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7

자가 치유하는 로봇의 능력은?

로봇과 미래 기술(8) 자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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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은 1991년작 <터미네이터2>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악당 T-1000의 존재다. 아무리 신무기로 공격을 받아도 상처는 금방 말끔하게 복구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다시 주인공들을 쫓는다. 냉동상태에서 산산조각난 T-1000이 고온이 되자 액체 금속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다시 온전한 로봇으로 합체될 때는 오싹한 기분까지 든다. 미래 기계들의 자가 치유 능력과 이로 인한 인간의 두려움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자가 치유는 마블코믹스의 캐릭터인 울버린에게도 있는 능력이다. 체내의 치유인자 덕분에 불사에 가까운 치유 능력을 가진다. 울버린이 등장하는 최근 작 <로건(2017)>에서는 몸에 이식된 아다만티움 중독으로 치유 능력을 잃어가지만 울버린을 최강의 히어로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자가 치유 능력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로봇의 자가 치유는 그 형태가 극적일 뿐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 세계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의 신체도 손이 베이거나 발이 삐거나 근육이 찢어지는 등의 상처가 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스스로 치유되는 능력이 있다.

로봇의 자가 치유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준 '터미네이터2'의 T-1000.

로봇의 자가 치유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준 ‘터미네이터2′의 T-1000. ⓒ 트라이스타픽처스

소프트 로봇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 특성을 반영한 자가 치유, 셀프 복원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 로봇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반면 높은 압력과 날카로운 물체에 변형되기 쉽고 소재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때문에 자가 치유가 가능한 소재 개발에서부터 이를 로봇 공학에 적용하는 움직임까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업 마켓앤마켓은 자가치유 소재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1년까지 24억 4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단지 로봇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우주, 섬유, 통신 기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쓰임새가 크다.

<터미네이터2>에서는 자가 치유가 인간에게 위협이 됐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유용하고 의미있는 기술이다. 로봇이 사회 각 영역으로 확대되고 그 숫자가 많아지면 로봇에 대한 유지보수와 운영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로봇을 관리하는 기업 입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일일이 부품을 교환하고 수리를 한다면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 상처나 문제를 자체 치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백없는 서비스는 물론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자가 치유는 기본적으로 고분자(Polymer) 물질을 생성하는 방법과 이를 어떤 구조로 복원에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 메커니즘을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번째는 캡슐형으로 손상 부위가 생기면 캡슐 내의 물질들이 흘러나와 주위 촉매와 접촉해 중합되면서 손상 부위가 치유되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가역적인 고유 결합을 이용해 자가 복원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열, 빛, 라디칼 반응 등에 의해 결합을 지원하는 형태다. 마지막으로는 고분자에 초분자 형태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시켜 분자간 상호작용이 재형성돼 치유하는 방법이다. 미국, 유럽의 대학들은 이들 방법을 혼용해 자기 치유 물질을 생성하고 이를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브뤼셀 리브레대학교 연구팀은 자가 치유 특성을 소프트 로봇에 접목한다는 목표 하에 관련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무 중합체로 만든 부드러운 로봇을 만들어 손상을 입힌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로봇 그리퍼, 로봇 손, 인공 근육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손상을 입자 이들 소재는 모양부터 우선 회복시킨 후 시간이 지나 기능까지 완전히 자가 복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브뤼셀 리브레댁교에서 자가 치유 소재로 개발한 로봇 손, 그리퍼, 근육(왼쪽부터). ⓒ ScienceTimes

브뤼셀 리브레댁교에서 자가 치유 소재로 개발한 로봇 손, 그리퍼, 근육(왼쪽부터). ⓒ 브뤼셀 리브레대학

리브레대학이 개발한 자가치유 소재는 가열 후 냉각하면 형태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원상태대로 복원된다. ⓒ 브뤼셀 리브레대학

리브레대학이 개발한 자가치유 소재는 가열 후 냉각하면 형태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원상태대로 복원된다. ⓒ 브뤼셀 리브레대학

복구의 방법은 열이다. 80°C에서 40분간 가열하면 손상된 로봇을 치유할 수 있으며 25°C에서 24시간이 지나면 손상된 로봇의 강도와 유연성도 회복됐다. 딜스 알더(Diels-Alder) 반응을 일으키는 교차 결합 네트워크로 구성돼있어 여기에 사용된 고분자 물질이 복원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이 대학 브람 반데르보흐트 교수는 “열을 가함으로써 폴리머 물질에 보다 많은 이동성을 부여하게 돼 분자가 손상된 틈새를 메울 수 있었다”며 “치유가 끝나면 재료가 냉각되고 초기 특성은 거의 완전히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 로보틱스 저널에 게재됐으며 유럽 연구위원회(European Research Council)의 후원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로봇의 건강 상태 및 새로운 물질 감지를 위해 센서 네트워크를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 초 미국 리버사이드 대학과 콜로라도 대학 공동연구팀도 스스로 치유하는 물질 개발에 성공해 이 결과를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했다. 아예 울버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합성 이온 전도체로 명명된 이 물질은 고 이온강도 소금과 신축성있는 극성 폴리머 혼합물로 구성됐다. 분자가 흘러나와 흠이나 틈을 이어붙이도록 전기 전도성을 부여한 것.

특히 원래 길이의 50배까지 늘어나는 탄성이 있어 찢어져도 24시간 내 실온에서 완전 치유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당초 전기자동차 리튬 이온 배터리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지만 로봇이 자기 치유능력을 갖는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위스연방공대는 지난 10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지능형 로봇시스템 국제 컨퍼런스(IROS 2017)에서 식용 로봇의 가능성을 발표해 주목받았는데 이 역시도 자가 치유가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로봇이 식용 가능해지려면 트랜지스터, 커패시터, 전극 및 기타 부품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한다.

특히 여기에서 전기를 물리적 운동으로 변환시키는 액추에이터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위스연방공대가 개발한 액추에이터는 젤라틴, 글리세린, 물을 몰드에 부어서 만들기 때문에 생분해성, 생체적합성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녹을 수 있는 젤라틴을 사용하면 액추에이터가 잠재적으로 입을 손상에 대비해 자가 치유가 가능해진다.

스탠포드대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을 늘린 모습. 탄력성이 매우 뛰어나다. ⓒ 스탠포드대학

스탠포드대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을 늘린 모습. 탄력성이 매우 뛰어나다. ⓒ 스탠포드대학

지난해에는 스탠포드대학 재료공학자인 제난 바오가 연구팀과 함께 자가 치유 기능이 있는 인공 근육을 개발했다. 폴리머 소재의 이 인공 근육은 생체 근육과 유사하게 전기장에 반응하며 축소 혹은 확장된다. 특히 2.5cm가 최대 2.5m까지 늘어나는 뛰어난 탄력성을 자랑한다.

새롭게 개발된 폴리머 소재는 기계적인 강도를 부여하는 강한 결합과 망가지더라도 쉽게 복원 가능한 약한 결합을 통합 구현한 것이다. 실온에서도 자가 치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게 특징. 그동안 로봇이나 보철 장비에 필요한 전자 피부 개발을 주로 해온 제난 바오는 이번 인공 근육 개발로 특정 부분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더라도 사람의 근육처럼 금방 복원되는 자가 치유 로봇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오징어 빨판에서 영감을 얻어 자가 치료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오징어 빨판을 연구한 결과 여기에 위치한 고리 치아는 손상되어도 물에 담그면 자가 치유되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손상된 고리 치아를 복구하는 유전자 코드를 해명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이를 이용해 탄성이 있는 자가 치료 플라스틱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나의 플라스틱을 반으로 자른 상태에서 물을 한방울 떨어뜨린 다음 45°C에 놔두자 플라스틱 2개가 다시 하나로 붙었다. 내구성 역시 자르기 전과 같은 상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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