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1,2018

‘덕질’이 성공한 스타트업 만들어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탄생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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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해서, 좋아해서 시작된 ‘덕질’이 성공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가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도축장을 찾았다. 그리고 ‘유레카’를 외쳤다.

‘덕질’은 국어사전에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라는 뜻으로 명기되어 있다. 돼지고기를 사랑해 정육점을 차린 김재연 대표나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인테리어를 만들겠다고 인테리어에 빠진 이승재 대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성공의 비결을 찾은 사례이다.

26일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101 스타트업 코리아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26일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101 스타트업 코리아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 김은영/ ScienceTimes

신선한 돼지고기 찾아 도축장 찾아간 수학영재    

“이제까지 먹은 돼지고기가 0.5톤은 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정육점을 창업한 정육각 김재연 대표는 26일 서울 강남구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101 스타트업 토크콘서트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로 소개됐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돼지고기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는 돼지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사랑한다. 하루 삼시세끼 1년 365일을 돼지고기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그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길 즐긴다.

좋아하는 일에 빠져들어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이 자신만의 창업기를 설명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오늘의집' 이승재 대표, 오른쪽 '정육각' 김재연 대표)

좋아하는 일에 빠져들어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이 자신만의 창업기를 설명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오늘의집’ 이승재 대표, 오른쪽 ‘정육각’ 김재연 대표) ⓒ 김은영/ ScienceTimes

김재연 대표는 사업을 결심하고 나서 이제껏 먹은 돼지고기 평균량은 무려 500kg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중학교를 조기졸업하고 한국과학영재학교, 카이스트 응용수학과를 거친 이른바 ‘수학 영재’이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친구들과 여느 때와 같이 돼지고기를 먹다가 ‘왜 점점 맛있는 돼지고기가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증을 그대로 참을 수는 없었다. 당장 도축장을 찾았다. 도축장에서 구입한 돼지고기 한 상자의 분량은 약 50인분이었다. 도축장에서 최소 구매할 수 있는 단위였다. 삶아먹고 구워먹고 튀겨먹고 그래도 남았다. 친구들에게 남은 돼지고기를 조금씩 판매했다. “너무 맛있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는 도축장에서 구입한 돼지고기 한 상자를 먹고 나서 돼지고기 맛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맛의 비밀은 도축 시간에 있었다.

‘신선한 돼지고기를 유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미국 유학의 길도 포기하게 만들었다. 도축장에서는 소매로 고기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온라인 돼지고기 유통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공부해온 수학전공과는 전혀 달라 낯설고 힘들었다. 단지 돼지고기를 미치도록 너무 좋아해서 들어서게 된 창업의 길이었다.

돼지고기를 향한 ‘덕질’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창업한지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시장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투자자들도 투자를 서둘렀다. 지난 2016년 창업이 후 10억 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올 2월 라이트하우스연합펀드가 5억 원을 투자했다.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인테리어에 매료된 과학도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오늘의집’을 창업한 이승재 대표도 비슷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생물을 전공한 후 친구들과 태양광 전지 쓰레기통을 만들며 처음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재미있는 아이템이었고 사업도 잘 진행되었지만 평소 공간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꾸 인테리어에 마음이 갔다. 어느 공간에 가든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는 창업을 희망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김은영/ ScienceTimes

현장에는 창업을 희망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김은영/ ScienceTimes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친구네 오피스텔에 들렸다가 충격을 받은 이 후였다. 오피스텔은 흔히 거실에는 소파, TV, 테이블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거실 한 쪽 벽면에는 자전거가 장식되어 있었다. 거실은 와인과 책들로 장식됐다. 잡지나 카페에서나 봤지 자신이 살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의 집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사무실이나 집은 우리가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이잖아요. 누구나 공간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만들 수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인테리어만 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승재 대표는 ‘남들 다 하는’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고 자신이 그런 일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작은 평수의 공간을 적은 돈으로 고치는 일을 셀프인테리어 노하우에서부터 전문가들의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오늘의 집’은 그렇게 탄생했다.

앱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테리어 정보로 자신의 집을 고친 사람들의 후기가 올라오면서 급격히 인기가 올라갔다. ‘오늘의 집’은 50만 명이상이 다운로드하며 활발하게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구글 플레이스토어 베스트 어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고 있는 두 사람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시 ‘현재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정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갔다.

김재연 대표는 사업 아이템상 개발자들을 구하기 더욱 어려웠다. 그는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드론 같은 아이템을 하고 싶어 하지, 돼지고기 판매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더욱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직도 개발자를 구할 때 언제나 자신이 직접 유통하고 있는 돼지고기를 들고 나갔다. “직접 먹어보고 맛있으면 연락하라”고 설득했다.

이승재 대표는 처음 창업멤버 3명으로 시작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아직도 개발자들을 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사람들을 모았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두 사람은 증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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