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2,2018

청소년 기간을 24세까지로 늘려라?

뇌과학 연구와 사회 시스템 변화 반영

인쇄하기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스크랩
FacebookTwitter

우리나라는 만 19세부터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 만 19세를 전후해 사회적 대우가 급변하기 때문에 이 무렵에는 다들 하루라도 빨리 공식적인 성인의 자격을 얻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젊었을 때는 만 20세가 넘어야 성인이었는데 1년이 빨라진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딱 정해진 게 아니다. 학술지 ‘네이처’ 2월 22일자는 ‘청소년의 과학’을 특집으로 다루며 기사와 논문 여러 편을 실었다. 그런데 기사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 시기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기와 성년기 사이에 있는 청소년기를 보통 중고교 6년으로 보는 것 같다. 만 나이로 따지면 13세에서 18세 사이이다. 즉 사춘기에 들어간 직후부터 사회 또는 대학으로 나가기 전까지 기간이다.

기사를 보니 세계보건기구(WHO)가 1986년 규정한 사춘기 시기는 만 10세에서 19세다. ‘만 열 살이라도 아직 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에 들어가는 생리적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 이 무렵이라고 한다.

그 결과 여자 아이들은 평균 11살에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고 12~13살에 초경을 경험한다. 아무튼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이삼 년 빠르지만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그리고 끝나는 시기인 만 19세야 우리나라도 얼마 전까지 채택했던 나이다.

그런데 청소년기를 규정한 역사를 보니 그 폭이 꽤 넓다. 1904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스탠리 홀은 청소년 시기를 14~24세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홀은 주로 백인 소년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했고 적어도 25세는 돼야 성인으로서 자기조절능력을 지닐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즉 청소년기는 불안정한 시기로 음주나 춤 같은 ‘비도덕적인 활동’으로 방황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1949년부터 1971년까지 영국의 소아과의사 제임스 태너가 이끈 ‘하펜덴 성장 연구’ 프로젝트는 보육원 아이들 수백 명을 대상으로 정밀한 신체측정을 수행해 사춘기의 생리학을 정립했다. 태너는 사춘기를 곧 청소년기로 정의했는데, 이에 따르면 그 기간이 11~15세에 불과하다. 실제로 당시 영국 보육원은 원생이 만 16세가 되면 내보냈다고 한다.

태너의 연구결과는 세계보건기구가 청소년의 시작점을 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만 15세를 청소년기의 끝으로 정한다는 건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폭 넓은 조사 끝에 만 19세로 규정했다. 이는 널리 받아들여졌고 그 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여기서 한두 살 낮춰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 시기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관련 과학과 시대상황 등이 맞물린 복잡한 주제다. 그 변천사를 보여주는 도표로 1904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홀은 14~24세를 주장했고 영국의 의사 제임스 태너는 사춘기인 11~15세를 주장했다. 그 뒤 세계보건기구는 10~19세로 규정해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뇌과학 연구결과와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해 10~24세로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 네이처

청소년 시기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관련 과학과 시대상황 등이 맞물린 복잡한 주제다. 그 변천사를 보여주는 도표로 1904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홀은 14~24세를 주장했고 영국의 의사 제임스 태너는 사춘기인 11~15세를 주장했다. 그 뒤 세계보건기구는 10~19세로 규정해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뇌과학 연구결과와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해 10~24세로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 네이처

100년 전으로 회귀?

그런데 최근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청소년 시기의 끝을 110여 년 전 스탠리 홀의 주장처럼 만24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결혼이나 투표연령까지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고 사회가 보호하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즉 의무도 권리도 없는 청소년에서 어느 순간 의무와 권리를 갖는 성인이 되는 현재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만 18세부터(서구 대다수 나라의 경우) 결혼과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유지하고 대신 음주와 흡연 연령은 오히려 올릴 수도 있다(예를 들어 21세로). 한편 국가는 이 시기(만 18~24세) ‘청소년’에게 의료나 교육, 주거에 대한 지원을 해 ‘경제적 독립’이라는 의무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호주 로열아동병원 청소년건강센터 수전 소여 교수가 이런 주장을 대표하는 학자다. 소여 교수와 동료들은 학술지 ‘랜싯 아동 청소년 건강’ 3월호에 적절한 청소년 시기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WHO의 시작점인 만 10세에서 홀 교수의 끝점인 만 24세로 청소년 시기가 무려 15년이나 된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이처럼 길게 잡은 건 이 시기를 잘 보내야 건강한 성년을 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된 청소년 시기로 인해 늘어날 국가의 재정지출 역시 길게 보면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만 24세까지 늘리자고 주장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청소년의 뇌과학 연구 결과다. 과거에는 뇌의 부피 성장을 기준으로 봤기 때문에 열두 살이 되면 뇌의 성장은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장비가 나오면서 뇌과학자들은 청소년의 뇌발달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고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가 청소년 시기에 큰 변화를 겪으며 성숙하는데 그 시기가 부위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제이 기드 박사팀은 지난 2004년 대뇌피질을 34개 영역으로 나눠 청소년기 뇌 발달 영상을 얻었다. 분석 결과 감각이나 운동 같은 원초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은 일찌감치 성숙(회백질이 얇아짐)하는 반면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부분은 10대 후반에서야 성숙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세로 막대의 색은 회백질 두께 변화를 가리킨다. 위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경향이, 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경향이 큰 색이다. ⓒ PNAS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제이 기드 박사팀은 지난 2004년 대뇌피질을 34개 영역으로 나눠 청소년기 뇌 발달 영상을 얻었다. 분석 결과 감각이나 운동 같은 원초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은 일찌감치 성숙(회백질이 얇아짐)하는 반면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부분은 10대 후반에서야 성숙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세로 막대의 색은 회백질 두께 변화를 가리킨다. 위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경향이, 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경향이 큰 색이다. ⓒ PNAS

예를 들어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나 운동을 조절하는 영역이 일치감치 성숙되고 뒤이어 공간 방향, 발성, 언어 발달에 관여하는 영역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판단이나 의사결정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는 10대 후반에 가서야 변화가 시작되고 20대가 돼서도 이어진다. 20세기 초 스탠리 홀이 관찰한 청소년 심리와 행동을 뇌과학으로 설명한 셈이다.

다음으로 사회 시스템의 변화다. 정보 홍수 시대에 다수가 대학 등 3차 교육을 받는 현실에서 만 18세로 법적 성인이 된 뒤 바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말이 성인이지 대부분은 대학졸업 때까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지원이 어려운 형편일 경우 곤란에 처하게 되는데, 어차피 국가는 성인으로 간주해 더 이상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시스템이 국민 대다수가 2차 교육(중고교)을 끝으로 사회로 나가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어린 성인’의 삶이 힘겨워지고 결국은 사회적인 비용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런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국가가 미성년을 돌보는 기간을 만 18세에 갑자기 끊는 대신 18~25세를 청소년과 성인의 ‘과도기’로 규정해 교육비와 주거보조비 등 각종 지원해 ‘경제적 독립’의 의무를 유예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 성인들도 청소년 시기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심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청소년기 확장이라면 어른이 몇 년 늦게 된다고 불만스러워할 청소년은 없지 않을까.

의견달기(1)

  1. 전서진

    2018년 2월 26일 4:48 오후

    음… 어른이 된다고 기대했던 만 18세 청소년들이 불만스러워할 것 같아요. 이제 성인이 될 준비 다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이렇게 바뀐다면 혼란스럽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