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5,2017

인지과학으로 보는 인체의 감각

과학서평 / 감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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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인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센서를 가지고 획득한 정보를 처리해서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센서에서 입력된 정보가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서 ‘뇌’라는 생체컴퓨터에서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처 정보처리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센서’라고 하면 오감을 말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맡고, 입으로 먹고, 그리고 몸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감지한다.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기계 같은 설명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많고 복잡하고, 서 너 가지 센서에서 동시에 정보가 입력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끝’ 이라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새로운 것을 알려는 호기심과 탐구심은 정복의 기쁨일수도 있지만, 끝나지 않는 영원한 형벌일수도 있다.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 흐름출판 19,000원 ⓒ ScienceTimes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 흐름출판 19,000원

오감과 뇌의 인식관계를 찾아 나선 ‘감각의 미래’(We Have the Technology)는 ‘어떻게 바이오해커 미식가 의사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식을 동시에 하나의 감각으로 바꾸는가’(How Bohackers, Foodies, Physicians, and Scientists are Transforming Human Perception, One Sense at a Time)라는 긴 부제를 달았다.

후각이 약해지면 알츠하이머 질병 의심 

어렵고 딱딱한 과학적인 내용으로 도배가 됐을 법한 ‘센서와 정보처리’에 대한 내용이지만, 이 책이 술술 읽힌다. 과학기자인 저자 카라 플라토니(Kara Platoni)는 과학 논문을 소개하는 것 못지 않게 수 많은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관찰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후각의 경우, 알츠하이머 병이 걸리면 후각이 사라지는데 이 한 두 줄로 끝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카라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후각과 미각센터(Smell and Taste Center) 클리닉을 찾아갔다. 환자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의사들은 환자를 이곳으로 보냈다.

저자는 맛을 못 느끼는 이유를 찾으러 온 90세 부부와 대화를 나누면서, 후각과 미각의 관계를 추적한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들에게는 후각 상실이 맨 처음 진행되고, 80세가 넘으면 네 몇 중 세 명이 눈에 띄게 후각이 둔해졌다고 느낀다’는 설명과 함께.

온 몸이 마비된 사람은 말을 하지는 못해도, 뇌 속의 언어체계는 제대로 작동한다. 의사들은 머릿속에서만 뱅뱅 도는 언어를 소리로 바꿔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음성이 귀를 통해서 들어와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들여다 봐야한다.

여러 가지 감각중에서 가장 공감을 갖기 쉬운 것은 고통에 대한 것이다. 고통중 에서도 신체적 고통과 마음의 고통에 대한 설명은 사람이면 누구나 수없이 경험하는 내용이어서 그런지,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진다.

마음의 통증과 신체의 통증은 어느 것이 더 심할까? 이 단순하고 오래된 질문은 여러 가지로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마음이 깊은 상처를 입어 남모르게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멀쩡한 환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상대할 것이며, 무슨 치료가 가능한가라는 세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다. 그만큼 고통은 인간에게 가깝고 중요하다.

저자는 고통을 발견하기 위해 바를 찾아갔다. 매음굴 같이 어둡고 음습한 오클랜드의 바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짝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는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눈다. 케리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결국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는 다른 여자를 만난다.

2년간 어울리면서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죽을 때까지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여자가 등장하자, 케리와 남자는 말다툼을 한 다음부터 말도 끊었다. 이렇게 시작도 안 한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던 케리는 “차라리 팔다리가 부러지는게 낫겠다”고 털어놓는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말 상대가 되기를 좋아하는 바텐더 낵클리는 “맞아, 맞아! 나도 그 말에 찬성.”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뼈가 부러지면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또 만날지는 모른다.

과학자들이 이에 관련된 실험을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다. 사회적으로 거부당하는 쓴 맛을 본 사람들의 두뇌는 배측 전대상피질과 전특 뇌섬엽이 활성화 된다. 이 부위는 신체적 고통과 관계된 곳이다. 이 부분은 헤어진 애인의 사진을 보여줘도 활성화된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어미와 분리된 새끼 원숭이에게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여하면 괴로워 울부짖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그래서 실연당한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술로 고통을 달랜다. 통증을 줄여주는 타이레놀이 고통을 줄여준다는 경험담도 있다. (아직 이런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다.)

과거 고통에 대한 글을 쓰게 하는 실험에서는 출산 같은 신체적 고통보다 이별이나 왕따 같이 사회적 고통을 떠올리면서 더 괴로워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학문제를 풀려고 하면, 나타나는 두려움과 고통 역시 신체적 고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후배측 뇌섬엽이 활성화된다. 그렇다면 왜 수학문제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까?

사람과 떨어지지도, 신체에 위협이 가해지지도 않고, 수학문제를 설명한 검은색 글씨가 종이에서 뛰어 올라 수험자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지도 않는데 말이다. 약간 궁색한 설명이기는 해도, 수학문제를 풀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반응(낮은 평가, 탈락)을 예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가상현실로 두려움 없애는 노출치료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눈치 빠른 저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예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전쟁이 끝나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외상후스트레스를 많이 겪는다. 제대 미군 중 11만명이 이런 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쟁에서 치르게 될 고통을 미리 맛보게 하는 일종의 ‘백신 체험’ 프로그램은 이미 미군에서 실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사병들에게 가상현실 체험을 시키는 것이다.

시각과 청각이 동원된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해서 전쟁터의 비참함과 치열함 등을 미리 체험하면, 두려움이 완화된다는 이것을 노출치료(exposure therapy)라고 한다. 1990년대에만 해도 의사들은 환자를 실제현장으로 데리고 가서 직접 경험하게 하는 노출치료를 실시했다.

거미를 보면 놀라 자빠지는 환자에게는 우선 거미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사진을 보여준 뒤, 실제로 거미라는 두려운 대상에 직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제는 가상현실 체험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훨씬 빨리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을 혼동하면 인간은 현실에서 아주 도피해서 가상현실에서 일생을 헤매지 않을까? 확실한 설명은 없지만, 저자는 뇌에서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은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확실히 무엇이 다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3년 동안 뛰어다니면서 녹음기 4대에 공책 37권 렌터가 3대를 사용하면서 3000개의 질문을 던진 흔적이 이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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