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7

‘말하는 침팬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과학서평 / 침팬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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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이렇게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처음이다. 너무나 재미있다. 그래서 한 번 손에 잡으니 놓지를 못할 정도이다. 그저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매우 감동적이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13년간 독방에 갇혀있던 ‘부이’를 만나고 나오는 장면을 읽으면서 저절로 눈물이 났다. 부이를 만나고 나오는 장면은 미국 방송프로그램으로 방영됐다. 미국 시청자들도 똑같이 분노하면서 기부금이 모아졌다. 미국 시청자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침팬지 인간 커뮤니케이션 센터’ 운영기금으로 들어갔다.

‘침팬지와의 대화’(NEXT OF KIN My conversation with Chimpanzees)를 읽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1997년에 나온 책이 이제야 소개됐다.

침팬지 ‘부이’는 일생을 침팬지와 친구로 가족으로 살아온 로저 파우츠(Roger Fouts)가 보살피다가 주변 환경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동물실험기관으로 이사간 침팬지 친구이다. 파우츠는 부이가 10대 초반이었을 때 헤어졌다. 13년 동안 부이는 실험실 우리에 갇혀 피를 뽑히고, C형 간염에 감염되는 실험대상으로 변해있었다.

로저는 침팬지 부이와 수화로 대화를 나눴다.

<안녕 부이>
<부이, 부이, 나 부이야. 먹을 걸 줘, 로저>
13년 전 로저는 부이에게 건포도를 주곤 했다.
사랑한다는 표시로 로저와 부이는 서로 ‘털고르기’를 해줬다. 수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간질이기 놀이를 하는 동안, 카메라 기자는 이 모든 장면을 찍었다.

<난 이제 가야돼, 부이. 잘 있어 부이>

사람과 수화로 사랑과 우정의 대화를 나누는 침팬지, 생물화학연구의 포로로 갇혀있는 부이를 보고 난 심정을 로저는 이렇게 표현했다.

‘부이 좀 봐, 지옥 같은 곳에서 13년을 보냈는데 아직도 순수하고 쉽게 용서하는구나. 인간들은 이기심을 충족하려 별 별 짓을 다 했는데, 그 인간중의 하나인 로저를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수화하는 침팬지 ‘워쇼’와 만나다

로저 파우츠(Roger Fouts 1943~ )는 아동심리학을 공부하려다 우연히 장난꾸러기 여학생 같은 침팬지 워쇼(1966~2007)를 만나면서 침팬지 연구와 침팬지 보호소 건립에 일생을 보낸다. 로저는 갓난 아기 같은 워쇼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일로 연구생활을 시작한다.

로저 파우츠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값 25,000원 ⓒ ScienceTimes

로저 파우츠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값 25,000원

워쇼는 매우 활발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왈가닥 소녀였다. 침팬지 아기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기저귀를 채워주고, 먹이고 입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나누면서 일어나는 일을 자서전같이 자세히 기록하면서, 침팬지 보호소를 마련해주기까지의 일을 담았다.

이 책은 로저 파우츠의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서전의 등장인물은 주로 침팬지들이다. 침팬지가 사람과 수화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침팬지는 여성 연구원이 유산으로 아기를 잃자 슬퍼하고, 손님이 오면 차를 끓여 내기도 했다.

침팬지들은 100가지 안팎의 단어를 수화를 배웠다. 처음 수화를 한 침팬지는 워쇼지만, 그 후 침팬지끼리 서로 가르치기도 했다. 침팬지가 아기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장난치면서 골탕먹이기도 하지만, 침팬지는 사람을 속이려고 거짓말도 한다.

저자를 처음으로 수화를 하면서 속이려 한 최초의 침팬지는 루시이다. 한 번은 루시가 거실에 똥을 쌌다.

<너 알잖아 저거 뭐야>
<더러워 더러워>
<더러운 거 누구 거야?>
<수(대학원생)>
<수 아니냐, 누구거야>
<로저>
<아니야, 내거 아니야 누구거야>
<루시 거. 더러운 거 루시 미안해>

루시는 한정된 어휘를 가지고 새로 만나는 사물도 설명하는 응용력을 보여줬다. 수박을 먹어보고는 <사탕음료수> <음료수 과일>이라고 했는데 수박이라는 단어를 모를 때 가장 가까운 표현이다.

감귤류 과일은 <냄새과일>  백조는 <물새> 싫어하는 동네고양이는 <더러운 고양이>라고 불렀다. 워쇼 역시 저자가 부탁을 거절하면 <더러운 로저>라고 욕을 했다. 침팬지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단어를 생산한다는 증거였다.

로저는 새 침팬지를 아는 과정을 어린아이를 만나는 것으로 비유했다. 생각이나 말하는 수준 분주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아이는 언어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며 아이가 언어를 갖게 되는 정확한 순간을 아직 누구도 밝히지 못했다.’

언어란 너무나 복잡한 의사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단 한가지 언어의 문법규칙으 완벽하게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아주 쉽게 배운다.

1500년경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 왕은 사람이 혼자 살면 어떤 언어를 저절로 습득하는지 보려고 한 아이를 고립시켜서 키우라고 명령했다. 히브리어가 아담과 이브의 언어이자 인류 최초의 언어로 생각했기 때문에 제임스 4세는 아이가 히브리어를 저절로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실험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다.

아기는 애정결핍으로 죽었다.

“침팬지를 죽이는 것은 살인하는 것”    

로저와 제인 구달 같은 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 영장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영장류를 잡아서 고기로 파는 장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칼 세이건은 1977년에 이렇게 말했다.

‘침팬지가 얼마나 똑똑해져야 침팬지를 죽이는 것이 살인죄가 될까?’

사람과 동물과의 교감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어떤 이름을 불렀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오래 동안 개는 잡아서 먹는 대상이었지만, 어느순간 ‘애완동물’의 위치를 차지하더니 지금 사람들은 ‘반려동물’로 승격했다.

만약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에게 수화를 가르칠 수 있고, 침팬지가 수화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증명됐다면, 다른 동물과의 의사소통 수단도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동물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동물들이 글자를 읽을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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