서는 크게 보인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높이 떴을 때보다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별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 보이는 것이다.

직녀별과 은하수 남쪽의 견우별. ⓒ 권오철

직녀별과 은하수 남쪽의 견우별. ⓒ 권오철

견우와 직녀는 봄부터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해서 칠석 무렵이면 저녁 하늘에 가장 높이 뜬다. 물론 칠석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두 별은 다시 서쪽 하늘로 기울고 둘 사이의 거리도 멀어져 보인다. 이렇게 수백 년,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두 별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서양 별자리에서는 ‘두마리 독수리’

서양 별자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다만 서양에서는 두 별을 사랑하는 남녀로 본 것이 아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로 보았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직녀는 날개를 접고 하강하는 독수리란 의미의 베가(Vega), 아래쪽에 있는 견우는 날개를 펴고 상승하는 독수리란 의미의 알타이르(Altair)로 불렸다. 서양 사람들은 두 마리의 독수리가 서로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헤어진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주는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고 한다. 이때 견우와 직녀에게 밟혀 까치의 머리가 벗겨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실제로 칠석 무렵 까치들이 털갈이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전설이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칠석날을 전후해서 비가 내리는 일이 많은데, 칠석 전 날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의 먼지를 씻어내는 비라고 한다. 칠석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칠석을 전후해서 소나기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칠석 이야기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세기 초에 만들어진 평안남도 덕흥리 고분의 벽화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견우와 직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칠석에는 여러 가지 풍습이 있었는데 지역에 따라 칠석제라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고, 여인들은 바느질과 길쌈을 잘 할 수 있도록 직녀에게 빌기도 했다. 또한 이날 꽃가지에 엽전을 달아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에 넣어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덕흥리 고분에 그려진 견우와 직녀 벽화 ⓒ ScienceTimes

덕흥리 고분에 그려진 견우와 직녀 벽화 ⓒ ScienceTimes

그런데 견우직녀 이야기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첫눈에 반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옛사람들이 정말 믿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견우직녀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너무 놀기만 하다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 이야기 중에는 견우직녀가 결혼 후 부부 싸움 끝에 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민담 속에서 전하는 견우직녀의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봄날 궁궐 근처를 지나던 견우가 성곽 위에 있던 직녀와 눈을 마주치게 된다. 들판에서 소를 돌보던 견우에게는 하얀 피부의 직녀가 선녀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또한 궁궐에서만 생활했던 직녀에게는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 견우가 궁궐의 어느 남자들보다도 멋있게 보였다. 결국 둘은 첫눈에 반했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견우가 옥황상제의 사위로서 품위를 지키며 궁궐에서 조용히 지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견우는 틈만 나면 궁궐을 빠져나가려고 했고, 그럴수록 둘 사이의 부부싸움은 점점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보채는 견우에게 화가 난 직녀는 베틀의 북을 빼서 견우에게 던지고 말았다. 견우별 옆에 보이는 돌고래자리의 마름모꼴 모양이 바로 견우의 이마를 맞고 옆으로 튄 베틀의 북이라고 한다.

화가 난 견우는 그 길로 옥황상제를 찾아가 직녀와의 이혼을 요구했지만, 체면을 중히 여겼던 옥황상제는 딸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옥황상제는 견우에게 은하수 남쪽 땅을 주는 조건으로 둘을 별거시켰고,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에만 만나서 서로 화해하게 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로 둘이 화해를 하였다는 이야기는 없다.

견우와 직녀의 서글픈 이별이야기가 왜 부부싸움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는 견우 직녀 사랑이야기의 재미있는 아류로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고 있다. 물론 어느 이야기가 더 그럴듯한 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자유이다. 밤하늘에서 직접 견우와 직녀를 찾아보고 답을 구해보기 바란다.

8월 중순 밤 9시 기준 밤하늘 모습. ⓒ 천문우주기획

8월 중순 밤 9시 기준 밤하늘 모습. ⓒ 천문우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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