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3,2018

인간 본성에 ‘사랑 DNA’ 있어

과학서평 / DNA유전자 혁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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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미국 국립과학원은 크리스퍼를 이용한 인간 생식세포 편집의 급속한 발전과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그 해 4월 무명의 중국 연구진이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폐기예정인 인간배아에 처음으로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고 무명학술지에 발표한데 자극받았다.

미국 과학계는 일반적으로 그 실험이 윤리적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생식세포 편집에 반대한 대표적인 사람은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인 프랜시스 콜린스이다.

콜린스는 “맞춤 아기는 할리우드 영화로는 좋다. 하지만 나쁜 과학이며 사실상 나쁜 윤리학이다”고 말했다. 하바드 의대 조지 처치는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질병유전자를 없애고 다른 형질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다수는 아직 우리가 유전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유전자 편집이 정말 좋은 점만 있다면, 조지 처치의 말처럼 모순이 생긴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왜 진화가 집단 내에서 그 유전자의 비율을 높이려 하지 않았냐고 말입니다.”

진화론의 핵심 개념인 ‘자연선택’으로 인간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인간의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거나, 그런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형질이 더 강화되어야 하지 않는가? 너무나 적절한 과학적인 질문이다.

왓슨은 이 부분에 대해서 박애적인 해답을 갖고 있는 듯하다. 자신은 아무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은 이타심을 더욱 강조하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 지지한 노벨상 수상자

인간이 지구에서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으로 사랑, 즉 서로를 돌보라고 촉구하는 그 충동이라고 설명한다. 사랑은 인간의 본질적인 본성이며, ‘사랑하는 능력이 DNA에 새겨져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왓슨은 다시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을 옹호하는 도돌이표 주장을 내세운다. “과학이 너저분한 증오와 폭력을 물리치기 위해 그 특별한 유전자를 강화시킨다면 우리 인간성이 감소했다고 보아야 할까?”

유전자 연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DNA이중 나선을 발견한 과학자 중 한 명인 제임스 왓슨(또 한 사람은 프랜시스 크릭)이 쓴 ‘DNA유전자 혁명 이야기’는 ‘곧 고전이 될 책이다’라고 E.O. 윌슨이 평가할 만하다.

유전자를 발견하기까지의 과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유전자와 연관된 분야를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전과 같은 자리를 차지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제임스 D.왓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값 30,000원 ⓒ ScienceTimes

제임스 D.왓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값 30,000원

이 책에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불량인간과 조작을 한 완벽한 인간사이의 갈등을 그린 영화 ‘가타카’ 사례가 여러 번 등장한다. 왓슨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영혼에 해당하는 유전자는 없다”는 주장을 ‘가장 뿌리 깊은 편견을 겨냥하여 자극적인 표어를 날조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왓슨의 이런 주장은 인류조상들을 연구하는 데서 나온 발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생각나게 한다. 현생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인을 극복한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했다. 그런데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아직 잘 모른다.

우수한 무기를 개발해서 멸절시켰을까? 아니면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가 자연선택에 의해서 현생인류가 살아남았을까? 아니면 서로 교배하거나 교류했을까?

‘사랑하는 능력’이 인간의 DNA에 있다면, 우리는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파괴하는 능력’,‘증오하는 능력’,‘속이고 빼앗고 미워하는 능력’ 같은 것들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정부가 그같은 능력을 강화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전면개정판이 나왔다. 원서 역시 2017년에 발행됐으니, 원서와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된 셈이다. 첫 번째 번역본은 2003년에 나왔다. 벌써 14년 전이다. 올해 왓슨이 전면개정판을 낸 것은 그동안 이 분야가 엄청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암 치료기술도 큰 진전이 있었다.

왓슨은 DNA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매우 정확하고 균형감있게 설명하지만, 자기 견해가 매우 뚜렷한 대표적인 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과학의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미래사회에 과학기술이 기여할 부분을 생각하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 분명

아마도 이같은 특징은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아일랜드 사람에 대한 영국인들의 무시와 편견과 선입견은 우리나라의 지방색 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이는 17세기부터 시작된 영국 기독교와 아일랜드 가톨릭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전면개정판  답게 이 책은 최신 정보를 매우 풍부하게 실었다. 독자로서 반가운 것은 유전자 연구의 최신 정보에 대한 권위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올 때마다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과학적으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항상 뒤따른다.

왓슨은 대충 기계적인 중립성으로 피해 가거나 아니면 침묵으로 방관하지 않는다. 과학과 정치, 과학과 종교, 과학과 비과학적인 태도에 대한 자기 의견이 너무나 분명하다. 본인은 어떤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공언하지만, 왓슨이 주장하는 근본은 매우 박애적이다.

DNA 연구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가 나오면서 유전자를 편집해서 돌연변이 된 유전자를 잘라 내거나 새로운 것으로 바꿔 끼는데 수준까지 발전했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같은 기술을 이용해서 유전적으로 매우 훌륭한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내는 미래의 우생학이 될지 과연 누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왓슨은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필연적으로 쏟아질 비판에 굴하지 않고 논쟁에 참여하라’고 선동에 가까운 주장을 내고 있다.

2015년 워싱턴 회의를 개최한 국립과학원 위원회는 크리스퍼를 써서 인간 배아를 실험하는 것을 승인할 압도적인 이유가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그렇다고 크리스퍼 연구를 중단하자는 권고를 하지도 않았다.

크리스퍼 기술이 가져올 잠재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막는다고 막히지 않을 것이며 결국 지하로 내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단시켜서 혹시라도, 중국에 뒤질 경우 입게될 치명적인 피해도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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