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9,2018

스마트 팜 기술로 ‘도시농부’ 탄생

ICT 기술로 도심에서 농사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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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옥상 위에서 장미가 피어난다. 토마토가 열린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반 기술이 땅이 없는 도시에서 농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농촌이나 도시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보통신기술(ICT) 덕분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토마토 농사로 짓던 김혜연씨는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도심 속 실내 공간에 적용시켜 새로운 개념의 스타트업으로 성공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씨는 전공을 살려 농업에 과학을 더했다.

ICT 기술이 있으면 농사를 짓는데 있어 굳이 ‘땅’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작물 생장에 필요한 물 관리, 일조량, 온도 관리 등이 자동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농업이 가능한 이유다.        

ICT 기술의 발달로 도시에서도 쉽게 농업을 할 수 있게 됐다.(사진=스타트업 엔씽의 스마트가든) ⓒ freshable.net

ICT 기술의 발달로 도시에서도 쉽게 농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스타트업 엔씽의 스마트가든) ⓒ freshable.net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으로 넓어지는 해외 스마트 팜    

스마트 팜이란 비닐하우스, 축사, 과수원 등 농업에 ICT를 접목시켜 원격 및 자동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농장을 뜻한다. 스마트 팜은 작물의 생육정보와 환경정보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작물의 생육 환경을 점검하고 적기에 처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농법보다 더 효율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스마트 팜 시설이 일찍부터 발달됐다. 특히 시설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민간 분야에서도 활발한 참여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 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화훼농가로 유명한 네덜란드지만 사실 네덜란드는 화훼 농업이 발달할 정도의 재배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유리 온실에 각종 IT 시스템을 구축하며 이를 극복해왔다. 네덜란드는 전체 온실의 99%가 유리 온실로 온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등을 조절할 수 있는 ICT 기반과 에너지 관리, 재해방지기술을 결합한 복합 환경제어기술을 온실에 적용시키고 있다.

스마트 기술로 식물생장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자동으로 공급된다. 집 안에서도 쉽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사진 = 클릭앤그로우 스마트 화분) ⓒ youtube.com : Click & Grow Robot Garden

스마트 기술로 식물생장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자동으로 공급된다. 집 안에서도 쉽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사진 = 클릭앤그로우 스마트 화분) ⓒ youtube.com : Click & Grow Robot Garden

미국은 구글,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스마트 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땅의 성질과 수분, 작물 건강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자, 비료, 농약 등을 인공지능(AI) 의사 시스템에 맡긴다. 로봇, 드론, 통신, 사물인터넷, 센서 기술 등 자사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여 스마트 농업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부터 생체 정보를 이용한 생육진단 기술을 스마트 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종 센서를 탑재한 정보수집 로봇이 LED 판넬을 이용해 엽록소 현광 화상을 통한 광합성 기능을 측정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잎 면적과 손상된 꽃을 진단한다. 물체의 방사열을 측정하는 방사온도센서 등 각종 센서로 수집된 정보를 융합해 과실 위치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 최적화된 수확 시스템을 찾아내고 있다.

MEMS, 사물인터넷, 빗물 활용한 도시형 스마트 팜    

이러한 스마트 팜에 사용되는 기반 기술들은 도시에서도 적용가능하다. 다만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 기계 및 자동화 농법이 가능한 대규모 농경지를 보유한 해외 농촌과는 달리 도시에서는 도시에 특화된 기술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캡슐형 씨앗을 기기 안에 심고 물을 붓기만 하면 자동으로 식물을 키워주는 AVA 바이트의 스마트 화분. ⓒ youtube.com : AVA Byte

캡슐형 씨앗을 기기 안에 심고 물을 붓기만 하면 자동으로 식물을 키워주는 AVA 바이트의 스마트 화분. ⓒ youtube.com : AVA Byte

해외에서는 실내에서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 화분’을 도시형 스마트 팜의 대안으로 내놨다. 에스토니아 IT 기업 클릭앤그로우는 자동으로 원하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 가든’을 출시했다. 원하는 식물을 주문하면 배양토에 씨앗이 심어져 있는 화분이 배달된다. 물통에 물만 채워놓으면 화분 자체 내에서 LED 조명으로 빛이 조절되고 생장에 적당한 물이 공급되며 저절로 식물이 성장한다.

미국 스타트업 아바 바이트(AVA Byte)도 수경재배에 적합한 토마토, 허브, 버섯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 화분을 개발했다. 1회용 커피캡슐처럼 생긴 씨앗 캡슐과 물을 붓고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스마트 화분을 이루는 핵심기술은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술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술은 도시 농법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김혜연 엔씽 대표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화분과 모듈형 스마트 수경재배 키트, 컨테이너 팜을 통해 도시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엔씽이 개발한 모듈형 수경재배 키트. ⓒ freshable.net

국내 스타트업 엔씽이 개발한 모듈형 수경재배 키트. ⓒ freshable.net

엔씽이 개발한 스마트 화분 ‘플랜티’는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능을 통해 식물 생장에 필요한 일조량, 토양의 수분 정도, 온도 등을 스마트폰으로 통해 알려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식물 재배가 용이하도록 돕는다. 모듈형 스마트 수경재배 키트에는 특수 토양 스펀지를 탑재해 작물이 쉽게 발아하고 생장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컨테이너 팜에는 이와 같은 기술이 총집합시켜 누구나 원하는 사이즈의 ‘스마트 가든’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첨단과학기술이 도시형 스마트 팜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이정훈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미세전자제어시스템(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을 개발해 식물생체정보를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멤스(MEMS) 기술은 주로 암 진단에 사용하는 체외진단센서를 개발하는데 사용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식물 줄기나 잎의 수분 흡수 속도는 물론 식물이 얼마나 비료를 빨아들였는지의 여부도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도시 텃밭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만이 도시형 스마트 팜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과학 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해도 훌륭한 도시 농장이 탄생한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빗물받이 텃밭’은 건물 옥상 등 ‘자투리’ 땅을 이용한 도시 텃밭이다. 한 교수팀은 텃밭에 오목형 저류판을 설치해 빗물을 모아 흙의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고 알맞은 물의 양을 조절한다. 지난 2013년부터 직접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작물을 키워 수확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다.

도시농업은 사회·경제·환경·교육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가가치를 가진다. ICT 기술이 적용된 도시농업의 확대는 도시 내 대기온도를 낮춰 열섬현상을 방지하고 산소와 수분을 배출해 유해먼지 감소에도 효과를 가져다준다. 황폐한 도심 속에서 푸른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은 도시미관을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건물의 냉난방비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이해와 생명의 가치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 교육적 가치 또한 크다. 스마트 팜 기술을 통한 도시 농법이 발달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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