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5,2017

농작물 교체하면 8억명 더 먹여 살려

물 소비 14% 줄이고 단백질 19% 더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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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농지에 대한 작물 분포를 조정하면 농업 용수 부족을 크게 줄이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늘어나는 식량과 바이오연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6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식량 생산 수요와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전세계 차원에서 동시에 해결해 보려는 첫 번째 시도다.

논문 제1저자인 카일 데이비스(Kyle Davis)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 연구소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연구 결과 물 사용과 영양분 생산에서 비효율적인 곳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비효율은 더 높은 영양 품질과 환경 영향을 줄인 작물로 교체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이 많이 필요한 쌀 재배 대신 물을 적게 사용하는 다른 농작물로 대체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Photo: Amol Hatwar via Flickr / Earth Institute, Columbia Univ.

산비탈의 계단식 논. 물이 많이 필요한 쌀 재배 대신 물을 적게 사용하는 다른 농작물로 대체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Photo: Amol Hatwar via Flickr / Earth Institute, Columbia Univ.

14가지 주요 작물 대상 ‘식량지도’ 작성

농작물 수요는 인구 증가와 풍부해진 식단 및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후 변화와 전세계 대수층의 급속한 고갈에 따라 용수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14가지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농업용수 사용 모델을 검토하고 새로운 식량 생산 지도를 제시했다.

이들은 특히 가뭄에 덜 취약하고 관개시스템의 물 소비를 줄이는 작물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팀은 땅콩 옥수수 기장 기름야자 평지씨 쌀 뿌리류(roots) 수수류 콩 사탕무 사탕수수 해바라기 감자류 밀 등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모든 작물의 72%를 차지하는 14개 작물에 초점을 모았다. 과일과 야채는 용수 필요량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제외했다.

콩, 감자 재배 늘리고 쌀과 밀은 줄여

데이비스 박사팀이 제안한 새로운 작물 지도는 빗물 소비를 14%, 관개용수를 12% 줄이면서 칼로리는 10%, 단백질 생산은 19%를 늘려, 계산상 8억2500만명을 더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식량생산 개선은 전세계적으로 땅콩과 뿌리류 콩 수수류 및 감자류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반대로 물 소비는 많은 반면 단위면적당 칼로리와 단백질 생산량이 적은 기장과 쌀, 설탕, 밀 생산을 줄임으로써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구체적인 변화는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 특성 및 작물 수확량의 차이로 인해 나라별로 그리고 물 사용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강수에 의존하는 천수 농경을 하는 수수류와 콩, 감자류, 밀은 러시아 서부의 기장과 사탕무 및 해바라기를 대체할 수 있다. 또 인도 북부에서 쌀과 수수, 밀은 관개농업으로 기르는 옥수수와 기장, 뿌리류 및 감자류로 대체됐다.

전세계의 농작물 재배지를 재조정하면 물 부족 사태를 완화하면서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Credit: Davis et al., Nature Geoscience 2017

전세계의 농작물 재배지를 재조정하면 물 부족 사태를 완화하면서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Credit: Davis et al., Nature Geoscience 2017

농업용수 20% 절약하고 단백질 생산 20% 증가

이번 연구에서는 농작물 재배치를 통해 42개국에서 최소한 농업용수의 20%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국가는 호주 인도 멕시코 모로코 및 남아공 등 상당수가 이미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주요 물 절약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밸리와 나일 삼각주, 호주 남동부 및 인도-갠지스강 유역과 같은 세계적인 농업지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 부족 사태는 작물 종류와는 관계없이 미국 중서부같은 다른 중요한 농업지역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63개국에서 작물 재배치는 칼로리나 단백질 생산량을 20% 이상 증가시켜 식량 자급률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에티오피아, 이란, 케냐, 스페인 등이 포함된다.

대규모 기술투자 불필요, 작물 다양성 손상 없어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기술을 이용하거나 물과 비료 사용을 늘려 증가하는 지구촌 식량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기술투자는 규모가 작은 시골농민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연구팀은 물 부족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안된 많은 방법들 – 예를 들면 관개용수 효율 증가와 고수확 작물 재배,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 등은 이를 실현하는데 경제적으로나 국민보건 면에서 그리고 인프라와 환경문제를 포함한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주요 식량작물 생산량.  Credit: Wikimedia Commons

전세계 주요 식량작물 생산량. Credit: Wikimedia Commons

이번 연구의 작물 배치 모델은 엄청난 기술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작물의 다양성을 훼손하거나 지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낳지도 않는다. 작물의 다양성과 지력이 손상되면 농경이 가뭄이나 질병 및 다른 위험요소들에 더 취약해 질 수 있다.

“그 나라에 맞는 식량 해결책 제시 가능”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최종 해결책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내재적인 문화 혹은 정치적 장벽, 시장 공급 상황과 수요, 식품 선호도와 소비패턴을 고려하지 않아 앞으로의 연구에서 더 검토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식량 시스템을 더욱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몇 가지 도구 중 하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현재 쌀과 밀에 많은 보조금을 주는 인도에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보조금 프로그램을 높은 영양가가 있는 전통 곡물로 바꾸면 물 사용과 영양분 생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 대체 곡물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가격은 얼마나 책정해야 할지 그리고 소비 패턴과 식이 선호도가 대체 곡물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조사 중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우리가 특정 국가에서 식량 안보의 경제적, 사회적 및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지역의 의사결정권자와 긴밀히 협력하다면 그 나라 국민의 필요와 목표에 맞는 해결책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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