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1,2018

나뭇잎을 닮은 갯민숭달팽이

태양전지판으로 에너지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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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딜 가나 태양전지판(solar panel)이 쉽게 눈에 띈다. 태양전지판은 햇빛을 받으면 전류를 발생시킨다.

태양광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얻거나 수력 또는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환경 친화적으로 전기를 얻는 방법이다.

식물은 영겁의 세월동안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작용을 하면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어왔다.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식물처럼 햇빛을 이용해 영양분을 얻는 동물이 있다.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 가운데 녹색을 띤 엘리시아 클로로티카(Elysia chlorotica)가 바로 주인공이다.

엘리시아 클로로티카 ⓒ OL Learning and Education Group

엘리시아 클로로티카 ⓒ OL Learning and Education Group

식물 닮은 갯민숭달팽이    

갯민숭달팽이는 바다에 사는 껍데기가 없는 민달팽이다. 아가미가 몸 밖으로 나와 있어 나새류(裸鰓類)라고 하며, 동물 분류 체계로는 연체동물 복족류에 들어간다.

영어로는 누디브렌치(nudibranch)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즉 노출된 아가미라는 뜻이다. 바다에 사는 민달팽이란 뜻으로 시 슬러그(sea slug)라고도 한다.

갯민숭달팽이 종류인 엘리시아 클로로티카는 식물처럼 에너지를 얻는다는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2018년 5월 3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엘리시아는 황록조류(yellow-green algae, Xanthophyceae) 종류인 보체리아 리토레아(Vaucheria litorea)를 먹고, 그 속에 든 색소체(plastid) 수백만 개를 자신의 장 내벽에 보관한다. 이 색소체를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든다. 보체리아는 가늘고 긴 관(tube)처럼 생긴 조류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북대서양 바닷가에서 자란다.

색소체는 식물의 세포 안에 있으며,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데 사용하는 엽록체도 색소체의 종류다. 색소체는 햇빛에너지를 이용해 유기물을 만드는 공장이다. 색소체를 얻은 엘리시아는 평생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는 태양전지판을 가지는 셈이다. 이 색소 때문에  만화영화에 나오는 슈렉처럼 몸이 녹색으로 보인다.

생긴 모습도 나뭇잎 닮았다. 다 자라면 길이가 5센티미터 정도 된다. 엘리시아는 광합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드는 수심이 아주 낮은 조간대 부근에 산다.

동물이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식물의 엽록체에는 엽록소라는 녹색 색소가 들어있다. 이 색소는 빛을 흡수하며, 빛에너지는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에 쓰인다.

황록조류의 색소체는 광합성을 하는 세포소기관이다. 황록조류 보체리아가 갯민숭달팽이 엘리시아의 좋은 먹이가 되는 것은 이웃한 세포 사이에 세포벽이 없기 때문이다. 엘리시아는 세포벽에 구멍을 뚫고 세포 내용물을 빨아먹음으로써 색소체를 한꺼번에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우리가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듯.

다른 갯민숭달팽이는 굶주리면 색소체도 소화시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막의 낙타가 혹 안에 축적해둔 지방을 먹이가 없을 때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엘리시아는 그렇지 않다. 먹지 않고도 이 색소체로 광합성을 하면서 6~8개월이나 살 수 있다. 연구팀은 R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엘리시아가 먹은 색소체를 소화시키지 않고 몸속에 간직하며,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을 이용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렇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른다.

산호초를 만드는 돌산호는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공생하는 조류가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도 이용한다. 그렇지만 동물이 식물처럼 오로지 햇빛에서 화학에너지를 얻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학창시절에 사람도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뚱딴지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굳이 시간 맞춰 삼시세끼 밥을 챙겨먹지 않아도 되고, 해바라기만 하면 저절로 배가 채워지니 말이다.

갯민숭달팽이 엘리시아가 색소체를 이용해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 자세한 방법이 밝혀진다면, 그 활용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엽록체 주사를 맞으면 평생 밥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날이 오려나.

  •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8.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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