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7

문어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바다 동굴 속 공동생활 장면 포착

FacebookTwitter

문어의 학명은 ‘옥토푸스 테트리쿠스(Octopus tetricus)’다. 문어(Octopus)란 단어에 우울하고, 침울하다는 뜻의 테트리쿠스(tetricus)가 붙었다. 쓸쓸하고 적막한 삶을 살고 있는 특이한 동물이라는 의미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문어가 사는 모습은 매우 특이하다. 낮 동안에는 바위가 많은 암초 속에 들어가 있다. 바깥에서 보기에 문어의 흔적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 만큼 돌들로 덥혀있는 곳이다. 그러다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미끄러지듯 그곳을 나와 긴 다리로 바다가재, 게 등 갑각류 동물들을 사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동물의 지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지능이 높다 해서 문어(文魚)라는 이름에 글월 문(文) 자를 붙였다.

과학자들을 통해 문어들이 동굴요새를 구축하고 함께 모여사는 장면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문어가 외로운 동물이라는 주장이 빛을 잃고 있다.  ⓒWikipedia

과학자들을 통해 문어들이 동굴요새를 구축하고 함께 모여사는 장면이 과학자들에 의해 잇따라 포착되면서 문어가 외로운 동물이라는 종래의 주장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Wikipedia

문어들이 친구처럼 함께 모여 살아    

뇌를 지니고 있는 문어는 무척추동물계 천재라고 불릴 만큼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 애완견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한 수족관에서 한 밤에 어항과 어항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좋은 먹이를 독차지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생물학자 스테파니 챈슬러(Stephanie Chancellor) 박사는 “문어가 너무 영리해 실험실 어항 속에 가두어놓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어항의 작은 틈새를 통해 교묘하게 빠져나온다는 것. 어항을 빠져나오는 기술이 거의 예술에 가깝다고 말했다.

침팬지처럼 남을 흉내 내거나 학습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돌고래처럼 ‘장난’도 칠 줄 안다. 더 나아가 문어가 함께 모여 서로 협력하면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14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문어의 사회성과 관련, 논문이 발표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2009년 챈슬러 교수 연구팀은 호주 남동쪽 저비스 만에 바다 속에 있는 큰 조개껍질 안에서 16마리의 문어가 함께 모여 사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문어는 외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군집생활을 하고 있는 이 문어들의 모습은 기존 연구결과가 틀렸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문어들은 낮 시간에도 한 가족처럼 어울려 살고 있었다.

그러다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나섰고, 낮이 되면 다시 돌아와 군집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특이한 모습에 주목한 과학자들은 문어들이 모여 사는 것을 발견한 이 장소에 ‘옥토폴리스(Octopolis)’란 별명을 붙였다.

그리고 최근 챈슬러 교수 연구팀은 ‘옥토폴리스’에서 수백 m 떨어진 바다 속에서 또 다른 공동체를 발견했다. 정교하게 제작된 이 동굴 속에서는 15마리의 문어가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모여 살고 있었다.

높은 지능으로 ‘동굴 요새’ 구축해   

동굴은 죽은 조개껍질 등의 무더기로 둘러싸여 있었고, 동굴 입구는 세 겹의 구조로 차단돼 있었다. 연구팀은 문어들의 사는 모습을 8일간 비디오로 촬영하는데 성공했으며 문어들이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곳을 ‘달콤한 옥타틀란티스(mellifluous Octatlantis)’라고 명명했다. 관련 논문은 생물학, 수산학, 해양학 관련 국제 학술지 ‘Marine and Freshwater Behaviour and Physiology’ 9월호에 게재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존의 문어가 ‘고독한 동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2009년 저비스 만에 이어 이번 옥타틀란티스 영상에서 문어들의 군집생활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문어 생태계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한 옥타틀란티스는 문어의 높은 지능이 만들어낸 신비의 장소다. 챈슬러 교수는 문어들이 모여살고 있는 동굴들이 조개껍질, 가리비, 사람들이 사용한 낚시 미끼들, 심지어 맥주병 뚜껑 등으로 정교하게 건축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동굴 속에는 3개의 침대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그 침대 위에서 문어들이 화합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가끔 싸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툼 후에 각각 필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어가 동굴로부터 축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과학자들은 문어의 사회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연구팀은 돌고래 등 다른 동물 사이에서도 그런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있다며, 문어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15마리의 문어들은 한 가족이 되어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나가고 있었으며, 어떤 경우 동료들을 방어해주는 등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모여 사는 문어들이 자신의 천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어들은 바다 표면에 동굴요새를 구축하고 수시로 문어를 위협하는 천적 수염상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팀은 군집생활을 하는 이유가 수염상어의 위협을 피하고 위한 것 같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이번 비디오 촬영 성공으로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챈슬러 교수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바다 속 천재로 불리는 문어의 집단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어의 영리함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바다 속에 사는 문어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문어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최근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의견달기(0)