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9,2018

유전자분석으로 멕시코 역사 다시 써

필리핀·인도네시아인 유전자 발견, 노예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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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있는 16~17세기 아즈텍 유적을 걷다보면 많은 인종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을 정복했던 스페인 사람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흑인들, 멕시코로 이주한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중이다.

역사가들은 과거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 문화와 인종의 혼합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멕시코인 들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그리고 사라졌던 남아메리카 역사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노예가 돼 멕시코로 이주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람들, 당시 유럽에 살고 있으면서 (종교적 이유 때문에) 남아메리카로 여행이 금지됐던 유대인 가족 등의 유전자가 발견되는 등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유전자분석 기술을 통해 다인종이 어울려사는 멕시코인들의 억사가 재구성되고 있다. 사진은 립핀, 인도네시안들을 멕시코로 실어날랐던 스페인 대형 상선 갈레온.  ⓒWikipedia

최근 유전자분석 기술을 통해 필리핀, 인도네시아인 유전인자가 발견되는 등 다인종이 어울려 사는 멕시코인들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 인도네시안들을 멕시코로 실어날랐던 스페인 대형 상선 갈레온. ⓒWikipedia

필리핀·인도네시아인도 멕시코인의 조상    

텍사스 대학의 인류·유전학자인 데보라 볼니크(Debora Bolnick) 교수는 12일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들이 유전자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에 놀라움을 표명했다.

이 연구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대학원생이었던 멕시코의 국립유전자연구소(LANGEBIO)의 쥬안 에스테반-로드리게즈(Juan Esteban-Rodríguez) 연구원이다. 그는 유전자분석을 통해 지금의 멕시코인의 뿌리를 추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드리게즈 연구원은 이 뿌리찾기 연구를 위해 생의학연구를 위해 보관해둔 500명의 멕시코인 유전자 샘플을 활용했다. 첨단 장비로 유전자를 분석한 후 이를 세계 유전자은행에 저장돼 있는 유전자 샘플과 비교했다.

그리고 19세기 많은 중국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도 발견했다. 유전자 샘플 안에 중국인은 물론 또 다른 아시아인의 유전자들이 섞여 있었다.

크게 놀란 그는 태평양 연안 게레로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들 중 약 10%에서 아시아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었으며, 또한 이들의 유전자 서열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로드리게즈는 그의 동료인 LANGEBIO의 안드레스 모레노-에스트라다(Andrés Moreno-Estrada)와 함께 이들의 조상이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16~17세기 역사 기록들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스페인이 해양을 점령했던 15~17세기 사용했던 대형 범선 갈레온(galleons) 선단이 필리핀 마닐라와 멕시코 게레로를 왕래하면서 수많은 상품들을 실어날랐으며,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역사가들이 특히 사람을 실어 날랐다는 갈레온의 교역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인들과 달리 노예 교역을 통해 멕시코에 이주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 기록들이 이들을 중국인이란 의미의 ‘치노즈(chinoz)’로 기록하고 있었다.

로드리게즈 연구원은 이들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들의 조상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모레노-에스트라다 연구원은 “숨겨졌던 노예거래의 역사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필리핀, 인도네시아인 노예가 살고 있었다는 최초의 연구 결과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미국 물리인류학협회(AAPA, American Association of Physical Anthropologists) 연례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16~17세기 아프리카에서 끌려운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일부는 노예로 일부는 자유인으로 살고 있었으며, 이보다 훨씬 많은 유럽인들이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멕시코 국제 게놈연구소의 유전학자 마리아 아벨라-아크로스(María Ávila-Arcos) 박사는 “전체적으로 멕시코인 중 약 4%가 아프리카인 조상을 갖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그 비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게레로 주, 오악사카 주에 거주하고 있는 멕시코인 들 중 약 26%이 아프리카인 조상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연구 결과 역시 아프리카 인 조상에 대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만 아시아인들에 대한 데이터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많은 서구인들이 멕시코 역사에 깊이 관여했으며, 또한 인종을 구성하는데 많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인 유전자에서 발견되고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들의 흔적은 당시 노예거래의 범위가 광범위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노예상들은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해 넓은 지역에서 노예를 실어날랐으며, 그 사실을 지금까지 감춰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공개형 생물학 학술논문 저장소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는 다양한 민족의 유전자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이중에는 브라질, 칠레, 멕시코,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의 데이터도 다수 포함돼 있다. 많은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남미 국가들을 구성하고 있는 조상이 누구인지를 놓고 그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 불명확함으로 인해 정확한 사실을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첨단화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 기법을 통해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남미 지역 이주민들의 조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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