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2,2018

오존층 붕괴를 막아낸 과학자

노벨상 오디세이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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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오존 농도가 유난히 높은 날이 많다. 오존은 산소원자 3개로 이뤄진 산소 동소체로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특징을 지닌다. 어원이 ‘냄새를 맡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ozein’인 것도 바로 이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대기 중 오존의 90% 이상은 지상 10~50㎞에 있는 성층권에 밀집돼 있다. 태양 광선의 자외선 95~99%는 성층권의 오존층에 흡수된다.

만약 오존층이 없다면 강력한 자외선이 지표까지 도달해 피부암이나 백내장 등을 일으키게 된다. 오존층이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패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오존이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 10㎞ 이내의 대류권에 존재하는 나머지 10%의 오존이 문제인 것.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미세먼지처럼 마스크를 써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따라서 오존 경보가 발령되면 건강한 사람도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존층과 관련한 대기화학적 지식의 많은 부분은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루첸에 의해 밝혀졌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오존층과 관련한 대기화학적 지식의 많은 부분은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루첸에 의해 밝혀졌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오존농도가 0.5ppm/h 이상이면 중대경보가 발령되는데, 이때는 차량 운행 제한 및 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운영 중단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지표면의 오존은 성층권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의 주성분인 질소산화물 등이 산소 원자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류권 오존의 생성 원인 등을 밝힌 과학자가 바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루첸이다. 그런데 크루첸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화학 과목을 싫어했으며, 처음엔 교량이나 운하를 건설하는 토목공학자라는 매우 특이한 이력을 지닌 과학자다.

화학을 싫어했던 대기화학의 선구자

그는 1933년 12월 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웨이터였던 아버지와 병원 주방에서 일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넉넉치 못한 집안 형편과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불행했다. 따라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기술학교에 진학해 암스테르담 시의 교량건설국에 취업했다.

그가 대기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기상학과에서 기상학 연구 지원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뽑는 시험에 응시하면서부터다. 당시 스톡홀름대학 기상학연구소는 세계기상연구소와 관련이 있는 기상 연구의 중심지였다.

수치 날씨예보 모델 및 열대 저기압 모델 등을 프로그램하는 일을 맡았던 크루첸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대학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수학 및 통계학, 기상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그는 서른 살이 되던 해 기상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화학의 전문 분야를 독학으로 해결했다.

1968년 크루첸은 성층권 오존의 광화학에 관한 논문으로 스톡홀름대학에서 기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질소산화물이 오존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을 영국 왕립기상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특히 그는 초음속 비행기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성층권의 오존을 파괴하는 것에 주목했다.

당시 과학계는 그의 연구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성층권에서의 오존 문제뿐만 아니라 대류권의 오존 문제도 연구해 화석연료를 태우면 발생하는 일산화질소나 이산화질소가 오존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냈다.

그런데 1974년 미국의 화학자 롤런드와 몰리나는 매우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지에 발표했다. 염화불화탄소, 즉 냉장고나 에어컨, 헤어스프레이 등에 주로 썼던 프레온 가스가 성층권의 오존을 대량으로 파괴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크루첸은 프레온을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성층권 오존의 약 40%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남극 상공 오존층 구멍

1985년 남극 대륙 상공의 오존층에 발생한 구멍이 영국 남극조사단에 의해 발견됨으로써 그들의 연구는 사실로 입증됐다. 인공적인 염소화합물이 성층권의 오존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유엔 회원국은 1989년 1월에 발효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프레온 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성층권에서 질소산화물을 방출하는 초음속 비행기를 비롯해 하층 대기에 질소산화물을 방출하는 자동차 및 연소공장, 그리고 프레온 가스를 내뿜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은 모두 현대 기술의 산물이다. 인간의 이 같은 대규모적 행동이 대기의 오존층에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를 명쾌히 설명한 공로로 크루첸을 비롯해 몰리나, 롤런드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염화불화탄소의 생산을 중단했으나 이미 방출된 양이 엄청나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월 4일,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이와 관련한 한 편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프레온 가스 사용이 금지된 후에도 계속해서 커지던 남극 상공의 오존층 구멍이 2005년에 비해 20%나 줄었다는 관측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의 관측 결과는 전년대비 14.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연구를 진행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측은 약 30년 전에 세계적으로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금지한 효과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온 가스의 수명은 매우 길어서 남극의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앞으로도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크루첸은 현재의 지질시대를 설명하는 ‘인류세’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 기후 및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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