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7,2018

초파리도 사정하면 쾌감 느껴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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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근엄한 척하는 사람이라도 남녀 쾌락의 결과로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즉 남녀 쾌락을 점잖지 못한 짓이라고 깎아내리는 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남성의 관점에서 남녀 쾌락의 절정은 사정(ejaculation)일 것이다. 만일 유희나 애무로 성적 욕망이 다 채워지게 진화했다면 굳이 사정까지 가지 않을 것이고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못하므로 수정이 일어나지 않고 따라서 자손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남성이 이런 성향을 갖게 하는 변이 유전자가 나오더라도 거기서 끝난다는 말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도 마찬가지이고 실제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으로도 확인됐다.

광유전학 기술로 암컷 없이 사정 유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4월 19일자에는 곤충인 초파리도 사정을 할 때 쾌감을 느낀다는 걸 보여주는 논문이 실렸다.

파리의 축소판인 초파리 같은 ‘미물’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적 쾌감을 느낀다는 게 놀랍지만 한편 생각하면 역시 정액을 암컷 몸 안에 집어넣어야 수정이 일어나므로 수컷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강하게 유도하는 보상체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 연구자들은 초파리 수컷이 성적 행동을 할 때 포유류처럼 사정이 쾌락의 정점인지 확인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이전 연구에서 수컷 초파리의 배신경절(abdominal ganglion)에 있는 뉴런이 만드는 신경펩티드인 코라조닌(corazonin)이 사정신호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짝짓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교미로 이어지면 수컷의 배신경절 뉴런에서 코라조닌을 방출하는 것이다.

광유전학 기술로 붉은빛을 비추면 사정을 하게 만든 수컷 초파리는 붉은 조명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Avi Jacob, 바르일란대

광유전학 기술로 붉은빛을 비추면 사정을 하게 만든 수컷 초파리는 붉은 조명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Avi Jacob, 바르일란대

연구자들은 광유전학 기술을 써서 붉은빛을 쪼이면 배신경절 뉴런이 활성화돼 코라조닌을 내놓는 수컷 초파리를 만들었다. 그 뒤 파이프 안처럼 길쭉한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어둡게 두고 다른 쪽은 붉은빛을 비춘 뒤 초파리가 어느 쪽에 오래 머무는지 알아봤다.

예상대로 수컷 초파리들은 붉은빛이 있는 쪽으로 몰려들었고 몸을 조사한 결과 사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정상 수컷이나 암컷 초파리들은 붉은빛 공간을 딱히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실험만으로는 코라조닌 뉴런이 사정 신호를 보내는 것을 입증했을 뿐이지 그 과정에서 수컷 초파리가 쾌감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반사 행동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6년 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소개한 실험을 적용했다.

성적 쾌감 충족되면 술 덜 찾아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갈리트 쇼해트-오피어 교수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특이한 실험을 해 언론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짝짓기를 실컷 한 수컷 초파리는 보통 먹이와 15% 에탄올 용액을 섞은 먹이가 있을 경우 비슷한 양으로 먹는 반면 짝짓기를 거부당하거나 암컷 초파리를 구경하지 못한 수컷은 에탄올이 섞인 먹이를 훨씬 더 선호했다.

즉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약물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말이다.

이 연구결과는 사람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물론 연구자들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서 크게 다룬 것이다.

201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짝짓기를 거부당한 수컷 초파리가 술을 탄 먹이를 선호하는 반면 성공한 수컷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카툰은 암컷에 차인 수컷이 바텐더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1: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야. 모든 걸 해봤다고... 2: 멋지게 보이는 각도로도 서 보고... 3: 슬쩍 건드려도 보고.. 4: 노래도 불러봤지만... 5: 손님의 바닥인 NPF(쾌감을 느낄 때 올라가는 신경펩티드)에 최고인 치료제인... 술이 여기 있습니다. ⓒ B. Strauch/Science

201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짝짓기를 거부당한 수컷 초파리가 술을 탄 먹이를 선호하는 반면 성공한 수컷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카툰은 암컷에 차인 수컷이 바텐더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1: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야. 모든 걸 해봤다고… 2: 멋지게 보이는 각도로도 서 보고… 3: 슬쩍 건드려도 보고.. 4: 노래도 불러봤지만… 5: 손님의 바닥인 NPF(쾌감을 느낄 때 올라가는 신경펩티드)에 최고인 치료제인… 술이 여기 있습니다. ⓒ B. Strauch/Science

만일 암컷의 존재 없이 붉은빛의 자극으로만 사정을 한 초파리가 에탄올이 섞인 먹이를 더 선호하지 않는다면 성적 쾌락을 충분히 느껴 굳이 약물에서 보상을 찾지 않은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실험한 결과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정을 했다는 걸 뇌에 알려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호경로는 아직 밝져지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짝짓기에 실패하거나 암컷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수컷이 수두룩하고 자연은 이들을 매몰차게 외면한다.

이에 비하면 문화를 발명한 동물인 사람은 일부일처제로 대다수 남성이 여성과 성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설사 그렇지 못한 남성도 술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건 맞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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